창가에 비친 햇볕을 온종일 쬐고 있다. 창가에 쪼그리고 앉아 창 밖으로 사람들 지나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저마다 바쁜 일상을 등에 짊어진 것처럼 바삐 움직인다. 그러나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그대는 없다. 나는 계속해서 그대를 찾고 있지만, 결국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그대를 찾을 수 없다. 나는 무릎 사이로 고개를 떨군다. 그렇게 나의 갈 곳을 잃은 두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눈물은 곧 숨죽인 울음이 되고, 울음은 온몸의 떨림이 된다. 그렇게 울다 지쳐 쪼그리고 잠에 빠져든다.
해는 점점 뉘엿뉘엿 서산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해가 타들어가면서 수채화 물들인 것처럼 하늘을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인다. 한창 해가 산 너머로 사라져 가고 있을 때, 작은 문이 열리며 그대가 들어온다.
"잘 있었니?"
고단한 얼굴을 애써 숨기며 그대는 웃으며 나를 자신의 품 안에 안는다. 차가운 바깥공기를 체취처럼 묻혀 들어온 그대의 품에서 미미하게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나는 그대의 품에 안겨 스르르 눈을 감는다.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도 같은 꿈을 꾸었다. 벌써 한 달째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면서 하루종일 창 밖을 바라보다가 그 사람이 얼굴만 가려진 채로 나타나 (대여섯 살은 되어 보이는) 어린 나를 품에 안는 장면. 도대체 그 사람은 누구이고, 어린 시절의 나는 왜 그 사람을 기다릴까. 그리고 그 사람은 왜 얼굴만 가려져 있는 것일까. 도통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수수께끼 같은 꿈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꿈이 위화감을 준다거나 공포나 두려움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몹시 그리우면서도 따스한 느낌이랄까. 내가 그렇게 정이 든 사람이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