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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nstaste Jul 30. 2019

잃어버린 취향을 찾는 여행

취향을 찾아서

‘테이스테셔널(Taste+Professional)’. 오랫동안 취향을 개발해 전문가가 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누구나 쉽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해시태그를 팔로우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가 하면, 특정 분야 전문가가 쌓은 노하우를 튜토리얼 영상으로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도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취향을 중심으로 모여 소통하는 ‘소셜 살롱 문화’가 있다고 한다. SNS로 대화를 나누는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취향을 공유하기 위해서 직접 만나는 수고로움을 감수한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나 스쳐 지나가지 않고 맴도는 말들을 모아 작사를 하고 멜로디에 얹는 모임까지. 취향에 따라 가지각색이다.


이쯤 되니 어딜 가나 취향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되고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취미 하나 없고, 무엇 하나 확고한 취향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나 같은 사람은 이런 흐름이 굉장히 곤란하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하루는 직장 동기와 점심을 먹었다. 소바가 맛있다고 했더니 “맨날 다 좋다고 하니까 네 말을 못 믿겠어”라는 말이 돌아왔다. 내 딴에는 배려한답시고 메뉴 선택권을 매번 넘겼고, 가는 데마다 좋다고 하니 그렇게 보였나 보다. 대단한 미식가가 아니라 웬만하면 다 맛있어서 그런 것뿐인데, 이런 말을 듣는 게 썩 유쾌하진 않았다. 그래도 한번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


보통 선택을 앞두고 주장을 하기보단 상대방 의견을 수용하는 편이었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행동했다. 이렇다 보니 어느새 난 자기주장 없고 취향도 없는, 그저 다 좋다고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야 말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모두 떠넘기는 이기적인 행동이었단 생각도 든다.



이젠 그동안 잃어버린 취향을 찾으려고 한다. 내 눈앞에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하며 새로운 환경이 펼쳐지는 여행을 하면서 말이다. 혼자 세계를 누비며 수없이 많은 선택 속에서 오롯이 나만을 위한 결정을 하며,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스스로를 알아갈 예정이다. 


어서 나만의 취향을 찾아 직접 소셜 살롱 문화를 경험해보는 그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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