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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원 Jun 29. 2023

지난여름 이후...

  브런치에 다시 글을 올리며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개그맨 박영진이 한때 유행시킨 말이다. 개그콘서트 집중토론 코너를 유튜브에서 다시 보기를 하니 개그콘서트의 부활 이야기가 솔솔 새어 나오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개그콘서트를 다시 보는 내내 상복부는 웃음으로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지난 1년 글을 쓰지 않았다. 딱히 글을 쓸만한 소재가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필력이 내 욕심만큼 따라주지 못해 글을 써놓고도 못마땅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 글쓰기를 중단한 여러 이유와 핑계가 있다. 그 많은 이유 중에 내 마음에 꽂히는 하나의 이유가 있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이다.   

   

 술자리에서 친구가 말했다. “요즘 브런치에 글이 안 올리는 걸 보니 네가 요즘 일도 잘되고 걱정이 없구나~” 갑작스러운 친구의 말에 반사적으로 말이 생각을 앞질렀다. “그 시인분이 요즘도 연탄재가 생각날까?”

말을 내뱉고 나니 생각이 뒤따라 왔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왜 글을 쓰지 않는가?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가? 그날 이후 며칠 동안 생각이 밤마다 방구석을 떠나지 않았다.


 작가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니 마감을 지켜야 할 일도 없고 좀 글 완성도가 떨어져도 핀잔이나 비평받을 일도 없는데 글 쓰는 일은 어렵고 힘들었다. 한 줄 써가기가 어렵다는 말로는 부족하도록 머릿속이 꽉 막혀 이야기가 끌려 나오지 않았다. 나를 그토록 틀어막은 돌덩이를 앞에 두고 자판 위에 손을 얹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돌덩이 앞에 다가가지도 않고 더 이상 컴퓨터를 켜지도 않게 되었다. 그때가 여름이 한창일 때였다. 여름은 덥고 습하고 답답했다. 가을, 겨울 보내고 다시 여름이 시작하는 지금에서야 조금 솔직한 내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은 어느 정도는 가면 쓰고 산다는 말이 술자리에서 나오면 그 순간은 정말 취한 것이다. 상대에게 내가 쓴 가면을 벗을 찰나이다. 그 찰나에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라는 말이 내 안의 누군가의 목소리로 또렷이 들리면 부끄러움을 느낀다. ‘브런치스토리’의 나의 구독자 중 상당수는 나의 지인이거나 지인의 지인들이다. 그 지인 중에는 나와 너무도 가까운 사람도 당연히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올리는 글에는 늘 검열이 따른다. 내용과 언어 모두 가족오락영화 등급의 기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15금은 청불 이상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내 욕망이 나의 시간을 끈적하게 뒤덮는 순간에도 브런치의 글들은 미담과 감사함의 은혜로 가려졌다. 그렇다고 내 속마음 그대로 옮겨 적으면 어찌 되겠는가?  그러겠지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내 마음이 불온하고 부도덕한 상상으로 가득 차 있다는 말이 아니다. 내 하루의 거의 대부분은 감사함과 숭고함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그냥 아주 평범한 중년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의 유익함을 안다. 나는 독자들 앞에 옷을 잘 차려입고 나가 멋있게 노래 부르고 갈채를 받고 싶다. 그러니 글을 한 편이라도 더 쓰게 되고 써놓은 글을 다시 고치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명확해진다. 브런치가 없었더라면 글쓰기는 내 인생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브런치가 주는 유익함과 다르게 나를 유치한 인간으로 만들기도 한다. 다른 작가님들의 꾸준한 글쓰기와 감탄스러운 글을 읽노라면 시기와 질투가 생긴다. 글을 올리는 기간과 횟수가 길어지고 늘어날수록 나의 편협한 경험과 얕은 사고의 깊이를 확인하고 나면 반성보다는 브런치라는 벌판에 맨몸 벗겨지는 듯해서 한동안은 앱을 열어보지도 않는다.


 오랜만에 글을 올리며 이제부터는 글 쓰는 흉내 내지 않고 솔직한 마음을 아이처럼 적어보자고 했으나 글을 써 내려가는 지금도 모두 지워야 할 정도로 내 마음은 불편하다. '사람이 너무 솔직해도 못쓴다.' 이 말의 두 가지 의미가 다 맞는 것 같다. 글을 못 쓰기도 하지만 너무 솔직하면 사람이 뻔뻔해지고 무례해진다. 글 쓰는 일은 참 어렵다. 그러나, 비록 나만이 아는 내가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더라도 이렇게 글이라도 쓰며 묵은 찌꺼기 삶을 글 속에 넣고 지우며 가야 한다.


 그렇다고 무언가 다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살려고 한다. 오늘 다짐하고 내일 실수하고 모레 반성하며 말이다. 아내에게 술을 완전히 끊어 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운동을 마치고 무알콜 맥주를 사 왔다. 담배로 따지면 ‘무알콜 맥주’는 ‘니코틴 패치’ 쯤 되는가?라고 혼자 말하고 실소했다.


내 글을 읽은 친구와 가족 그리고, 지인 들게 공지합니다. 정원철은 이제 글을 올리지 않습니다. 대신 제이원이 그 일을 대신합니다. 제이원이 실수하더라도 이해하세요. 제이원은 제가 아닙니다. 제이원은 우리 모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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