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ALC (아시아 리더십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 시, 모 방송에 출연하여 한국 젊은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10대라면, 아직 10대라면 열심히 공부하십시오. 원하는 분야에 몰입하여 공부하세요
20대라면, 세상을 경험하고 좋은 멘토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기업은 프로세스를 배우기에는 좋지만, 중소기업에 일하게 되면 꿈과 열정을 배우고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20대에 중요한 것은 어느 회사를 다니는지가 아니라, 어떤 상사를 따르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말고 실수하세요. 어떤 실수도 경험과 자산이 됩니다.
30대라면, 명확하게 생각하고, 이제 스스로를 위해 일하세요.
40대라면, 본인이 잘하는 일에 전념하세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에는 늦었습니다.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확률이 낮아요. 본인이 잘하는 것에 어떻게 하면 집중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세요.
50대라면, 젊은 사람들에게 투자하세요. 그들의 실력이 훨씬 월등합니다. 그들을 미래를 신뢰하고 투자하고 육성하세요.
60대라면, 본인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세요. 경험을 공유하세요.
상사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일만 잘해서 되는 자리가 아니다.
구성원의 상호 작용을 지속시켜 더 나은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테스트를 수행 중인 자리이다. 보통 40대에 상사가 된다고 가정하면, 자신이 20-30대 구성원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타인과 함께 가치를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고, 배타적이며 공동체를 존중하는 성숙된 의식이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다. 스스로 이러한 가치 창출에 기여도가 낮다고 판단된다면 당신은 자질이 부족한 상사이다. 주변에 이런 부류의 상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실로 좋은 상사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과정인가 보다.
"20대에는 좋은 상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나쁜 상사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나쁜 상사는 그냥 나쁜 사람인 경우로 봐야 한다. 조직 운영에 서툴다고 나쁜 상사는 아니다. 가령 성추행을 한다든지, 회사 기밀을 사욕을 위해 누설한다거나, 의도적인 사내 정치공작과 후배의 성과 가로채기 등을 하는 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나쁜 상사이다. 열거하다 보니 주변에 이런 부류의 상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기분이 씁쓸해진다. 사견이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나쁜 상사는 무조건 멀리하여야 한다. 나쁜 상사는 과거에도 앞으로도 계속 나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들과 오랜 기간 일한 후배들이 대부분 그와 비슷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들은 비생산적인 주제로 조직을 현혹시키거나 거짓과 위선으로 조직의 건전성을 해한다. 그래서 마윈 회장의 말대로 20대에 좋은 상사를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질이 부족한 상사는 일을 못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리더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 업무 역량에 대한 잣대와는 구분된다. 업무 역량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KPI (Key Performace Indicator) 성과에 직결되는 개인 능력에 대한 평가를 칭하기 마련인데, 상사에게는 이런 역량으로는 다 묘사할 수 없는 자질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따라붙는다. 부족한 역량이 있다면, 학습하고 익히면서 귀결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조직에서 상사로서 가지는 고민은 이것이 효율적인 접근인가는 부분이다. 직접 극복해 보자는 추상적인 호기는 세상이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에나 가능하다. 세상과 사업 환경의 변화 속도를 감안하고, 회사에서 더 폭넓은 역할과 다양한 임무를 받게 되는 상사들에게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최적화된 결과를 장담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40-50대가 되면 이제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투자하라."
이제는 늦은 것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구성원의 역량이 합을 이루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조직운영 방법이다. 가끔 사원 대리 시절의 의욕으로 새로운 것을 다 배워서, 스스로 과제 수행을 하려는 상사들을 본다. 과제 외에도 다른 업무가 또 마감 시한에 임박하니 다급해진다. 혼자 하는 방식에 젖어 일을 벌여서는 오히려 팀 구성원들의 원성만 높아지니, 독불장군이나 워커홀릭이란 평판에 이견을 낼 수 없다. (필자의 동료 얘기 이지만, 그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 업무 뒤에 숨어있다가 성과에만 무임 승차하는 교활한 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제는 후배들을 과제의 중심에 두고 그들의 보조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재구성해야 한다. 따라서, 역량이 부족한 상사보다, 이러한 역할 변화를 수용하고 구성원 간 상호 작용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자질이 중요한 것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소통하며, 조직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그들과 회사(라는 이익집단)의 연결자 역할을 수행하며, 내가 가진 경험과 업무적 역량(강점)을 그들의 것과 융화시켜내는 자질은 수치화하여 KPI로 관리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래서 말 그대로, 자질이라는 말로 설명되는 중요한 능력치이다. 그래서 마윈 회장의 말대로 40-50대가 되면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투자하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면 누구부터 할 수 있을까. 순서가 따로 있을까.
구성원을 중심에 두고, 그들을 배려하며 함께 목표를 이루어가는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자질이 부족한 상사들이 있다면, 한편으로는 그들의 고충도 이해되길 바라본다. 우리는 커피 한잔 하며 회사에 대해 불평불만을 얘기 나누고, 상사들을 험담하거나, 악담도 서슴없이 나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고, 자기표현이 보장되고 중요한 현대인들의 삶 속에, 이런 상황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늘 불완전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하여 왔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상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상사들로 인한 불편함과 불만에 대해 지적하되, 그래도 한번 더 힘내 본다는 긍정의 마음가짐을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인 걸까. 구성원들의 노력은 어디까지가 적당한 것인가. 조직 구성원으로서 변화에 동참할지, 어느 정도 노력을 더 할지는 누구도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위기 앞에 흔들리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곳의 리더 그룹인 임원과 상사들이 우선적으로 비난을 받게 됨은 마땅하다. 조직 문화를 건전하게 견인하고, 양질의 리더 그룹을 체계적으로 육성하지 못했다면. 회사 성장의 지속가능성 (Sustainablity)을 약화시킨 것이며, 이는 구성원과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비난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이제 변화를 기대한다. 세상에 그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모두가 변화를 원한다면 그 시작은 누구부터 해야 하는 것인가. 순서가 따로 있을까."
당신도 누군가의 상사가 될 것이다.
정답을 외부에서 찾는 것은, 내면의 변화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불확실성이 크고, 결과 예측이 어려운 법이다. 개인적으로, 인생의 많은 선택 기로에서, 최악의 결정은 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경우였다. 입으로 말 만 많고 행동하지 못했을 때 그 결말은 늘 후회였다. 부정적인 사고는 자신의 행동과 의식을 제약한다. 긍정적인 자들만이 도전하고 성취하는 결정을 내리는 법이다. 때로는 실패하지만 그 속에서 교훈을 얻어가 더 성장하는 것이 후자의 경우이다. 우리가 서슴없이 내뱉는 부정적인 말들은 암세포 같이 조직의 말초신경을 파고들어, 자신은 물론 다른 구성원들의 가치 판단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위기가 클수록, 작은 소문에도 불신은 확대되고 조직력은 흔들릴 수 있다. 직장인으로서의 성공적 커리어와 사업가적 마인드를 체득하고자 한다면, 환경을 탓하는 수준에 멈추어서는 안 된다. 주변 동료들과의 대화에서부터 당신이 좋은 리더로서 자질이 어느 정도인지 갸늠해 보자. 10년 안에 지금의 당신도 곧 누군가의 상사가 된다. 자신의 시간을 실패한 자들의 경험에 그대로 머물게 해서는 안된다.
"Leadership is not about titles, positions or flowcharts. It is about one life influencing another." – John C. Maxwe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