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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스카이 Sep 13. 2020

11. 영화 메트릭스 속에서 살다.

직장을 다녀야 하는가?

1999년 5월 개봉한 워쇼스키 감독의 [The Matrix]는 나의 인생관에 큰 영향을 끼친 전무후무할 영화로 기억한다. AI에 의해 인간의 기억마저 지배되는 가상현실 매트릭스를 탈출하려는 모피어스와 그가 인류 구원의 마지막 영웅으로 선택한 주인공 네오의 스토리는, 총 4편에 걸쳐 특별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고. 1편을 막 감상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SF영화 장르가 이렇게 철학과 인문학적 고민을 안겨 줄 것이라고 사실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를 마친 후에, 화려했던 특수효과와 액션씬에 가려진 매트릭스라는 영화의 설정과 배경에 이상하리만큼 여운이 남았고, 커피 한 잔을 두고 사색에 잠기게 되었다. 우리를 사회적으로 존재하게 하고 또한 규정하는 시스템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왜 지금처럼 사는가?

왜 이렇게 바쁘고.. 나의 일상은 내가 선택한 결과인가?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것이 비단 나만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시원하게 정답을 얘기할 수 없는 것이 대다수의 우리가 아닐까. 우리는 월급쟁이는 더 이상 답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왜 회사에 계속 종속되는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왜 인가? 나는 금년도에 팀 내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며 축하를 받았지만 그 성과는 누구의 것이고 어디로 가는가? 영화처럼 잘 짜인 매트릭스. 그 시스템적인 메커니즘. 이 거대한 회사는 어떤 시스템이며, 이것을 만든 자는 누구이며. 어떻게 운영되는가? 여기는 누가 지배하는 곳이고, 그 지배 계층과 나는 뭐가 다른 건가...? 실체가 있나. 나는 벗어날 수 있나. 무엇을 통찰하고 무엇을 채워야 하나. 왜 열심히 일하는 것인가. 결국 나는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걸까. 질문은 꼬리를 물고 질문에 대한 질문은 결국 나를 원점으로 되돌려놓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 방식은 최선인가. 왜 지금처럼 사는가?  

 

그렇게 메트릭스 밖을 그려보기 시작한다

원하는 것이, 목표하는 것이 명확한 자는 참으로 운이 좋은 자이다. 삶을 이끌어 갈 방향과 목적지가 분명한 만큼  혼선이 적을 것이고, 목표에 대한 기대와 확신만큼 몰입하여 총력 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좋은 가장으로서 가족 구성원을 잘 보호하고 남 부럽지 않은 여유와 행복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 한편, 직장에서는 영업팀의 관리자로서 좋은 성과를 달성하여 금전적 보상과 진급이라는 조직 내 명성과 인정을 누리고 싶었다. 조직이 부여하는 목표가 동기부여가 되고, 그것이 자신의 성장을 견인해 온 바 분명히 있을것이다. 하지만 전통적 조직 구조 속에서 (혁신적이지 않은 조직 구조라 칭하고 싶다) 피라미드 중하위에 위치한 계층적 한계는 결코 자신의 시간 투자와 노력에 비례하는 보상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조직의 시스템은 견고하고, 쟁취할 수 없는 공정한 결말. 그 속에서 불만이 쌓여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와 조직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현실의 안정감에, 어느새 다시 안도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 답이 정해진 세상에서 안도하며 살아가는 나는..


"메트릭스 속의 인류와 닮았다." 


변화는 현재의 문제를 자각하고 본질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자신이 메트릭스 속의 인류와 닮았다는 생각은 동시에 메트릭스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고찰하게 만들었다.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늘 노력하고 개선하고 불평하고 도전하고 성취하고 안도하였던 나. 그만큼의 진지함과 성실함 그리고 10년 이상의 사회생활이 안겨준 지혜와 역량을 토대로, 시스템 밖의 나를 창조할 수 있을까. 인식의 전환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나는 메트릭스 밖을 그려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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