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주춧돌을 놓다.
미시경제학은 공들인 탑과 같은 학문이다. '경제적 인간'이라는 주춧돌을 바탕 삼아 여러 가지 정리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학기에 공부한 미시경제학은 교양 삼아 했던지라 엄밀한 수학적 증명을 병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제학의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지를 파악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경제적 활동은 동전처럼 양면이 존재한다. 한쪽 면이 약자의 복지에 중점을 둔 아이디어라면 반대 쪽면은 시장의 효율을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내가 공부한 미시경제학은 후자 쪽의 아이디어에 가깝다. 위대한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시장의 위대함을 역설하였다. 그는 'Invisible hands'를 제창하면서 개개인의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의 시장의 최대 효율을 이끌어 냄을 주장하였다. 이는 실로 놀라운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효용만을 생각하며 지극히 이기적인 선택을 했을 뿐인데 사회의 후생이 좋아졌으니 말이다. 시장 경제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시장 논리에 거슬리지 않는 경제 정책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 어떤 방식이든지 시장을 교란시키면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음을 곧 알 수 있다. 바로 기본 공리인 '경제적 인간'의 가정이 모든 인간을 묘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나부터도 경제적 인간이 아니다. 나는 기분에 따라 한없이 비합리적이기도 하며 측근에 한해서는 이기적이지도 않다. 특히 고도의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무결한 선택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미시경제이론은 계속 사용된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경제적 활동을 근사적으로나마 수학으로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수요곡선과 생산 곡선을 사용한 해석은 인간의 행태를 설명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만약 분야를 기업이론까지 좁힌다면 미시경제이론의 정확도는 더욱 상승한다. 기업은 집단지성의 결과로 움직이는 만큼 충분히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인간'의 가정에 보다 잘 들어맞는 경우이다.
나는 미시경제학에서 배운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고르자면 '동전의 뒷면을 보는 방법'이라고 말할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사건을 다각도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공간 상에서 물체를 인지할 때 그 물체의 정사영을 인식하는 것처럼 사회도 그렇다. 사회는 항상 자신의 약점을 뒤로 감추려는 시도를 한다. 이를 굳이 뒤집어서 확인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추게 된 것은 이번 학기의 가장 큰 수확이다. 표면에 현혹되는 가벼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