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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어스픽 Mar 27. 2020

비어스픽은 왜 시작했을까?

#1 비어스픽의 시작


꼭 맥주 여야만 했을까?
 


사실 나는 맥주를 굉장히 좋아한다. 20대 초반에는 세계맥주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도 했었고 나와 술 한잔 기울였던 사람들은 내가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대부분 알 정도로 맥주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내가 단순히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비어스픽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 맥주를 좋아했었다...(feat.싸이월드)


약 4~5년 전 영상 프로덕션을 운영하면서 외주만 하는 것이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지 나 자신에게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내린 결론 중의 하나는 거창하지만 


'문화를 만드는 것' 이었다. 


문화라는 단어는 정말 포괄적이고 정의 내리기가 힘든 단어인데 나는 어릴 때부터 음식, 영화, 패션, 스포츠, 책, 공간, 여행  등 정말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았다. 이러한 것들을 다 포괄할 수 있는 표현이 문화라고 생각했고 일단 나는 문화가 좋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문화는 사람의 루틴 한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나만의 정의를 내렸고,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으나 내가 스티브잡스나 일론머스크처럼 엄청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그것이 문화가 되게끔 하는건 어렵다고 생각했기에 나만의 방식으로 문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고 이렇게 결론을 내려봤다. 


기존의 것들이 융합이 되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이 새로운 문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어떻게, 무엇을, 융합을 해야 할지는 몰랐고 그것을 찾기 위해 운영하던 프로덕션을 잠시 접고 회사 생활을 잠깐 했었는데 그 시기에 좋은 기회로 '구스아일랜드'의 서포터즈를 하게 된다. 대학생도 아니었지만 그저 공짜로 맛있는 맥주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지원을 하게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뽑히게 되었다.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사실 나는 구스아일랜드 맥주를 마셔본 적이 없었다...


정말 이 말이 너무 멋있었다. 유일한 맥주는 아니어도 최고의 맥주이길 바란다니...


모임 첫날 아주 큰 기대를 하고 가진 않았었는데 너무 많이 퍼줘서(?) 조금 당황했고 그래도 너무 즐겁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날 맥주를 통해 문화적 충격을 하게 되는데...


비로 이 놈들이 날 충격으로 몰았다.


한 가지는 사워에일 이라는 종류의 맥주였는데 식초처럼 아주 신맛이 오지게 나는 맥주였다. 상한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강렬했고 이런 게 맥주라니 생각을 하는 찰나 아주 비싼 맥주를 꺼내왔는데 바로 버번카운티 였다.

  

사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고...주면 너무 감사하고...밤만 되면 생각이 나지만...


이 당시에는 그저 비싸니까 한 번 먹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모든 서포터즈들이 버번카운티를 준다니까 아주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었다. 근데 알고 보니 아무도 안 먹어본 거 같았다. 역시 사람들은 그저 비싼 거라면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귀한 맥주를 입에 대는 순간 다들 적잖이 당황을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맥주에서 위스키 맛이 나다니...이건 식초보다 더 한 충격이었다. 한 컵에 담아 한 바퀴를 돌았는데 정확히 반이 남아서 왔다. 다들 비싸다고 막 먹진 않는 모습들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를 여운이 남았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재밌고 맛있는 맥주가 세상에 많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맥주는 우리가 축구를 보면서, 영화를 보면서, 책을 보면서, 페스티벌에서, 요가를 하면서, 여행을 가서, 음악을 들으며 즐긴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고, 어쩌면 맥주가 내가 찾던 융합의 구심점이 되는 키워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들뜨기 시작했다.


융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맥주를 곁들인


그날 이후로 자연스럽게 수제맥주 세계에 들어가게 되었고 다양한 곳에서 맥주를 즐기게 된다. 하나하나 새로운 맥주를 맛보는 것이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맥주를 좋아하는,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모임도 만들어 보고 막연하게나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2017년 10월 회사를 퇴사한다. 그리고 다시 프로덕션을 운영하면서 결심을 하게 된다.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맥주로 뭔가 만들어보자.'

그렇게 2017년이 끝났다. 그 사이 나는 정말 많은 맥주를 마셨다.

그 뜨거웠던 현장들을 마지막으로 걸면서 이번 편을 마무리한다.

-다음 편에 계속-


사진 꼭 보고 가세요. 맨 밑에 쿠키 구워놨어요.

참 열심히 살았다. 역시 인생은 열심히 살아야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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