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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Oct 19. 2023

부지런히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어라~

별 것 아닌 것들이 모여 별 게 되는 게 인생이듯이.

무엇을 쓸지 고민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나답게 하지 못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가?

자문이 들었던 시간들로 인해 권태기(내지는 게으름)를 겪게 된 시간들이었다.

상담기록은 벌써 몇 년 전 일이고 아픈 기억을 뒤져 생생하게 떠올려야 하다 보니 긴 시간이 필요한 데다 자기 연민에 빠져 울렁이는 감정을 가라앉혀야 하기 때문이리라.

또 이것저것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어떻게 평가될지 두렵고 익명성을 빌려 용기를 짜내었지만 그마저도 동나버린 듯, 뭐 그런 사소한 걸 쓰려고 하는지 내가 하찮게 여겨지는 순간들의 연속이었으니 이 정도면 핑계 없는 무덤 크기가 왕릉을 거뜬히 넘겼을 테다.


실은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평소의 나는 말이 많고 <웃기는 모든 것>을 좋아한다.

개그코드가 맞으면 박장대소와 물개박수는 기본이다.

본디 말을 많이 하고 싶어서 일반인의 2배속 이상으로 빠르게 말하는 급한 성격에 목소리마저 큰, 남을 웃기는데 진심인 전형적인 잘 웃는 아줌마 되시겠다.

오지랖도 넓어서 남의 일 내 일 가리지 않고 참견하고 오만가지 세상일에 관심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참 많다.

그런 내게 말과 글을 가다듬는다는 건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라가는 것과 비슷 고난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꾸 글을 다듬다 보니 글이 낯설게 느껴진다.

이도저도 아닌 것들을 쓰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잠이 든다.

잘하고 있는 걸까? 자기 확신이 생기질 않는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보면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 본 경험이 얼마나 있었을까?

꼭 확신을 기반으로 한 글을 써야만 하는 건 아닐 텐데.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는 걸 머리로만 이해했던가.


불쑥 상담선생님과 사담으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 당시에 재밌게 보던 드라마에서 심장이 쿵 내려앉는 설렘포인트가 있어 가슴 떨리는 느낌을 오래간만에 즐겼다고 떠들어대다가 최근의 연애대상을 물어보시기에 연애는 아니지만 설렘의 감정을 홀로 즐기다가 짝사랑으로 접었던 후배사건을 얘기할 때였다.

"별생각 없었는데 알고 보니 제가 좋아했더라고요"

"아, 그럼 직접 얘길 하진 않으신 거네요?"

"아유 당연하죠. 제 감정을 절대 상대방이 알아선 안 돼요"

"왜요?"

"그냥, 그 사람 입장에선 언짢을 수 있으니까요"

"자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언짢기까지 할 일인가요?"

"그 후배 입장에선 그럴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이 언감생심 본인을 넘본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마음지기님이 어때서요? 그럼 입장을 바꿔서 누군가 나와 비슷한 조건의 사람이 좋아한다고 얘기하면 기분이 언짢을 것 같으세요?"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워낙에 입장이 다르니까요. 저는 애도 있고 이혼도 했고 나이도 많은데..."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좋아하는 감정도 그런 조건에 맞춰야 해요? 마음지기님은 모든 면에 완벽하고 싶어 하시는 것처럼 보여요. 그렇게 싫다고 말씀하셨지만 여전히 부모님이 마음지기님을 바라보던 눈으로 평가하며 자기 자신을 재단하시네요."

"아.... 그랬네요 제가..."


한낱 인간이 완벽할 수 없는데 완벽하고 싶어 했던 나 자신을 깨닫고 초라하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언젠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후배에게도 설레는 감정 느낄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웠다고 얘기해주기로.


그렇게 내가 나를 완벽할 수 없는 인간임을 인정해 주겠다 다짐했으면서 브런치에서 누군가에게(그것이 누구인지도 왜 잘 보이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잘 보이고 싶어 완벽한 글쓰기를 추구하고 있었던 나를 좀 내려놓자.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한 많은 보릿고개여~

글쓰기 보릿고개를 넘고 나면 언젠가 풍년이 들지니~

오늘 하루도 이렇게 이야기 를 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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