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지기 Jun 08. 2023

벌써 일 년

아킬레스건 수술 및 회복기

오른발 아킬레스건을 처음 다친 건 16년 6월 어느 날,

왼발 설상골연견골절로 목발을 짚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문을 열며 오른발을 잘못 디뎌 넘어지려던 걸 넘어지지 않기 위해 성급히 내디딘 왼발 발등 윗부분을 심하게 꺾여 악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다친 게 원인이었다.

한 달 이상 목발사용으로 왼발은 나았지만 오른발 아킬레스건염은 조금씩 진행되었다.

쉬어야 낫는 병이라지만 계속되는 교대근무에 다리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낫지 않은 채 방치되었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차량 통행을 위해 아주 낮게 설치한 보도블록 턱(턱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아주 낮은 턱)에 걸려 넘어져 왼발목을 좌우로 접질려 인대 세 개 중 두 개가 완파된다.

인대가 붙을 때까지 아주 장시간 목발을 사용해야 했고 당시 아파트 입주시기와 맞물려 이사까지 하느라 아킬레스건염은 돌볼 겨를도 없이 나빠져만 갔다.

정형외과에서는 진통제 처방과 다리를 쓰지 말고 쉬라는 뻔한 얘기만 해줄 뿐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찾아간 경찰병원에서 초음파와 mri 촬영으로 아킬레스 건 내 염증 물주머니를 찾았다.

시간을 두고 관찰하다가 수술하기엔 너무 젊으니 주사를 이용해 물주머니 염증을 빼보자고 한 게 2019년 4월.

그 후로 좋아지는 듯싶었으나 2019년 7월 지원했던 타서로 전출 발령이 나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3층 사무실로 갔다.

과장실은 1층, 여자화장실은 2층, 하루에도 수십 차례 계단을 오르내리며 다시 악화되는 건염.

2020년 코로나사태가 발발하고 업무가 점점 늘어난다.

병원은 갈 엄두도 못 내고 그저 참고 버티던 시간들.

걷는 자세가 틀어지니 왼쪽 무릎이 아프고 골반도 틀어지며 허리통증까지 가중된다.


2022년 휴직, 몸을 돌보지 않은 대가는 수술로 치르게 된다.

4월 촬영한 mri에서 본 발꿈치는 뼈가 하얗게 보였다.

염증이 발꿈치 뼈 전체로 번졌기 때문이라고, 염증 제거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에 동의했고 지저분해진 건 가닥을 정리하며 자라난 골극도 제거하자기에 알겠다고 했다.

작년 오늘 나는 아킬레스건 첫 수술을 받는다.

수술 2주 후 퇴원했고, 다시 2주 후 첫 외래에서 염증 소견으로 재입원을 권유받는다.

재입원하여 45일간 염증 수술을 위해 네 차례나 수술실에 다녀온 후 퇴원했으나 그러고도 낫지 않는 염증으로 몸과 마음 모두 지쳐가던 즈음, 3차 병원인 서울대병원을 찾아갔다.

다시 mri를 찍고 뼈스캔 추가촬영으로 확인된 종골 골수염.

23년 2월 1일 골수염수술을 끝으로 현재 회복 중이다.


짧고 간략하게 정리하고 보니 별 일 아니었다 싶기도 하지만 이번에 배운 게 있다면 아픈 몸을 제때 제대로 돌보지 않은 대가는 몇 수십 배로 갚아야 한다는 것.

이제는 건강이 최우선이다.

나에게 직장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평생직장으로 고집해야 할 필요도 없다.

언젠가부터 마음속 마지노선으로 정해둔 20년만 채운데도 나쁘지 않은 인생일 것이다.

남들이 간다고 꼭 같은 길을 가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