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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Jan 12. 2024

중학생이 될 너에게

엄마는 있는 그대로의 널 사랑해

사랑하는 나의 딸 알콩이에게


얼마 만에 불러보는 너의 태명인지..

처음 네가 나에게 찾아와 주었을 때 한참을 고민하다가 너와 함께 알콩달콩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알콩이라고 이름 지어줬단 얘길 들려주었을 때 환히 웃던 네가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덧 예비중학생이 되었구나.

넌 나의 첫 아 어떤 의미로는 나에게 첫사랑 이기도 해.

물론 너만큼 사랑스러운 동생 달콩이를 낳았지만, 10여 년 전 너의 아빠와 이혼하면서 친권 양육권을 나눠가져 왔기 때문에 지금은 엄마가 너만 기르고 있어서 너는 내게 더욱 애틋하고 소중하다는 걸 넌 잘 모를 거야.

1월 3일 너의 졸업식 날 졸업식장에 앉아있는데 문득 콧날이 시큰해졌어.

2018년 3월 너의 입학식이 떠올랐거든~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결이었는데, 뭐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까..


초등학생 1학년이 된 네가 마냥 어리게만 느껴져 학교에 가는 게 불안해 좀 걱정했는데 너의 담임선생님께서 자기소개와 함께 잘 돌봐주시겠다고 인사를 해주시던 모습이 따듯해 보여서 엄마는 안심했어.

그 선생님께서는 널 두고 "보물"이라며 깊이 사랑해 주셨지.

그리고 해마다 만난 선생님들도 하나같이 널 예뻐해 주셔서 학교생활세부사항기록부에는 그런 너를 칭찬하는 내용들로 가득 채워졌어.

참으로 부족한 나에게 네가 자식으로 와준 사실만으로도 이미 큰 선물인데 이렇게 멋지고 좋은 아이를 내가 키워도 괜찮은지, 과연 나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며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드렸지.

내가 널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엄마가 되게 해달라고.

그렇게 나는 너를 위한 기도는 드렸지만 교대근무를 하는 나를 대신해 너를 키워주신 건 내 부모님이셨으니 네가 잘 자란 건 99.9% 너의 외조부모님의 덕분이야.

2월이면 엄마집으로 들어와서 중학교에 진학할 너를 두고 이제는 보내야 한다는 아쉬움과 이만큼 잘 키워냈다는 뿌듯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나는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

어느새 할머니보다도 더 큰 키를 자랑하며 내 옆에서 까치발을 들고 걸으며 곧 나와 비슷해진다고 좋아하는 짓궂은 너의 표정은 6년 전과 똑같은데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러버린 걸까.

자식이 자라는 게 아깝다고 하소연하던 어느 선배의 얼굴이 떠올라... 나도 그런 비슷한 감정인 건가?


너에게 늘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너무 중요해서 네가 꼭 잘 알아야 하는 그 이야기를 오늘도 좀 해볼게.

난 네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진 않아. 네가 해서 좋은 일과 즐거운 일을 알아서 잘 찾길 바라.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네가 그 이유를 찾으면 공부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아 봤더니 공부를 잘해야 유리하다고 얘기하는 건 너에게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거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네가 살아야 할 미래는 정말이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모습일 거야.

엄마 절친 연이이모 알지? 선생님인 이모와 그런 얘길 나누었어.

요즘은 직업도 세습되는 것 같다고.

엄마만 해도 그렇지?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관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이모 주변엔 선생님의 자식들이 선생님을 많이 한다더라.

사람이 보고 들은 경험치가 그 사람직업까지도 좌우한다는 무섭고 슬펐어.

가만 생각해 보니 할아버지도 40년 넘게 유지 중인 모임 5명 전직경찰관 중 4명이 자식 하나씩은 전부 경찰더라.

엄마는 네가 경찰관이 되는 건 꿈도 꾸고 싶지 않아.

처음엔 엄마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좋았거든?

길을 가는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게 힘들어 보여 태워주고 싶었는데 그때 같이 순찰차를 타던 직원이 그러면 다음번에는 가는 순찰차를 세워서 태워달라고 하니 그래선 안 된다더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는 게 내 맘과 같지 않다는 걸 깨달은 건 순식간이었어.

그 "어려움"이라는 게 경찰관이 도울 수 없는 부분인데도 자꾸만 경찰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

술이 취해 싸우고 시비하고, 우리에게도 욕설을 하고 사건이라도 하게 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하고..

수시로 전화하고 찾아오고 하소연하고 욕하고 행패 부리면 달래서 돌려보내는 게 우리들의 일이고...

경찰은 그런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야.

어떤 이유로든 화가 난 사람들이 민원을 내겠다고 전화하고 찾아오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전화를 하는데 수백 통의 이상한 전화에도 허위신고 스티커를 발부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을 자꾸 만나다 보니 나도 같이 사람이 어려워지더라.

좋은 이유로 만날 일이 없는 직업이 바로 경찰관이더라고.

너도 알다시피 엄마는 온 감각기관이 예민함의 끝판왕인데 이 직업이 엄마에게 맞을 리가 있겠어?

하지만 엄마는 너를 책임지고 잘 키우겠다는 목표로 오늘도 이렇게 날을 새고 있지.

그래서 나는 알콩이 네가 나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길 간절히 바라고 기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경찰관이 되고 싶다면, 그것은 오롯이 네 뜻이어야만 해.

너의 미래를 결정하는 그 어느 부분에도 "엄마 때문에"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거든.

(너도 잘 알다시피 엄마는 할머니 때문에 경찰관이 되어서 더 그럴지도 몰라)


알콩아, 건강하고 바르게 이렇게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가 무슨 복이 이렇게 많아 알콩이처럼 멋진 아이가 엄마한테 와주었는지 모르겠어

지금처럼 앞으로도 잘 자라주길 부탁할게.

엄마도 예비중학생의 부모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는 칭찬과 격려를 더 많이 하고 네 말을 더 경청할게.

네가 있어서 엄마는 너무 행복해.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 알콩이 엄마가 된 일이야.

곧 사춘기가 올 너를 위해 엄마도 더 노력할 테니 우리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꼭?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그 누구보다도 널 응원해.


"알콩아 엄만 너를 사랑해 알콩아 엄만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엄만 너를 사랑해"

우리만의 노래, 알지? 사랑해 이쁜 내 새끼!


한 발짝 뒤에서 널 따라가는 엄마가 되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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