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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온트 Sep 15. 2020

오늘의 자랑거리8

2020년 9월 15일 화요일

또 잠시 소홀했던 동안 자랑거리가 조금 쌓였다.

매일 쓰려고 했던 걸 8번째 만에 벌써 밀리고 있다는 건 자랑거리가 전혀 아니지만.


1. 현관과 거실을 잇는 공간에 커튼을 달았다.

처음 이 집에 이사 왔을 때부터 생각했었다.

여기에 커튼을 달면 분리수거 통도 안 보이고, 신발냄새도 덜 나고,

공간 분리도 되고, 더 아늑하고 참 좋겠다.

그런데 고작 그 커튼으로 쓸 천 쪼가리 사는 게 그렇게 어려워 보였다.

커튼봉에 들어갈 구멍의 크기며, 내가 필요한 길이며, 폭을 재는 것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어려워 보였다.

그렇게, 다음에. 마음먹는 날 살래. 이러고 있던 것이 어언 2년.

어느 날 용기 내서 가리고 싶은 곳의 크기를 쟀고

그날 바로 주문을 넣었고 그다음 주에 물건을 받았다.

다이소에 가서 삼천 원 주고 봉집도 샀다.

안 들어가면 어떡하지 걱정은 괜히 했다.

예쁘게 딱 알맞다.

바람이 불면 살랑거리는 게 보기가 좋다.


2.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을 챙겨보진 않지만

왠지 나도 나의 집을 정리하고 싶어 졌다.

방송처럼 획기적으로 구조 자체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지난 2년 간 살면서 쌓인 짐을 마치 이사를 떠나는 마음가짐으로 다 비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리에 집의 구조를 그려놓고 구역을 나눴다.

총 5구역, 매일 한 구역씩 처리한다면 5일이면 끝나는 정리였다. 만만해 보였다.

첫 번째 구역은 현관과 거기 있는 선반, 책장이었는데 (커튼을 산 것도 이 정리의 일환이다)

오.. 첫 구역부터 아주 만만치 않았다.

웬 잡지들은 그렇게 많은지.. 왜 잡동사니들을 그렇게 쑤셔 박아두고 내버려 뒀는지.

버릴 것이 정말 산더미처럼 나왔다.

다음 날은 화장실. 화장실 선반에도 안 쓰는 물건이 많았다.

대체 왜 쌓아두는 거야..?

그다음은 부엌 싱크대 밑 서랍장, 상부장 등

와 정말 부엌은 하이라이트였다. 서랍을 채우고 있는 것들 중 90퍼센트를 버려야 했다.

2018년에 어디서 받은 신라면이 아직도 있었다. 이걸로 할 말은 다했다.

그다음은 부엌 옆 정리용 선반. 이 선반도 애초에 잡동사니들 좀 진열, 정리할 용도로 샀더니

고무줄, 실핀, 이어폰, 안 먹는 사탕 등이 널브러져 있었고 시원하게 다 버렸다.

최근에 에어프라이어가 생겼는데 둘 데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했더니만

선반을 정리하니 거기 알맞게 딱 들어갔다.

(바로 비운만큼 채우는 클라스)

오늘은 대망의 덕박스를 정리했다. 근 5년 간의 나의 덕질기록들 ...

지금 봐도 예쁜 것들은 버리지 않았고 ^^

디자인이 별로 거나 딱히 손이 가지 않는 것들은 과감히 버렸다.

오빠.. 난 추억을 버린 건 아냐.. 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어.

거의 2주에 걸쳐서 이틀에 한 번꼴로 다 뒤집어엎고 나니 웬만큼 정리가 된 듯 보인다.

눈에 티가 나진 않지만 그 속으로 공간이 조금 넓어진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다.

이제 남은 것은 대망의 옷장.

옷장은.. (말을 잇지 못함) 미뤘다.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가을이 오고 있으니 긴팔, 긴바지 꺼낼 겸 한꺼번에 해야지 ^^하고

미루고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디데이는 이번 주 주말이다.

옷장 문을 열어젖히고 한번 난장판을 쳐볼 테다.

근 1년 간 단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라면 과감히 처분할 거다.

옷장까지 정리하고 나면 더 산뜻해질 수 있을 것 같다.

행운을 빈다 주말의 나야.


3. 어제 중학교 때 친구와 친구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하루 우리 집에서 자게 되어서 겸사겸사 함께 저녁을 먹게 된 것이다.

동네에서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고 싶었으나

야속하게도 문을 닫고 말아서 차선책인 다음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그 식당의 추천 메뉴는 페페로니 피자. 도우가 페스츄리라 처음 먹었을 때 너무 맛있어서 충격 먹었었다.

친구와 친구의 남자친구분도 제발 좋아해 주기를 하면서 데려갔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ㅎㅎ

미친놈 소리 나온 걸로 대만족.

알리오 올리오랑 먹물 리조또도 좋아해 줬다.

그리고 남자친구분과는 처음 보는 사이였는데도 셋이 잘 떠들었다.

그다음 코스는 동네 최애 카페의 아인슈페너.

친구는 배가 너무 불러서 아아를 마시고 말았지만

남자친구분이 시킨 아인슈페너를 마셔보고는 또 미친놈이라고 해줬다.

남자친구분도 동네 좋다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으심.

내가 데리고 간 곳을 상대방이 좋아해 주면 정말 뿌듯하고 고맙다.

어제도 친구가 자기 전에 오후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면서

남자친구도 만나고, 나랑도 같이 즐겁게 이야기하고, 음식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어서

힘든 오전이 다 잊혀졌다고 했다.

고마웠다. 그리고 충분히 자랑스러웠다!


4. 마지막으로 오늘 요가학원 3개월 권을 다시 결제했다.

으아 얼마만인지.

다시 오롯이 나의 몸과 나의 정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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