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퇴사를 말한 지 6일째 되는 날
오늘은 회사에 퇴사를 통보한 지 6일째 되는 날이다.
근무일로 치면, 저번 주 목요일에 말하고 오늘이 화요일이니 4일째?
끝이 정해진 이 과정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그중 하나로 기록을 하기로 했다.
글이던, 영상이던, 사진이던
뭐든 남겨놓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퇴사를 말하기로 결심한 날은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막연히 이번 달 안에만 말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요일에 어느 정도 회사가 눈치를 챌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윗사람이 타인의 입을 통해 나의 퇴사를 듣기 전에 내가 먼저 말해야만 하는 날이 다가왔다.
그것이 바로 목요일이다.
생각보다 떨리진 않았고, 머리가 복잡하지도 않았다. 식욕은 없었다.
퇴근 시간 후에 홀로 남아 차분하게 내가 왜 퇴사를 결정했는지 말했다.
수십 번 정도 머릿속으로 어떻게 말할지 말의 순서를 연습했다.
그리고 연습한 대로, 뱉었다.
약 15분 간의 일방적인 대화 속에서 가장 힘겨웠던 순간은 바로 처음.
'퇴사'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내뱉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는 뭐, 너무나도 납득 가능한 이유들이 따라왔으니까.
나는 생각보다 더 이성적이고 차분했다.
그렇게 10월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나는 걸로 결정되었다.
퇴사라는 언덕을 넘으니 이제 퇴사 전까지 여기서 버티는 일이 또 다른 미션으로 다가왔다.
싫고, 귀찮고, 미련 없지만 어쨌든 두 달을 버텨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좋게 웃으면서 최선을 다해보자고 마음과 머리는 외치고 있지만
정말 쉽지 않다.
지난 금요일에는 금요일이니까. 월요일이었던 어제는 월요일이니까.
요일은 나의 나태에 꽤나 합리적인 이유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맞이한 화요일.
금, 월의 내가 매우 맘에 들지 않았기에 오늘은 어느 정도 집중이라는 걸 해보고 있다.
100% 내 활력을 끌어올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어진 것만이라도 잘 끝낼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보내보자.
벌써부터 지난 금과 월을 후회한다는 건 좋지 못한 과거가 이틀이나 생겨버렸다는 뜻이니까.
그건 좋지 못한 사인이다. 더 열정적이고자 선택한 길의 시작에서
벌써부터 회피한 사람처럼 힘을 잃을 순 없어.
지금부터 나에게 현재란 가장 귀한 가치가 되었다.
지금부터 다음 스텝을 정확하게 내딛기 전까지의 모든 도약 준비 기간을 하루라도 낭비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시작에 닿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