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빠와 퇴사 후 거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애써 외면하고자 했던 사실들을 이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퇴사하고 중학생 때 이후로 살아보지 않았던 나의 고향 동네에서 살아보자고 생각했었다.
아빠는 당연히 부모 된 입장으로서 애써 키워놓은 딸이 넓은 물 마다하고
다시 좁은 구석으로 온다고 하니 달가워하지 않았다.
살아보자, 도전해보자 생각하는 건 잘못이 아니다.
다만 그걸 막연하게 꿈꾸는 건 잘못일 수 있지. 어쨌든 난 이상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야 하니까.
나는 아직 그동안 쌓여있던 내 마음의 짐을 덜어내느라, 그 짐을 덜고 자유로워질 순간을 기다리느라,
지금 나를 싸매고 있는 걱정들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될 순간을 상상하며 설레 하느라,
그 외 것들까지 어느 정도 과하게 긍정하고 있는 상태일지도 몰랐다.
요즘 계속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지금도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써 내려가 보고는 있지만
거기엔 현실과 로망이 자잘히 뒤섞여 있을 뿐,
정신 차리고 냉정하게 실행 여부를 판단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항목은 몇 개 없어 보인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하자는 게 내가 요즘 추구하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이지만
어쨌거나 은행 계좌에 쌓이는 숫자에 든든함을 느끼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가끔 일에서 보람을, 저녁에 하는 운동에서 뿌듯함을,
밤늦게 챙겨보는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에서 힐링을 느끼는 이 삶이 싫지만은 않았던 사람이니까.
그래서 방금 노트에 아래 4가지 항목을 정리했다.
1. 직업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배움과 로망, 취미 실현을 명확히 구분할 것.
2. 배움에 있어서 실행하고자 하는 항목들을 정리하고 그에 맞는 방법을 구체화할 것.
(학원, 장소, 학원비, 기간, 이후 전망 등) - 버전은 2가지로 (서울에서 / 집에 내려가서)
3. 서울 - 월세 지출 - 학원비 - 재취업
집 - 운전 - 학원비 - 재취업 (이사비용, 차 구매 비용 등까지 함께 계산)
퇴사 이후 거주지에 따른 비용을 비교하고 분석할 것.
4. 현재 보유 중인 자산에서 사용될 금액 예측, 잔액 저축 및 운용에 대한 계획,
그 사이 발생할 예상 추가 수입(퇴직금, 실업급여, 알바 등)들을 정리할 것.
다만 조금 천천히 흘러가고 싶으므로
10월엔 남은 근무기간을 성실히 잘 채우고 그 사이에 소소한 행복들을 지켜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오는 11월에 배우고 싶었던 것들 중 한 두 개를 실행시키며,
위 항목들에 대한 명확한 정리를 해나가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을 채워나갈 계획이다.
저 멀리 짙게 깔려있는 물안개를
이제 막 감지하는 단계지만, 언젠가는 물안개를 헤치고 헤치고 나아가
그 너머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도 올 테니까.
나는 나를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