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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르시시스트 부모와 연락을 단절한 이후

엄마와 분리 중입니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엄마와 싸운 이후 든 생각이다. 이렇게라도 나는 엄마와 선을 그어야 했고, 내 안에 존재하는 엄마를 떼어내야 했다. 엄마와 싸우고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 일체 전화도 하지 않았고 찾아가지도 않았다. 엄마도 단단히 토라져서 나에게 일절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벌어진 일은 주변 사람들을 통한 협박과 회유였다. 엄마는 동생들과 남편 등 나의 주변사람들을 붙잡고 하소연을 시작했다. 사위에게 전화해서 자신의 입장을 호소했다. 자신이 얼마나 상처받았고 내가 얼마나 모질고 못돼게 행동했는지 말하면서 내가 잘못했으니 무릎을 꿇고 싹싹 빌기 전에는 자신은 용서해 줄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다고 했다. 남편에게 그 말을 전해 듣고 나는 생각했다. '그 용서, 내가 구하는 일은 없을걸.' 오히려 엄마가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해도 내 마음이 누그러질지 모를 정도로 나는 화가 나 있었다. 실제로도 나는 그 후로 엄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연락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불편한 점이 그다지 없었다. 성인이 된 자녀가 노인이 되어 가는 부모에게 반드시 연락해야만 할 일은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주변사람들을 통한 회유는 극심했다. 엄마의 성격상 동생들에게 끊임없이 하소연하고 원망을 토로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움직여주기를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내비쳤을 것이다. 동생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물론 동생들은 엄마가 시킨 일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나르시시스트가 어떻게 사람들을 조종하고 자기 욕구를 위해 움직이도록 영향을 미치는지 정도는 안다. 동생들은 전화를 하거나 만나서 내 마음을 돌리려 했다. 엄마가 그런 성격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언니가 그러면 안 되지 않냐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나는 서운했다. 그래, 언니 마음 이해한다. 나중에 마음이 풀리면 연락하자는 말이 아니라 동생들은 엄마랑 똑같이 나를 비난하고 화를 냈다. 동생들은 엄마의 대변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내 생각은 이러지만 당신의 생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나르시시스트에는 없다. "왜 내 생각을 너도 똑같이 따르지 않냐,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 이것이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고 엄마가 그랬고 동생들이 그랬다. 언니의 입장이 다를 수 있음을, 언니의 자리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음을 이해받지 못하니 나 역시도 서운함이 들었다. 동생들에게 미치는 엄마의 영향력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주변사람들을 통한 회유가 먹히지 않자 엄마는 남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 나를 정죄하기 시작했다. 만나면 반복적으로 욕을 하고 내가 얼마나 나쁜지 이야기했다. 내가 '못된 년'되어야 자신이 괜찮기 때문에 택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남은 딸들을 붙잡고 세뇌를 했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똘똘 뭉쳤다. 그렇게 나를 제외하고 엄마는 자신의 왕국이자 군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명절, 어버이날, 생신.... 많은 순간들이 서로 담을 쌓은 채 지나갔다. 모르기로 마음먹으니 몰라도 별 상관이 없었다. 물론 '죄책감'은 항상 마음 한편에 있었다. 육신의 부모에게 효를 다하지 못한 마음은 항상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야 조금씩 이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되었지만 그때는 도망치기에 급급했고 너덜너덜해진 내 마음을 추스르기에도 벅찼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손가락질하지 않을지 눈치를 보고 주눅이 들었다. 엄마를 할퀴고 도망침으로 살아남았으나 온전히 행복하지도 못한 그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도망침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다.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각론은 조금 다를지라도 엄마에게서 분리되어야 한다는 총론에는 변함이 없을 거 같다. 나는 살아야 했고, 나를 놓아주지 않는 엄마에게서 도망치려면 피를 흘리는 것은 감수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처절하게 엄마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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