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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su Siris Woo Mar 11. 2024

한국 커피산업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으려면

SCA Market과 국가대표 선발전 대회를 직관하며 든 생각들

주말에 송도에서 4일간 펼쳐진 SCA Market과 함께 진행되는 로스팅 및 컵 테이스터스 국가대표 선발전을 볼 겸 딸내미랑 산책을 할 겸 잠시 들렸다.


송도 컨벤시아는 처음 가봤는데, 킨텍스, 코엑스 등에 비하여 작지만 사람들이 적어서 상당히 쾌적해서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일단 가족이동에는 주차 편한 것이 최고 아닐까 싶다.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접수를 하려고 보니 등록만 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점이 너무 좋았다. 딱히 공짜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커피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 스페셜티 커피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후 3시에 갔더니 이미 로스팅 국가대표 선발 준결선과 컵테이터스 국가대표 준결선이 모두 진행 중이었다. 스카마켓 자체는 규모는 작았지만, 아기자기하게 나름 손님들도 꽤 있고 구경하고 즐기기에 적절한 인원들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대회는 관심이 옛날부터 별로 없었고 지금도 아주 크지는 않지만, 참가자들의 열심을 보는 것과 이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것에는 관심이 있다. 그러한 점에서 스카마켓이 조금 더 대중에게 잘 알려지기를 바란다.



한 시간 정도 짧게 돌면서 업계 지인들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다가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발전과 진흥을 위해 일하시는 지인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평소에 계속 갖고 있었던 커피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꺼냈다. 커피 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커피 애호가들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어도 어느 정도 산업에서 위치가 있는 사람들이 더 힘써서 산업과 대중을 연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짧지만 진지하게 나눴다. 그분도 나와 동일한 고민을 갖고 계시며 어찌 보면 더 진지하고 최전선에서 고민하시는 분이어서 나도 조금 더 고민을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GDP는 2300조 이상에 달하는데, 그중 커피산업은 정확한 최근 통계는 없어도 대략 8조 정도 규모이다. 이마저도 SCK컴퍼니(스타벅스코리아)의 매출액 대략 3조 정도를 빼면 5조 원 시장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동서식품, 롯데네슬레코리아, 남양유업 등의 국내 top3 제조사들은 수출량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국내의  소비시장은 더 작을 수도 있다. 국내 커피산업규모가 국내 20대 기업 중 한 기업의 매출액도 나오지 않을 작은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 작은 시장에서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아등바등 최선을 다해 각자가 추구하는 커피 하는 삶을 영위해 나아가고 있다. 

현재 한국 커피산업을 들여다보면 유독 젊은 노동인구가 많은 산업이라, 개성이 강하고, 다이내믹하며, 변화에도 민감한 점이 한 특징인 것 같다. 


나도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커피업에 정식으로 발을 들인 것은 늦은 편이지만, 다른 산업에서 보기 힘든 이러한 에너지가 유독 신선하고 좋았던 것 같다. 

한편 이 산업에서 발견되는 아쉬운 점은, 업계 내의 세대 간 갈등과 갭이 상당히 크다는 것, 끼리끼리 문화가 강하다는 것,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려고 하는 다소 미성숙한 모습과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이들의 아집이 여기저기서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작은 파이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눠 먹어야 하다 보니 발생되는 점이기도 하고, 다른 산업군에 비하여 초기 진입장벽이 낮은 점으로 인한 업계 내외부의 인식,, 그리고 무엇보다 사실 산업의 역사가 다이내믹한 업의 성질에 비하여 너무 짧은 점도 한몫하는 것 같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이 둘만 모여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때 강해지고, 지혜로워지며, 성숙해질 수 있음이 불변의 법칙이다. 우리나라의 커피산업도 여러 가지 시대의 니즈와 문제를 해결하면서 발전해 왔다.


커피 산업의 시작이 전후를 기점으로 미군들을 통해 점차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전후 국가의 재건사업과 산업화의 노동자들의 니즈에 의하여 인스턴트커피보급이 1976년 동서식품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또한 진정한 원두커피 산업의 부흥기의 시작은 IMF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세기말, 1999년 스타벅스가 국내 1호점을 내면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2007년 커피프린스라는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잠재성과 개성을 발현할 수 있는 계기도 참 재미있는 트리거였다고 생각한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업계의 원조, 1세대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질문을 받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다른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나에게는 서울의 보헤미안, 강릉의 테라로사, 대구의 커피 명가 등이 떠오른다.


그럼 2세대, 3세대는 누구냐라는 질문에도 각기 다른 대답이 있겠지만 여하튼 중요한 것은 우리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35년 정도의 시간을 걸쳐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지금의 형태로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중소형 카페형 로스터리들과 특히 스페셜티 업계에서는 누가 커피 1세대냐, 2세대냐, 3세대냐, 누가 제일 잘하냐 이러한 이야기들도 재미있는 소재이자 가십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편에서는 보다 객관적인 한국 커피 산업 변천사에 대한 정리가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주관적이거나 부분적으로 정리된 책들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것 같은데, 보다 방대한 정보를 재미있게 담고 있는 책이나 플랫폼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산업에 있으면서 바라는 것은 이 산업에 있는 이들이 외부에 있는 대중들과 더 솔직하고 편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우리가 하는 이 일을 나누기를 바란다.


우리가 하는 일이 무슨 반도체를 설계하거나 우주를 연구하는 일도 아니고, 먹고 마시는 우리의 일상의 일이기에 보다 힘을 빼고 우리 모두의 일상의 나아짐을 목표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커피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95%의 사람들은 카페, 로스터리 카페 등을 생각한다. 그만큼 국내의 커피산업은 카페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페를 통해 커피를 보다 제대로 접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한국 카페시장이 더 대중 친화적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이는 스페셜티 커피를 팔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커피를 반드시 모두가 기꺼이 마실 수 있는 가격으로 팔아야 한 다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산업의 최전선에 선 앰버서더들로서 소프트 스킬들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너무 카페만 이야기하다 보면 커피산업에 바리스타와 로스터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수많은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함께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커피가 나무에서부터 한 잔의 커피로 전달된다.


나와 같이 가치사슬 내의 어딘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가치사슬 내의 다양한 단계의 플레이어들이 더 건강한 소통을 하면서 나아가되 아무래도 대중과의 접점이 많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할애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어떠한 경우든, 자기의 지식과 역량에 자부심을 갖고, 내가 갖지 못한 타인의 것에도 관심과 존중을 가지면서 각자가 자기가 가장 잘하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나아가면서 계속 소통하다 보면 산업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리뭉실한 결론을 이번 주말의 짧은 나들이를 통해 내본다.

그리고 사실 어떠한 계획을 세우고 어떠한 결론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은 커피는 다 사람이 만들고 사람들이 움직이고 사람들이 소비되어 가치가 생긴다는 것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지 않을까.. 이 가치사슬에서 한 과정이라도 너무 과하게 집중되거나 누락될 때에 산업이 건강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항상 든다.

누구나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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