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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백 Sep 21. 2019

발표


사원 시절 상무님 앞에서 발표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배운 전문지식과 전문용어를 최대한 사용해서 실험 데이터를 꼼꼼히 설명을 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시행착오 때마다 방향을 어떻게 변경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자세히 설명을 했다.


상무님께서,


"열심히 뭔가를 했다는 것은 알겠는데, 뭘 했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멘붕~~~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풀어서 열심히 설명했는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더 이상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냥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부연설명을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다행히 나의 발표 내용을 잘 아시는 과장님이 중간에 끼어들어 부연설명을 해 주신다. 그때서야 본 내용이 이해되시는지, "알았어"라는 상무님의 짧은 답변으로 어려웠던 나의 발표시간은 마무리가 되었다.


과장쯤 되고 나서야 이런 핀잔을 덜 듣게 되었다. 물론 이 단계에 오기까지 수 없이 많은 질책을 듣고 발표에 대해 생각을 하고 나서야 좋아지게 되었다.


발표의 핵심은 하나다.

 

내가 아닌 듣는 사람 입장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듣느냐에 따라 발표방법이 매번 달라져야 한다. 


나의 활동을 꼼꼼히 모두 설명을 해 줘야 할 때도 있지만, 이런 것은 다 건너뛰고 최소한 쉬운 용어로 문제 - 결과, 이렇게 짧게 내용을 압축해야 할 때도 있다. 특히 많은 보고를 받아야 하는 임원들한테는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오늘도 발표를 하지만 매 번 긴장이 되는 것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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