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첫걸음, 비즈니스모델 정하기

소셜벤처를 창업한 아내에게 변호사남편이 내조하는 방법

그렇게 아내가 계란을 판매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명확한 비즈니스모델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창업자가 직장인과 다른 점은 하락할 때 몸을 받쳐줄 안전바가 없다는 것이다. 직장인은 업무상 실수를 하고 아무리 자존감에 타격을 받더라도 일단 월급날이 되면 근로계약에 따라 정해진 임금에서 4대 보험료 및 소득세 원천징수분을 제한 금액이 통장에 입금된다(그게 행복한 삶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창업을 한 사업자의 업무상 실수는 추후 (주로 경제적 측면에서) 온전히 맞아내야 할 매서운 북풍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계란을 판다'라는 언뜻 보기에 단순한 아이디어라도, 이를 비즈니스모델 형태로 구체화하기 위해서 아내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고민에 할애해야 했다. 예컨대 양계장의 수많은 계란 중 어떤 기준으로 판매할 계란을 선별할 것인지, 판매나 계약방식은 어떻게 구성하고 배송과 파손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판매가와 공급가는 경쟁시장대비 어떤 수준이 타당할 것인지, 유통채널은 어디로 개척할 것인지, 타겟고객과 그에 맞는 마케팅전략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기업의 브랜딩과 고객관리는 어떤 방향이 적절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상품확대나 판로개척 전략, 조달시장 확보, 공급사의 관리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비즈니스모델 기획을 위해 아내와 함께 충남 홍성의 양계장에 수없이 다녀왔다. 홍성은 언제 방문해도 좋은 지역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주로 원활한 비즈니스모델을 수행하기 위한 법적, 회계적 부분을 검토했다. 사실 검토라고 하기도 민망한 것이 사업자등록이나 통신판매업 신고,법인 설립과 함께 예상 매출과 관련 원가추정 등의 업무만 서포트했을 뿐이다. 변호사, 그리고 회계사로서 꽤나 많은 기업들에 대해 자문과 교육을 해왔지만, 비즈니스의 제3자로서 클라이언트를 대할 때와 당사자로서 사소한 행정업무처리까지 직접 손으로 처리해보는 느낌은 많이 달랐다. 본업에서도 스타트업 대상 법률교육을 많이 하는 편인데, 생생한 실무경험이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무관(無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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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글의 제목을 비즈니스모델 정하기라고 했으나, 비즈니스모델 전문가도 아니고 제대로 경영학 공부를 한 것도 아니어서 직접 경험해 본 것 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나 역시 아내와 비슷한 시기에 창업(변호사 사무실 개업)을 하였기 때문에 글을 쓰는 지금도 비즈니스모델에 관하여 계속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얕은 경험에 기반하여 글을 쓰기는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 비즈니스모델을 구성하고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내가 고객의 입장이라면 이 상품을 살것인가'이며, 아직까지 유효하게 적용해오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는 그 품질과 효용에 걸맞는 가격대로 고객에게 판매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단기적으로 본래의 가치보다 비싸게 팔린 상품이라도, 결국에는 사필귀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판매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가장 잘 아는 창업자 본인이, 스스로가 고객의 입장이 되었을 때 본인이 설정한 상품의 소구점에 설득이 되어야 한다. 만일 스스로 본인의 상품에 설득되지 않는다면, 그 상품은 다른 시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창업자 개인의 입장에서 설령 돈이 크게 안벌려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돌아보면 좋겠다. 비즈니스모델 이야기 중에 행복이라니 뜬금없을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회적 분위기나 부모님의 요구에 따라 떠밀리듯 진학이나 취업을 하고, 다시 그 중 많은 수가 떠밀린 선택으로 고통받고 후회를 한다. 때문에 누군가에게 창업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마 창업이 사람들을 설레게하고 브런치에서 인기 있는 토픽인 이유는, 이러한 선택의 자유를 누린다는 상태가 항상 어디엔가 매여살던 우리에게 어색한 달콤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선택의 자유를 누리게 될 우리는, 과거 떠밀려 진학하고 취업할 때보다는 보다 나은 결정을 해야하지 않을까? 피할 수도 없었고 즐길 수도 없었던 일이 행복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면, 설령 수입이 줄더라도 인생의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 일이 주는 행복의 척도까지 다루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매우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내의 경우 어려운 이웃을 돕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판매되는 계란 10알 중 1알에 해당하는 양을 학대피해아동쉼터, 쪽방촌 노인분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하였다. 도소매업종에서 매출액의 1/10은 업종의 통상적인 영업이익률을 고려할 때 결코 만만한 액수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매출액이 커질수록 기부가 다소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소신에 따라 선택을 했고, 난 그 배경에 타인에 대한 애정이라는 아내의 내적 행복이 작용했다고 믿는다. 비즈니스가 모두 회계적 수치로만 재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기부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다시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내의 작은 꿈과 따스한 희망을 담아, 우리의 비즈니스모델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