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 #32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인것 같다.
좋은 직장, 좋은 건물, 큰 회사에서 근무하시던 아버지가
허름한 사무실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하시던 때가.
이후로 나도 모르게 사업가의 꿈을 키워왔다.
경영학과를 가기 위해 문과를 선택했고
과를 바꾸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음에도
경영학과를 써내서 떨어졌다.
신입생 OT 자기소개 시간에도
나의 꿈은 사업가 라며 당당히 밝혔다.
하지만 어느새 현실과 타협하며 잊혀져갔던
'사업가'라는 나의 꿈.
역설적이게도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후에야
다시금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대기업 취업 4개월만에 그만두고
막 창업한 스타트업에 취직한 후로
여러번의 이직을 거쳐 경험한
수십억 투자 유치와
사업 총괄 이사의 직함,
수십명을 관리하는 업무, 경험.
그리고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 성공한 사업의 과실.
그제서야 나의 사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돌연 회사를 떠나 시작한 사업.
나와보니 회사의 이름이 보호해주던 나의 민낯을 보게됐다.
회사의 자금과 팀원들의 서포트가 지탱해주던 나의 아이디어를 보게됐다.
얄팍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알게됐다.
괴롭고, 불안하고.. 행복했던
2년을 버티고 애써서 해낸 성과들
- 브랜드 1 제품 6개. 전국 총판 계약 외 월 수천만원의 매출.
- 브랜드 2 출시 임박. 유명인과의 공동 브랜드 출시 계약.
- 직원 3명.
- 2억5천만원의 투자금.
- 15만구독자 유튜브.
그렇게 대단한것은 아니지만
이제 법인 명의의 고급차량과 더 넓어진 사무실, 직원 3명의 급여를 주고도
운영이 가능한 수준의 사업을 경영하게 됐다.
그럼 이제 행복해아 하는것 아닐까..?
나의 꿈이었던 사업을 하게되었는데..?
아니다.
그렇게 오랜시간 꿈꿔오던 사업을 하게되었지만
오히려 내 삶을 지탱해오던 뿌리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사업이 꿈이었는데,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꿈을 이루었더니 꿈이 없어졌다.
내가 삶을 살아가며 참고하던 나침반이 사라졌다.
내가 결정을 할 때마다 그 기준이 되어오던 '사업가' 라는 꿈이 없어지니
기준이 없는 결정을 할 때가 많아졌고
점점 내가 무엇을 향해 가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잠시 정착했던 것은 바로 '돈'
사업의 목표인 이익추구와도 연관이 되어있고
결혼 이후의 삶과도 아주 밀착한 관계가 있는 '돈'
하지만 더 큰 '돈'을 추구하는 삶을 살다보니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돈'이라는 꿈은
끝이 없어서 내가 행복해질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미 한번 꿈을 이룬 나에게
도저히 가까워지지 않는 꿈이라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의아하기도 했다.
사업을 목표로 살아왔으면
사업을 잘 하는 것도 목표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생각보다 사업을 잘 하는 것에 대한 내 욕심은 크지 않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의 매출에도 쉽게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업가로서 큰 그릇은 아닌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오히려, 더 큰 사업을 추진함에 대한 부담을 느꼈으니 말이다.
어서 두번째 꿈을 찾아내서
꿈을 좇으며 행복한 꿈을 꾸는 삶을 살고 싶다.
사람은 역시
꿈이 있어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