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 #34
과거에 가장 나의 성장이 빨랐던 시기는
매일 일기를 쓰던 시기였던것 같다.
하루하루 있었던 일들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써내려가면서
나 자신을 객관화 하고 반성하던 순간들이 모여
성장을 이뤘던 것이다.
거의 모든 날들에서 나의 부족한 점을 발견했고
어떤 날은 나의 추악한 민낯을 발견하고 스스로가 혐오스럽고 부끄러웠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자체가 나임을 인정함으로써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었다.
다시 그런 시기를 만들고자 가능한 매일 일기를 쓰려고 한다.
요즘 내 하루를 돌아보면 빠질 수 없는 단어 두가지가 있다.
바로 아기와 강아지.
얼마전 백일 넘긴 아들을 키우면서 3살된 강아지와 함께하다보니
내 삶의 우선순위 상당부분은 두 존재가 차지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아기 밥을 챙겨주고 다시 한잠을 자고 일어나면 9시 반.
강아지 밥을 챙겨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물을 깨끗하게 갈아준다.
9시부터는 이모님이 오셔서 아기를 봐주시기 때문에
대충 밥을 챙겨먹고는 10시쯤 일을 시작한다.
메일을 체크하고 급한일을 처리하고 나면 11시반 쯤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데
오늘은 3월에 새로 출시할 브랜드의 마케팅을 준비하는 일을 했다.
2주간 준비해온 홈페이지 제작의뢰를 드디어 맡겼고
수출 계약서가 도착하여 검토를 시작했다.
최근 내가 항상 파트너라고 믿었던 영업 팀장님이 퇴사를 입에 담은 이후로
조금은 서먹한 관계가 되었다. 결국 퇴사 의사는 철회되었지만
여기저기서 봤던 사연의 주인공이 내가 되어있다.
그렇게 잘해줬는데 그만둔다는 말을 하다니.. 상당히 서운하다.
급여도 나랑 차이가 없거나 많이 받는 달도 있을 뿐더러
입사 선물, 생일 선물로 좋은 브랜드와 명품 의류를 선물했다.
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해서 연간 사용일이 20일이 넘는다.
평소 출퇴근도 왠만큼 자유롭게 하고있다.
그래도 예전 회사에서부터 함께 일해왔고 부족한 나를 믿고 따라와준 만큼
고마운 마음도 크고 이제는 마음이 잘 맞는 관계여서
퇴사하면 너무 아쉬울것 같다.
그래서 왜 퇴사 말이 나왔는지 한번 돌이켜보려고 한다.
최근 해결이 잘 안되는 신제품 개발 문제가 있다.
5번정도 시제품을 개발했으나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는데
팀장님이 담당하고 있다보니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 중 주말동안 열심히 고민하여 문제해결을 하고 오겠다고 하더니
월요일에 멘탈이 정상이 아니라며 퇴사의사를 밝힌 것이다.
관계의 기본 자세는 신뢰가 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팀장님을 믿고 가장 긍정적인 상황을 가정하려고 한다.
이러한 사실 사이에서 전적으로 내가 잘못한 점을 생각해보자면
1.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줬을 가능성. 내가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본인이 많이 받았을 수 있다.
2. 팀장님이 담당해왔다는 이유로 본 문제 해결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두 가지로 볼 수 있을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신호는 이미 나도 보고 들은것 같다.
하지만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넘겨왔는데 앞으로는 보다 세심한 사람이라고 가정을 하고 판단해야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팀장님 능력 밖의 일일것이므로 이제는 내가 결정을 내려야 겠다. 진행을 할지 말지, 피봇을 할지 등 팀장님의 의견을 구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일을 할 것이다. 앞으로도 일정기간 동안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면 붙잡고 있지말고 나에게 넘기라고 해야겠다.
예전에 항상 명심하던 것인데 최근 잊고 살았던 점을 다시 상기시켜야겠다.
항상 100% 확신이 들지 않는,
뭔가 쎄한 기분이 들고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드는 그 포인트를 잊지 말고 보완해야 한다.
이번에 홈페이지를 제작 할 때도 배너가 뭔가 아쉬웠지만 일정상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새벽에 아기를 재우며 잠시 생각해본 결과 꼭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꿨고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되었다.
시간이 조금 걸려도 100%의 결과물을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업 초기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꼼꼼하게 점검하는 습관을 가져야 될 것이다.
앞으로도 나의 하루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비판적으로 써내려가면서
하루하루 반성하며 성장하고 싶다.
사업이 성장하려면
내 스스로가 성장해야 된다는 것을
4년차 창업가인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