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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모하모 Nov 08. 2019

‘집에 대한 환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

현대인에게 집은 단순히 ‘거주’의 의미를 넘어서 매우 다양한 맥락에서 상징화된다. 집은 그 자체로 거주자의 부와 사회적 지위고하를 나타낸다. 아파트냐 빌라냐, 매매냐 전세냐와 같은 디테일한 주거 형태에 따라 그 의미는 더욱 세분화된다. ‘한평생 집한 칸 가져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처럼 어떤 이에겐 평생을 가지고가는 목표가 되기도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근면 성실했는지, 혹은 얼마나 시류를 잘 타고 살아온 ‘운 좋은’ 삶이었는지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선 집은 ‘대중’에게 소구될만한 좋은 소재이다. 방송 프로그램들에서도 이를 활용하며 형태는 달라보일지라도 대개 ‘좋은 집’을 보여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 옛날 <신동엽의 러브하우스>가 그랬고 최근 인기 있는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 역시 그렇다. 본격적으로 집을 내세운 프로그램은 아닐지라도 연예인의 집 구경하기를 주변부 코너로 구성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도 한다. 개인이 가진 ‘집에 대한 환상과 궁금증’을 눈앞에 가져다 해소해주는 것이다. 노력 끝에 성공하거나, 운이 좋다면 살 수 있는 ‘좋은 집’은 실재하고 있었다.


구해줘 홈즈와 같은 프로그램은 개인이 가진 ‘집에 대한 환상과 궁금증’을 눈앞에 가져다 해소해준다.

    

이와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집을 둘러싼 환상을 보여준 다큐멘터리 작품이 있었다. 마민지 감독의 <버블패밀리>는 집을 중심으로 한 가족의 역사를 서술한다.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1인칭 관점에서 전달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이지만, 실제로 한국 사회가 가진 ‘집에 대한 환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거시적인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있다.     

 ‘집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신화가 시작될 무렵, 주인공의 가족 역시 그 수혜를 입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시기, 그들은 집을 사고 집을 팔아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 경험이 너무나 환상적이었던지, 부동산으로 결국 가산을 탕진하게 된 지금에도 주인공의 부모는 여전히 재기할 기회는 ‘집’뿐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부모의 이런 ‘집’에 대한 절대적 신봉을 깨부수려는 주인공 마민지 감독의 부단한 노력의 기록이기도 하다.      


소리 지르며 싸우거나, 애걸복걸하며 빌어보지만 부모에게 신앙과도 같은 ‘집’에 대한 믿음은 쉽사리 깨지지 않는다. 한 푼이라도 빚을 갚아야할 판에 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땅을 산다. 살기 불편할 정도로 오래된 집이지만, 그 옛날 영광을 누리던 시절 살았던 올림픽 아파트와 멀어지지 않고자 송파에 위치한 낡은 빌라를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집과 부동산만이 현재의 불행을 극복할 유일한 방법이라 여긴다. 그들에게 인생역전의 경험이 오직 ‘집’뿐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이었던 부분은 결말이었다. 딸인 마민지 감독 명의로 부모는 몇 백만원 어치 땅을 구입한다. 딸의 인생은 다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민지 감독은 당장엔 어이 없어하며 화를 내지만 조금 뒤에는 자기 이름으로 된 땅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실제 그 땅이 어딘지 찾아간 끝에 마주한 것은 허허벌판이었다. 아파트 개발은 요원한 일이며 결국 부모가 다시한번 땅에 속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민지 감독 역시 잠시나마 그의 부모처럼 ‘집에 대한 환상’을 품었음을 스스로 고백한다. ‘집’으로 인한 가정의 비극을 직접 경험했음에도 환상이 주는 희망을 벗기는 어려웠다.     


이 다큐멘터리 역시 대다수의 집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처럼 집에 관한 환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환상을 공고화하는 대신, 깨부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누구나 노력하면 그 끝에는 꿈꾸던 좋은 집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좋은 집은 반드시 영원한 행복과 성공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 사회가 가진 ‘집의 환상에 대한 무의식’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담아내야 할까.



*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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