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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유은영 Jan 05. 2022

평화의 섬 교동도에서 보낸 하루

강화군 교동도

“필승!” 교동대교 앞에서 해병이 거수경례를 하며 차를 세운다. 출입신고서를 적으면 차량 대시보드 위에 출입증이 놓인다. 교동도로 시간여행을 시작하는 탑승권이다. 교동대교를 건너면 차창으로 드넓은 평야와 유유히 날고 있는 철새들이 스쳐간다. 시간이 멈춘 대룡시장, 옛 추억을 간직한 소읍풍경.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한 망향대를 느릿느릿 돌아보면 마음 한구석 따듯해져온다. 차가운 겨울여행길에 온기를 전해주는 평화의 섬 교동도로 떠나보자. 


옛 풍경 고스란히 남은 대룡시장으로 시간여행

교동도는 2014년에 교동대교가 놓이면서 육지나 다름없는 섬이다. 배를 타고 들어갈 때에 비하면 한결 편리해졌지만, 교동대교를 넘으려면 절차 하나가 남아 있다. 북한 황해도와 마주한 민통선(민간통제선) 안에 자리해 있기 때문에 해병대 검문소에서 출입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다. 차량번호와 이름, 휴대폰번호를 간단하게 기입하고 건네면 방문출입증을 준다. 그것을 차량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으면 교동도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교동대교를 건너는 순간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밥맛 좋기로 소문난 교동도 쌀이 생산되는 드넓은 평야와 철새의 군무가 평화롭다.


교동도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대룡시장이다. 흑백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강화도 명소로 떠올랐다. 60년대 어디쯤에서 시간이 멈춘 듯 것 같은 좁다란 골목 안에는 이발소, 다방, 상회, 양복점 등 50년 전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들이 다닥다닥 이어진다. 

대룡시장은 6.25전쟁 때 실향민들이 일군 삶의 터전이다.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전쟁이 끝나길 기다렸으나, 남북이 분단되고 철책으로 막히면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생계를 위해 하나둘 장사를 시작하면서 생긴 곳이 대룡시장이다. 


골목을 걷다보면 자물쇠가 채워진 허름한 시계방이 보인다. ‘황세환 시계방’이다. 평생을 시계를 고치던 할아버지는 몇 년 전 돌아가시고, 그의 모습을 재현한 밀랍인형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잡화가게를 운영하는 할머니는 90연세에도 가게 문을 연다. 작아도 없는 게 없는 잡화가게 안은 옛날 모습 그대로다. 

교동이발관은 60년 넘게 가위질 소리가 멈추지 않았던 곳이다. 간판은 여전히 교동이발관이지만, 이제는 2세가 분식집을 한다. 낡은 이발관 의자와 거울, 세면대 옆에서 먹는 국수 맛은 특별하다. 곱게 늙은 철물점 건물은 커피 볶는 냄새가 풍겨나고, 교동도의 문화를 이끌던 교동극장은 식당으로 바뀌었다. 어머니의 찹쌀꽈배기는 아들이 대를 이어 판다. 달고나 가게에는 설탕을 녹이는 아이들 젓가락이 바삐 움직이고, 엄마아빠는 경주말 장난감과 유리구슬을 보며 추억에 잠긴다. 알록달록 레트로 과자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이북식 강아지 떡집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일제강점기 때는 우리 쌀을 수탈하기 위해 떡을 금지했다. 자식들에게 몰래 먹이려고 강아지떡이라 속이고 만들었던 황해도 연백의 떡이란다. 교동쌀로 만든 가래떡도 인기다. 골목과 역사를 함께 하는 다방에는 추위를 녹여주는 쌍화차가 기다리고, 교복을 입고 흑백사진을 찍을 수 있는 교동스튜디오는 학창시절 추억을 소환해 준다. 작은 골목도 그냥 지나치지 말자. 골목 구석구석 추억의 장면이 그려진 정겨운 벽화들로 가득하다. 


가슴 뭉클한 이야기 따라 역사 여행

대룡마을의 상징은 제비다. 청정지역을 찾는 제비가 대룡마을에 유난히 많다. 실향민들은 봄이면 돌아오는 제비를 보며 언젠간 고향으로 돌아갈 거라 희망을 되새겼다. 제비들이 집을 짓기 위해 물고 오는 흙은 연백 땅의 것이리라 여기며 그리움을 달랬다. 

대룡마을 입구에는 마을 안내소인 교동제비집이 있다. 교동도를 처음 찾는다면 제비집에서 정보를 먼저 얻는 것이 좋다.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교동신문 만들기도 체험할 수 있고, 2층 카페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자전거도 대여하고, 주말에는 교동 특산품을 파는 장터도 열린다.


교동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교인 교동향교가 있다. 고려 충렬왕 12년에 유학자 안향이 중국에서 공자의 초상화를 가져와 이곳에 모셨다고 한다. 위폐를 모신 대성전과 유생을 교육하던 명륜당과 기숙사인 동·서재가 있다. 가훈쓰기, 선비옷체험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전통체험이 기다린다. 향교 앞에는 조선시대 선정을 펼친 교동지역 목민관의 비석과 영세불망비가 모여 있다. 


향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교동읍성이 자리한다. 교동에 경기수영을 설치하면서 축성한 성곽으로 삼도수군통어영의 본진이었다. 둘레 870m에 성문이 3개나 있던 읍성이었지만, 지금은 남문의 홍예문만이 쓸쓸히 남아있다.


망향대는 한국전쟁 때 황해도 연백군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세웠다. 불과 2.6km 앞에 두고 갈 수 없는 땅, 고향이 손에 잡힐 듯 바라보이는 곳이다. 실향민들은 매년 이곳에서 제사를 올리며 고향산천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망향대에 오르면 바다 건너 북녘 땅이 선명하게 보인다. 망원경으로 보면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 풍경이 코앞에 있는 듯 가깝다.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북한 주민과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어찌나 생생하게 보이는지 신기하고 정겹다. 



<여행정보>


교동도

주소 :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교동남로 20-1 교동제비집 / 문의 : 032-934-1000 / 홈페이지 : https://www.ganghwa.go.kr (강화군 문화관광)


숙박 

라르고빌 :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2845번길 27/ 032-032-555-8868  / http://www.largoville.com

노을내리는아름다운집 :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933 / 032-933-9677 / 
 http://www.casamia1004.com

남문한옥 대명헌 : 강화군 강화읍 남문안길 7 / 032-934-2021 


주변 음식점 

대풍식당 : 고기국밥 / 인천 강화군 교동면 대룡안길54번길 24 / 032-932-4030

삼호정 : 젓국갈비 / 인천 강화군 교동면 대룡안길22번길 17 / 032-932-5272

화개산뜰 : 손순두부 / 인천 강화군 교동면 고구리 1462-1 / 032-932-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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