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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유은영 Jan 29. 2022

나 혼자 간다! 부산 혼행 꿀팁 대방출

부산은 지금 나 홀로 떠나는 혼행지로 주목받는다. 눈부시게 푸른 바다, 정겨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골목길, 구수하고 서민적인 맛집 등 혼행의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도시다.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혼자 떠나려니 두렵고 어색한 혼행 초보자라도 문제없다. 혼자라서 더 멋진 하루! 나 홀로 부산으로 떠난다.


삐뚤빼뚤 혼자 걷기, 초량이바구길

부산 혼행의 시작은 초량이바구길이다. 부산역에서 걸으면 5분 이내에 도착한다. 골목 어귀에서 브라운톤의 이국적인 건물이 걸음을 붙든다. 1922년에 세워진 옛 백제병원이다. 부산 최초의 개인종합병원으로 10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병원이 문을 닫은 뒤로 중화요릿집, 일본 아카즈키부대의 장교 숙소, 예식장을 거쳐 지금은 고풍스러운 카페로 변신했다. 향기로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옛 멋에 취한다.

옛 백제병원을 나와 표지판을 따라 걸으면 길은 점점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다. 삐뚤빼뚤한 골목을 따라 동구의 옛 풍경과 이야기, 그리고 초량초등학교 한류스타의 사진이 걸려 있다. 개그맨 이경규 사진에 웃으며 골목을 빠져나오자 가파른 계단이 눈앞에 버티고 선다. 바로 168계단. 보기만 해도 아찔한 삶의 애환이 느껴진다.


6·25전쟁 당시 피란민들은 부산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산비탈까지 빼곡하게 성냥갑만 한 판잣집이 들어섰다. 산동네 사람들은 까마득한 계단을 오르내리며 계단 아래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먹었고 아이들은 학교로, 노동자들은 일터로 나갔다. 계단 옆에는 그 옛날 고단함을 위로하듯 모노레일이 다닌다. 노약자들을 위한 것인데,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모노레일에서 내리면 전망대가 기다린다. 비탈마다 옹기종기 들어선 산동네 집들과 부산항대교까지 부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복도로까지 올라가서 이바구공작소와 유치환우체통 전망대에 서면 풍경이 한층 더 시원해진다.

info 초량이바구길 :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상로 49(초량초등학교) / 초량이바구길 모노레일은 노약자를 위한 것이다. 이용하시는 할머니들이 많을 때는 모노레일을 양보하자. 계단이 가팔라 보이지만 걸어 올라가다 보면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


혼자 먹기 1, 육즙 가득한 차이나타운 만두

부산이 혼행 성지로 불리는 데는 먹거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밥, 밀면, 비빔당면 등 1인 밥상이 많아서 혼밥 초보자도 부담이 없다. 부산여행이 처음이 아니라면 국밥, 밀면보다 특별한 혼밥이 있는 차이나타운으로 가보자. 초량이바구길 어귀에 있으니 찾기도 쉽다. 차이나타운은 1884년 청국영사관이 설치된 뒤에 중국 상인들이 몰려들면서 형성된 거리다. 이곳에 중국식 만두를 맛있게 하는 이름난 집들이 몰려 있다. 모든 만두가 맛있다는 만두 전문점 마가, 다른 집보다 2배 큰 군만두로 영화 <올드보이>에 출연한 장성향, 찐만두가 인기 있는 일품향 등 저마다 특색 있는 만두를 직접 손으로 빚는다.

그중 신발원은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와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문 앞에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다. 주 메뉴는 고기만두와 군만두! 만두를 한 입 베어 물면 육즙이 입 안 가득 차오른다. 혼자라는 사실마저 까맣게 잊어버릴 만큼 기가 막힌 맛이다.

info 신발원 : 부산광역시 동구 대영로243번길 62 / 051-467-0177 / 11:00~20:00 / 줄서서 먹는 집이지만, 혼자 온 손님에게도 친절해서 부담 없다. 짜장면, 짬뽕 등 중국집의 흔한 면 종류는 아예 없다. 대신 부드럽고 고소한 콩국을 함께 먹으면 별미다.


혼자 즐기기, 눈부신 바다가 있는 흰여울문화마을과 절영해안산책로

부산 하면 바다다. 바다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흰여울문화마을과 절영해안산책로로 향한다. 바다를 향한 가파른 절벽 끝에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들은 피란시절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000만 관객이 본 영화 <변호인>의 진우(임시완 분)네 집이 이 마을에 있는데 지금은 마을안내소로 개방되어 있다. 한 사람이 겨우 발 뻗고 누울 수 있을 만큼 작은 방에 바다가 넘실거리는 창 하나가 전부다. 바다를 바라보며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듯 한참을 앉아 있게 만드는 곳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마을, 재촉하는 이 없이 혼자라는 게 더없이 맘 편한 순간이다.  

마을길은 절영해안산책로로 이어진다. 무지개다리, 출렁다리, 절영전망대 등 아기자기한 길을 따라 탁 트인 바다가 어깨를 나란히 한다.

info 흰여울문화마을 : 부산광역시 영도구 영선동4가 1044-6 / 부산역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보건고 정류장까지 20분이면 도착한다. 흰여울문화마을에서 절영해안산책로를 따라 1시간 조금 넘게 걸으면 중리해변에 도착한다. 이곳 해녀촌에는 성게알 얹어 먹는 해녀김밥이 명물이다. 바다와 마주하고 먹는 싱싱한 맛이 끝내준다.


혼자 보기, 영도에서 즐기는 부산 야경 포인트

청학배수지 전망대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영도와 아름다운 부산항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이다. 해운대나 광안리까지 가지 않아도 부산의 멋진 야경을 즐길 수 있으니 뚜벅이들의 하루 일정에는 적격인 장소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과 시간에 따라 변하는 부산항대교의 모습이 황홀하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는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신기산업’, ‘영도플레이스’ 등 카페가 많다. 부산항대교의 로맨틱 야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카페들이다.  

info 청학배수지 전망대 : 부산광역시 영도구 와치로 36 / 롯데낙천대아파트 입구 버스정류장에 내려 걸어서 2분. 겨울 밤바람은 뼛속까지 시리다. 롱패딩과 따뜻한 모자와 장갑을 준비하자.


혼자 먹기 2, 100년 노포의 1인 수육

부산역 맞은편 평산옥은 4대를 이어오는 수육 맛집이다. 100여 년 된 노포 중 노포다. 이 집의 메뉴는 수육과 국수 두 가지뿐이다. 수육을 1인분씩 내는 집이라 혼밥의 고수들만 한다는 고기 혼밥이 가능하다. SBS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한 달인의 수육이다. 야들야들한 수육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잡내라고는 ‘1도 없이’ 향기롭다. 3000원 하는 국수 한 그릇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별미다. 돼지고기 삶은 육수에 말아 낸 국수는 맛이 개운해서 먹을수록 끌린다.  

주인아주머니에게 맛의 비결을 물으니 재료도 좋아야 하지만 주인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든다고 한다. 귀가 닳도록 대물림을 받은 비법이다.   

info 부산역에서 가까우니 열차로 부산을 떠나기 전에 들르기 좋다. 밤 9시까지 문을 열지만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 오후 8시 이후에 간다면 미리 전화로 확인하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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