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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리 Aug 08. 2023

별로인 사람, 별로인 세상

오랜 친구인 그녀는 만나면 항상 불만 가득이었다. 


그녀가 며칠 전 친구모임에 나갔는데, 잘난 척하는 친구 때문에 자리에 앉아있기 불편했다고 했다. 돈 자랑, 몸매자랑, 남자친구 자랑, 명품 자랑 등 보기엔 그냥 그런 친구인 거 같은데, 너무 잘난 척을 해서 듣기 역겨웠다고 했다. 나는 그녀와 함께 흥분지수가 높아졌다. 뭐 그런 친구가 다 있냐, 분명 전부 진실은 아닐 것이다. 허언증 아니냐, 그럼 너도 아무거나 잘난 척을 해라, 그런 친구랑 놀지 마라, 왜 그런 별로인 친구를 사귀느냐... 등등 그녀와 함께 있었던 2시간 동안 그녀의 친구 험담을 하느라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 주변에 머물고 있는 별로인 친구들 때문에 마음이 안 좋았다. 왜 그런 친구들이 있을까, 왜 그런 친구들을 자꾸 만나서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그만 만나라고 해야겠다 등 그녀를 위해 솔루션을 찾느라 또다시 발휘된 나의 오지랖은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친구로 만난 지 33년이 지나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녀 주변의 친구들이 별로인 게 아니라, 그냥 그녀가 별로인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이 한 발짝 더 들어간다.

별로인 그녀를 오랜 친구로 둔 나도 별로인 사람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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