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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톱달방랑자 Apr 12. 2021

가사가 예쁜 인디음악.

취향에 관하여 #4


“무슨 음악 좋아해?” 그 질문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나뿐일까? 차라리 싫어하는 음악을 고르라면 쉬울 것 같다. 예를 들면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락 음악이라거나, 트로트라거나. 물론 그 장르의 모든 음악이 싫은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 유명했던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어느 하나 내 취향이 아니었거든. 또 변명을 덧붙여보자면,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 그렇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내 취향이 아주 고매하고 우아해서 클래식을 좋아하고, 연주곡을 들으면 이 곡의 작곡가는 누구, 이 버전은 연주가 누구의 버전임을 척척 맞추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차이도 잘 모르고,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차이도 모른다.


이렇게 서두를 길게 깐 것은, 혹시나 음악 애호가들에게 돌팔매라도 맞을까 겁이 나서가 제일 크다. 알지도 못하는 놈이 나댄다고 생각할까 봐서. 내 취향을 설명하기 전에, 나는 어디까지나 내 소소한 취향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지, 이 장르가 저 장르보다 낫다는 류의 평가를 내리고자 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진심이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가사가 예쁘고 멜로디가 곱고, 목소리가 예쁜 음악들이다. 누가 들어도 좋을 그런 음악.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디음악으로 분류되는 곡들, 그중에서도 주로 여자 보컬들. 내 플레이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아티스트들을 나열해보자면, 볼 빨간 사춘기, 위수, 치즈, 선데, 제이레빗, 담소네 공방, 선우정아 등이 있겠다. 내가 우울감에 빠져 바람소리에도 숨을 쉬기 힘들다고 느꼈을 때, 듣기만 해도 눈물이 줄줄 흐르게 만드는 그런 노래들.


가사 한 줄 한 줄이 전부 내 얘기 같고, 그런 이야기들을 그런 목소리로 불러서 마음을 다독이는 그런 노래들이 좋다. 음악이라고는 정말 쥐뿔도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그래서 누가 좋은 이유를 물어도 “그냥 좋아!”라고 설명하는 게 전부지만. 나는 그런 노래들이 좋다. 물론 세상은 넓고, 시간은 흐르고, 명곡은 쉴 새 없이 나와서, 나는 인생 곡이랄 것이 없다. 좋아하는 곡 정도로 범위를 좁힌 것도 나로서는 대단할 일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누군가가 혹시 지금 마음이 복잡하고 괴로우시다면. 혹은 무력하고 지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시다면. 위수의 햇빛처럼 빼어난, 이라는 노래를 꼭 한 번 들어보시기를.


아주 우연히,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나를 그 노래로 이끌었던 밤을 기억한다. 잠이 오지 않아 몸부림치는 동안, 무력감과 우울감이 나를 짓누르던 그 밤을. 길고 긴 그 밤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공포에 사로잡히고, 아무리 애를 써도 나는 결국 어둠에 잡아먹히고 말 거라는 망상에 휩싸이던 그 밤을. 의미 없이 틀어둔 유튜브가 몇 곡이나 제 멋대로 넘어가는 그 사이에, 나는 홀로 그 부정적인 감정들과 싸우고 있었다. 무슨 노래를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이불을 부둥켜안고 밖으로 토해내지도 못하는 눈물을 안으로 머금고 있었는데, 그 노래가 내 귓가를 두드렸다. 기적처럼, 가사가 귀에 꽂히기 시작했다. 아주 담담하게 읊조리듯 노래하는 그 목소리가.


‘햇빛처럼 빼어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로 시작한 노래는 ‘내 마음이 밝아질 수 있을까’, ‘이제 행복한 일들만 있을 거라 말해줘’, ‘나를 믿어줘’로 이어지며 기어이 내 눈물샘을 터뜨렸다. 정말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가사 같았다. 나는 그 날, 그 노래를 수십 번 반복해 들었다. 아침이 밝았고, 나는 여전히 어둠에 발목 잡힌 사람일 뿐이었지만, 자그마한 햇빛을 움켜쥘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그 가사를 쓴, 노래를 한, 위수 님께 감사를 표하면서. 나와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간혹 추천하고 있습니다, 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 노래가 마음에 들리기를 바라면서.


당신의 인생 노래는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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