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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패월간 Mar 15. 2020

실패월간 2호 뷰티, 스타일링 실패

패션 :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두발의 일정한 형식 패션, 스타일링


나에게 패션이란? 

어쩜 그렇게 굴욕 사진만 넘치는지, 친구의 결혼식, 봄 소풍 같이 여러 과거로 남겨진 사진 속 나를 다시 보기란,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표정조차 왠지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는 과도했던 시절. 작은 키 때문에 늘 종아리의 근육에 힘을 더해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스모키 화장이라며 얼굴에 모든 핏기를 죽이고, 죽일듯한 눈 화장을 했으며, 어느 날은 미용실에서 딱 붙은 미역 머리 때문에 문희준이라는 별명을 하사 받고,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여러 셀럽을 (감히) 따라 하여 수많은 흑역사를 남겼다. ㅋㅋㅋㅋ 과하고 촌스러워서 풋풋하기도 하고, 그땐 꽤 진지하고 힘이 들어갔던 것 같아서 귀엽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힘이 많이 빠졌지만, 여전히 패 알못이고, 사실 패션에 별 관심이 없다. 생활에 변화가 많이 없고, 가는 곳도 한정되어서, 펑퍼짐한 원피스나 긴 바지가 일하는 작업복으로 최고다. 가끔 나를 너무 돌아보지 않는 건가 싶긴 하지만 왠지 무신경해져서 되려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 스타일링의 실패인 듯 실패 아닌 정신승리의 나날들이다. 패션, 스타일링의 실패 주제는 한강감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때 의류 사업에 종사했던 한강감님이 심혈을 기울여 맨투맨 T를 자체 제작하였는데, 사이즈가 잘못 나온 것이다. 그리하여 아직도 재고를 떠안고 있다는 슬프고도 진지한 사연이었다. 남녀공용으로 나온 L 사이즈의 옷이 안 그래도 작은 나에게 아주 잘 맞았다. 사실 가능하다면, 성공한 CEO 느낌으로 나도 잡스나 마크주커버그처럼 시그니처 패션으로 매일 그 L사이즈의 옷만 입고 싶은데, 일단 성공을 못 했고, 실패한 옷이라며 더 팔아주지도 않아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뷰티, 패션, 스타일링은 남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이다. 유행의 흐름을 따라가고, 미의 기준을 정하기보단 더욱 주관적으로 변해야 하고, 실제로 남에게 보이는 외적인 요소의 판단과 평가 기준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는 것 같다. 개개인의 보이는 모습, 스타일이 고유한 개별적 아름다움으로 보이고 느껴진다면 어쩌면 뷰티&스타일링에는 실패 자체가 없을 수도 있겠다. 맛있는 김치의 수는 모든 어머니의 수와 같다고 했던가? 아름다움의 기준, 멋진 스타일은 모든 사람의 수… 라며ㅋㅋ 독자의 두 손발을 오그라뜨려야겠다. 물론 그렇게 말은 하지만, 며칠 전 친구가 뜬금없이 보내준 옛날 사진에 나는 혜교 언니의 그사세 머리를 따라 하고 있었다. 현빈 오빠가 군대도 가기 전이다. 다 지나가서 그런지 촌스럽고 앳된 저 때의 모습이 더 그럴싸해 보이는 것 같고, 날씨도 바뀌었으며, 사실은 아무래도 올라오는 단발 뽐뿌에 오랜만에 미용실에 가서 수줍게 그분의 사진을 내밀어야겠다. (한강각)



인터뷰

군목 김진협


기 승 전, ‘실패 월간’으로 끝나는 한강각의 요즘. 만나는 모두에게 실패를 묻고 있다. 이분도 그러하다. 거처가 바뀌어 오랜만에 책방에, 특별히 실패월간을 사기 위해 먼 길을 오셨다. 그리고 인터뷰의 봉변까지 당하셨다. 신학생이라면 응당 청바지의 체크 남방을 입을 것이라는 교회 오빠 편견을 깨고, 언제나 스웩 넘치는 다양한 모습으로 책방을 찾아주던 목사, 김진협을 만났다. #잘못걸리면 #그냥 #인터뷰하는거에요.






#와수리패셔니스타#와수리맵시꾼#군대목사님



각: 원래부터 패션과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 패션과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아요. 어릴 때 어머니께서 잠시 옷 장사를 하셨어요. 원래는 미용실을 하셨는데, 손님들이 어머니가 입힌 제 옷을 보고 어디서 샀냐고 같이 사달라고 하셨대요. (엄마의 증언이긴 하지만…) 아들 옷을 잘 입혀주셔서, 남대문에서 잠깐 옷 장사를 하셨던 어머니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ㅎㅎ


각: 어릴 적부터 진협 님의 패션 역사가 태동하네요. 언제부터 옷을 본격적으로 좋아하시게 되셨나요? 

: 스스로 옷을 사게 된 건 고등학교 때부터 에요. 고2 때 이대 후문에서 15,000 원주고 티셔츠를 두 장 샀어요. 그 티셔츠는 하와이안 나염이 프린팅 된 티셔츠였는데, 그 티셔츠로 싸이월드를 도배했었어요. 그때 제 한 달 용돈이 3만 원이었는데, 한 달 용돈의 반을 썼어요. ㅋㅋㅋㅋ


각: 앜ㅋㅋㅋㅋ 돈 가는 데 마음 가죠! 당시에는 큰돈이었을 텐데… 열정이 대단하세요! 혹시 패션 멘토가 있으신가요?

: 패션 멘토라… 존경하는 형님 목사님인데… (외모도 스타일도 달라서 그분의 옷 영향을 크게 받은 건 아니지만…) ’이분처럼 입으면 선을 넘지 않겠다.’라고 생각되는 분이 있어요. 사실 이분을 동경하는 건 목회 방향이나, 설교지만, 패션도 너무 좋아합니다.



각: 어머나!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 저는 군목이에요. (군목: 군대 내에 예속되어있는 목사)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옷을 사요. 제가 지금 철원 서구 와수리에 있는데요, 어떻게든 옷을 입고 나가려고 기를 쓰고 있어요. 그래서 와수리 어디 앞에서 목사님이 반바지에 힙합 모자,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있는 것을 봤다는 제보들이 올라와요.


각: 와수리의 패셔니스타라니!! 군대에선 사복을 입을 수 없을 텐데, 어떻게 즐기시나요?

: (진지한 표정으로) 사복을 입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요. 하지만 어떻게든 옷을 입고, 읍내를 돌아다녀요. 한 30분 정도 나가면 머무를  있는 (사진 찍을 수 있는 예쁜) 카페도 나오거든요. 그게 제일 큰 휴식이에요. 


각: 와수리 대 자연에서는 패션의 영감을 받거나, 대자연과 함께 믹스 앤 매치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협: 강원도 대자연을 보면서, 분위기에 맞게 입고 가서 보고 싶은 곳은 있어요. 하지만, 대자연에 가려면 저 혼자 가야 해서… 삼각대를 사면 도전해보겠습니다. (인스타 피드를 보며) 대자연 피드는 없네요.


각: 패션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협: 창구이자 원동력이에요. 사람들과 같이 만나고, 소통하게 되는 창구예요. 특히나 강원도에서 예쁜 옷을 입었을 때 알아봐 주기도 하고, 같이 모여서 옷을 사러 가기도 하거든요. 저에겐 재미있는 소통 창구예요. 그리고 인간의 원초적 갈구인데요, 옷을 통해서 자기만족과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받는다고 느껴요. 그것이 저에게는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김진협의 학창 시절

각: 패션 실패는 있으신가요? 

: 패션은 계속 실패해요. 일단 모르는 것도 많고, 실패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계속 더(실패하며)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실제로 재봉을 해본다든지, 의복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좀 더 근원적인 것들도 알아보고 싶은데요, 자연이나 공장의 노동자의 손에서 시작되는 섬유의 원재료와 그 과정에 대해서도 직접 보고 싶어요. 저도 아직 모르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은 계속 실패 중이에요. 


각: 패션 실패 흑역사 좀 들려주세요. 

: 앜ㅋㅋㅋ 너무 많죠. 보편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때, 당시에는 뭐 저런 옷까지 입고 다니냐고 욕 많이 먹었거든요. 신학교는 좀 더 보수적이기도 하고, ‘독특하게 입는다’ ‘나댄다.’ 원색적인 말도 많이 들었는데요… 나중에 호응받을 때 뿌듯합니다. 물론 제 친구들이나 이해해주고, 많은  분은 아직도 독특하게 보세요. ㅎㅎ


각: 저같이 애초에 패션에 관심이 없거나, 저 같은 패션 알지 못하는 패알못에게 한마디 주세요. 

: 패션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면, 옷 입는 데 재미가 있습니다. 비싸고 좋은 옷을 많이 가져서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어떤 옷이 잘 맞고, 나에게 어울리는지 알아가고, 기분을 느껴가는 게 재미있어요. 느껴보지 못하신 분들은 아직 도전하고, 해보실 것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 계속 도전하는 과정이라 늘 실패의 시간이었지만요. 하지만, 생각 없이 옷을 사지는 마세요. 


김진협의 학창 시절

각: 끝으로 모든 실패에 한마디 부탁드려요. 

: 저 초임직이고, 많이 긴장되거든요. 어느 날, 성공이 뭘까? 내가 성공을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봤어요. 근데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살고 싶더라고요. 부담 없이 살아보자고 답을 내렸을 때쯤 피드에서 실패월간을 발견했어요. 실패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럼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실패가 자연스러울 때, 나에게도 여유롭고 상대방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있는 군대라는 조직은 유연해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직된 상태로 지내요. 무조건 흠잡을 게 생기기도 하고, 수직적인 관계에서 욕을 먹으면, 매일같이 실패했다고 느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에게 힘이 되는 월간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말을 하다 보니 실패월간에게 바라는 점이 되어버렸네요. 모든 실패에게… 아무튼 실패를 쌓다 보면, 언젠가 성공이 적립될 날도 있겠지만, 성공이랄 게 뭐가 있겠어요!? 주관적으로 내가 만족하면 되지! ㅋㅋ





립스틱 짙게 바아르으고오 


실패자 : 익명의 코덕님 

실패내용 : 립스틱 실패 

실패년도 : 나의 20대 


이 모든 것은 SNS 속 스타들의 화려한 립 컬러로부터 받았던 강렬한 영감, 그리고 치기 어린 20대의 패기가 발단이었다.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아닌 자만심이 발단이었다. 비단 이것만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인상 깊던 두 가지의 립스틱 실패를 소개해보겠다. 




M 사의 CANDY얌얌

#캔디얌얌

첫 번째는 M 사의 CANDY얌얌이었다. 캔디얌얌은 그야말로 햇살에 일어나 보니 너무나 눈이 부실 정도로 쨍한 H.O.T.핑크였다. 한 여름의 쿨톤립스틱은, 웜톤의 내 얼굴에서 자꾸만 깨어지는 환상 속에 혼자서 울고 있었다. 분명히 이 립스틱은 얼굴에 형광들을 켠 것 같이 환하게 밝혀준다고 했는데… 내 입술에선 참으로 외롭고 고독하게 홀로 줄 쳐진 형광팬이었다. 새로운 사용법을 찾아내기 전까지 많은 시간 어두운 화장대 속 홀로 형광의 빛을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패기로 핫핑크 입술로 다닌 것은 정말이지 비밀이고 싶다.) 


S 사의 벨리시마

#벨리시마 : 이탈리아 말로, 아름답다의 최상급

한창 릴리 메이맥이나 카일리 제너의 입술이 유행할 때쯤, 내 입술 같지만 더 좋을 거라는 (My Lips But Better) MLBB나 오버립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되었다. S 사의 벨리시마. 벨리시마는 이탈리아 말로 ‘아름답다’의 최상급이라던데… 이름값을 했다. 보자마자 “그래! 바로 너야!!”를 외치며 바로 구매했다. 여리여리한 페일톤, 딸기우유 색상으로 순백의 하얀 핑크였다. 이런 컬러의 립스틱은 청초한 효과를 줄 수 있으며, 바르면 나도 카일리 제너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집으로 와 부푼 마음으로 내 입술에 바르니, 거울 넘어 익숙한 얼굴의 마이콜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어딘가 아파 보이는 것 같았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사람들에게 아프냐는 걱정을 들을 것 같아, 결국 더 이상 그 립스틱을 바를 수 없었다.


#립스틱 실패에 대한 고찰

나는 화장품을 좋아한다. 다양한 컬러, 같은 색이지만 톤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여러 다른 화장품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의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캔디얌얌과 벨리시마는 립스틱으로서 나에게 명백히 실패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입술이 아닌 볼에 바르니 자연스러운 예쁜 색이 나왔다. 분명 핫핑크의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던 캔디얌얌은 상큼한 컬러로 바뀌었고, 순백의 벨리시마 역시 여리여리한 핑크 블러셔로 변했다. 그래서 두 립스틱을 산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실패한 듯했지만, 실패를 통해 뻔한걸 뻔하지 않게 Switch Up! 전환하는 능력을 1 정도는 획득한 느낌이랄까?








홍콩 이발 실패


실패자 : 박정민

실패내용 : 바버샵 이용 

실패년도 : 2018년


홍콩에서 이발한 박정민


나는 여행을 떠나면 이색적인 경험을 찾아다닌다. 예를 들어 홍콩의 오래된 이발소를 찾아 머리를 자른다든지... 머 리를 자른다든지... 그렇게 우리는 홍콩의 오래돼 보이는 이발소를 찾아갔다. 이발소 아저씨는 자부심 가득한 표정과 말투로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아저씨는 곧 어떤 사진을 가리키는데, 그 사진에는 젊고 트렌디한 남성과 아저씨가 함께 찍혀 있었다. 아저씨는 자신의 이발소에 유명한 사람들도 자주 찾아온다고, 그만큼 자신의 실력이 홍콩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꽤 비싼 금액이었기에 우리는 한 사람만 자르기로 했다. 친구는 나에게 그 경험을 양보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달갑지 않았지만, 아저씨를 믿고 자리에 앉았다. 몇 분 후, 아저씨는 만 족한 듯 웃으며 커트보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하며 이게 끝이냐고 물었다. 나의 동공은 흔들리고 있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친구도 당황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나의 머리는 정확히 두 가지 톤(흑과 백)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마감은 아주 정갈하게 곡선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이발소를 빠져나왔 다. 친구는 나의 머리를 보고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표정에서 드러났다. 그 표정은 나도 익히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웃기지만 참아야 할 것 같은 그 표정... 결국 우리는 길거리에서 한바탕 웃어버렸다. 나는 웃고 있었지만 왠지 가슴 이 쓰렸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미용실로 향했다.




고양이 예삐 미용 실패

“예삐는 나의 철없는 투정으로 데려온 고양이다.”


실패자 : 박정민 

실패내용 : 고양이 미용 실패 

실패년도 : 2018년 여름


예삐

예삐는 나의 철없는 투정으로 데려온 고양이다. 처음 데려왔을때이크림 같이 생 긴 작은 고양이를 뭐라고 부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첫날부터 예삐라고 부르고 있었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름을 고민 하기 시작했다. 그런 고민을 며칠째 하던 중, 예삐는 스스로 그 이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자연스레 우리 고양이의 이름은 예삐가 되었다. 어머니는 고양 이를 무섭다고 싫어했다. 그래서 처음 분양받을 때 극구 반대를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애교 많고 귀여운 예삐에게 우리 가족은 모두 한마음이 되어버렸다. 어 머니와 아버지는 외출 중에도 혼자 있을 예삐를 걱정했고, 카카오톡 프로필은 어느새 예삐의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에게 예삐의 관리를 떠넘기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캣맘이 되었다... 예삐는 긴 털을 가지고 있어서 더운 여름에는 많이 힘들어한다. 어머니는 그런 예삐가 안타까웠는지 나에게 예삐 털 좀 깎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나도 그런 예삐가 안타까 워 미용실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마취를 시켜야 한다는 말에 걱정되어 차라리 직접 깎아보자고 애견이발기를 구입했다. 이발기로 깎아보려 시도했지만, 거칠게 저 항하는 예삐의 모습을 보니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이렇게 스트레스 주는 것도 아닌 것 같아 그냥 방치하게 되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또 다른 여름이 찾아왔다. 어머니는 이번 여름도 역시나 힘들어하는 예삐가 안타까웠는지 직접 바 리깡을 집어 들었다. 예삐는 역시나 거칠게 저항했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예삐가 최대한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깎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그것 은 예삐가 깊은 잠에 빠지거나 간식으로 정신이 팔렸을 때 조금씩 깎아내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예삐의 털은 울퉁불퉁 못난이가 되어버렸지만, 이번 여름은 더 이상 더위에 힘들어하지 않게 되었다. 대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미용은 실패했지만, 예삐 를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어머니가 이 제는 누구보다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예삐로 인해 우리 집은 더 많은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실패월간 2호 뷰티, 스타일링 실패 끝


크고 작은 실패를 응원하는 실패 각성 잡지 실패월간.

by 도시비둘기


문의 : fffail0902@gmail.com

SNS : @magazine_f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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