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로 지켜온 70년의 맛
70년 세월 속에 녹진함이 신발원의 만두가 가지고 있는 맛이 아닐까?
최근 만두에 푹 빠져 어딜 여행하든 만두 맛집을 검색하고 한다. 그중 부산의 '신발원'은 만두 애호가들에게 꼭 가봐야 하는 버킷리스트와 같은 곳이다. 서울에도 유명한 만두집은 있지만 이곳의 만두에는 조금 특별함이 있다.
'신발원'이 오픈하는 11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 가게 앞에는 이곳의 만두를 먹기 위한 여행객과 단골들로 이미 북적하다. 어린아이와 손잡고 온 가족부터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 그리고 부산에 여행을 온 젊은 커플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곳의 만두에 관심을 가진다.
신발원이 위치한 부산 '차이나타운'은 초량동 지역에 청나라 영사관이 설치되고, 해당 지역이 화교(중국사람)들의 조계지(치외법권)였던 곳이다. 즉 청나라 상인들이 자유롭게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차이나타운은 인천을 포함해 딱 2곳만 있다.) 지금은 다른 유흥가와 섞여 비교적 특색을 잃었지만 거리의 분위기는 여전히 화교들의 흔적이 진하다.
비교적 이른 아침부터 대기를 했지만, 꽤 시간이 지나서야 신발원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 흔한 짜장, 짬뽕, 볶음밥 같은 식사류 없이 오로지 만두만 나와있는 메뉴판을 쭉 훑고는 '(찐)고기만두', '(찐)새우교자', '군만두'를 시켰다.
신발원 만두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중국식 만두와는 다르다. 한입 베어 물면 국물이 뚝뚝 흐르는 육즙 가득한 만두가 아닌, 오히려 담백하고 단단한 소가 특징이다. 이를 산둥식 만두라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두 피는 일반 피 만두에 비하면 두껍고, 두꺼운 발효피에 비하면 얇다. 적당히 폭신한 식감에 육향 가득한 소가 인상적이다.
다음은 새우교자, 정확히는 고기소와 통통한 새우가 거칠게(?) 들어가 있다. 고기만두와 다르게 얇은 만두피에 새우가 탱글탱글 씹히는 것이 특징이다. 형태는 교자의 형태로 꼭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군만두'. 어쩌면 이곳에 줄을 세우는 효자상품이 아닐까 감히 예상한다. 돼지고기와 부추로 가득 채운 속에 얇지만 단단한 피가 인상적이다. 말 그대로 겉바속촉, 특히나 같이 시킨 오이무침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 최근 중국집의 군만두를 꼭 시켜 먹곤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내 취향이라 생각했다. 공갈빵 마냥 가볍게 부러지는 튀김옷에 안쪽의 한국화 된 고기소를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세 가지의 만두로 마무리하기엔 아쉬운 나머지 물만두도 바로 주문했다. 교자의 형태로 나오는 물만두는 부드럽고 야들의 피에 촉촉한 고기소와 어울림이 역시 좋았다. 맑은 초간장에 푹 찍어 먹으니 속이 든든하게 데워진다.
오래된 맛집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선, 맛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만두 한 입에 우리의 역사가 담겨있고, 타지에서 그들이 지켜온 70년의 고집이 담겨있다.
그들에게 단골은 단순한 손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책, '노포의 장사법'에 실려있는 '신발원' 사장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외식자영업자들에게 큰 교훈을 남긴다.
수 사장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손님이다. 오늘 만두가 이상하다, 내 마음에 안 든다. 등,, 잔소리를 한다. 수 사장은 그럴 때마다 고객을 주억거리며 챙겨 듣는다고 한다. "단골의 권리라고 생각해요. '내가 너보다 신발원 음식을 더 잘 알아'이러시는 거죠. 제가 어린 사람이니까.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인정합니다. 그분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 집을 다녔으니까요." - 노포의 장사법 169p-
오랜 세월 단골을 유지하는 맛집에는 디테일이 숨어있다. 그리고 그 디테일을 지킨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70년, 실로 어마한 세월 속에 녹진함이 신발원의 만두가 가지고 있는 진짜 맛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