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앤 J AND Dec 10. 2019

서로 응원해주고 돕는 사람 - 질투심에 관하여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언제부턴가 그게 진실한 마음이 돼

    나는 어려서부터 질투가 많았어. 우리 집이 절대로 부자는 아니었지만 내 고향인 작은 시골 안에서 살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었거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 오빠들 아래의 늦둥이 막내로서, 그리고 동시에 외동딸 같은 포지션으로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부자는 아니었어 - 충분히 서포트받으며 자랐지, 감사하게도. 늘 ‘다시 태어나도 이렇게 늦둥이 막내로 태어나고 싶어’라고 말하고 다녔을 정도로.


    그런 환경 덕에, 나도 모르게 심적으로 여유가 많았었나 봐. 나는 내가 원래 되게 착한 아이인 줄 알았었거든. 질투심 없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축복해주고. 근데 그게 아니었더라구. 그런 ‘선한 마음’은 진짜 나의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내게 주어진 환경 덕분에 일시적으로 가질 수 있었던 것이었어. 알고 보니 내면에 ‘질투심 많은 나’가 숨어있었어. 근데 그게 그동안 겉으로 드러날 일이 없었던 거지, 왜냐면 딱히 질투할 만큼 커다란 일이 일어나지 않는 작은 동네에서 충분한 사랑받으며 자랐으니까.


    근데 시골을 벗어나 도시에 있는 중학교를 가고, 큰 고등학교를 가고, 그리고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면서 내가 많이 달라졌어. 아니, 환경이 달라진 거지. 주변엔 나보다 훨씬 잘 난 사람, 더 가진 사람이 많았고 그 말은 내가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 많았다는 거. 근데 부러움과 동시에 질투도 같이 따라오더라. 누가 잘 되면 괜히 싱숭생숭한, 그런 거 있잖아. 그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에도 있듯이 질투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겠지만,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게 싫었어. 나를 더 갉아먹기만 하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내가 뭘 했는지 알아? 일단 최소한 내가 이 감정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 칭찬을 해줬어. 우선 이런 나쁜 마음을 인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니까, 내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잘난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일단 당연히 부럽지..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잖아, 다만 딱 거기에서 마음을 멈췄어. 마음을 멈춘다는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한데, 부러움에서 질투로 넘어가려는 순간이 있거든, 거기서 그다음의 마음을 차단하고 일부러 속으로 생각했어. ‘정말 잘됐다, 정말 좋은 일이야.’ 일부러 계속 되뇌었어. 그렇게 몇 번을 생각하다 보면 뭔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그게 진짜 내 생각, 진짜 내 마음이 되는 것 같더라고. 마치 내 자신을 내가 속이는 것처럼.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진심으로 축하도 할 수 있게 되더라. 처음에는 ‘진짜 내 생각은 그게 아니잖아?’ 싶기도 했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니 그게 진짜 내 생각이 되더라구, 신기하게. 그리고 동시에 내 마음이 편안해져.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속에서 열불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다른 사람이 잘됐는데 니가 왜?) 괜히 조급해지고 (다른 사람의 성공이 내 실패도 아닌데) 그랬던 것이, 이제는 나도 같이 좋은 기운을 받아 행복하고 따뜻해져. 그리고 거기에서 발전해서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나 ‘나도 열심히 해서 성공해야지’하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지.


    이렇게 생각하는 데엔, 처음에는 노력이 필요해. 태어날 때부터 질투심 없고 선한 마음만 가진 사람이라면 노력 따위 할 필요 없겠지만, 나처럼 이렇게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우리 모두 성인군자 아니잖아? 당연한 거니까 우리 모두 질투심이라는 감정을 부정하지도 말고 또 그 감정이 우릴 갉아먹지도 않게 한 번 되뇌어보자. 나를 위해서. 어렵지 않아!


축하해, 정말 잘됐어, 정말 좋은 일이야.

넓은 세상만큼 넓은 마음을 갖고 싶어 (사진은 우리엄마 in Miami)



작가의 이전글 키토제닉(저탄고지)과 저탄저지 사이에서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