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나 어떻게 해야하죠
원래도 늘 과체중과 비만을 왔다갔다 했던 나. 굳이 따지자면 비만이었던 시기가 더 길었던 그런 내가 미국으로 이민을 오고나서 누가 보면 진짜 매일 도넛과 피자만 먹고 산 것 처럼 살이 붙었다. 사실은 여기서도 맨날 떡볶이랑 김치찌개, 된장찌개, 양념치킨 먹고 살 찐 건데.
2019년 7월 10일, 정말 뜬금없이, 갑자기 내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쇼파와 침대를 번갈아가며 누워있는 걸 제일 좋아하던 내가, 그 더운 여름에 해가 뜨기도 전에 5시 30분에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걸으러 나갔다. 맵고 짠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쓰던 내가, 시금치 샐러드를 주식으로 먹기 시작했다. 이 계기는 이야기하자면 정말 기니 다음 포스트로 넘기고, 오늘은 키토제닉 (저탄고지)와 저탄저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내 이야기를 털어놓아보자.
일단 7월부터 10월 말까지, 약 100일 동안의 나의 식이요법은 '저탄저지'였다. 저탄수화물, 저지방, 아 그리고 조금 더 자세히 추가하자면 저염에 무당(No sugar)까지. 말 그대로 진짜 맛 없는 밥만 먹었다. 물론 그 안에서 최대한의 노력으로 이런 저런 음식 만들어먹었지만, 객관적으로는 맛 없는 밥이었지. 나 완전 웅녀 아니여?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이 아니라 시금치와 닭가슴살과 토마토 위주로 먹은 곰. 그 기간, 100일 동안 한달에 거의 5키로씩 빠졌다. 아, 물론 이건 내가 고도비만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하루에 9km씩 파워 워킹하는 운동도 병행했고.
그리고 10월 말에 방영된 다큐멘터리 '지방의 누명'을 보고 키토제닉에 관심이 생겼다. 키토제닉이라는 건 나 대학교 4학년 때 알고 있었고, 그 때 한 번 시도해보기도 했었던 '저탄고지'의 식이요법. 잠시 즐거웠었다, 그 때. 맨날 오리고기와 베이컨을 구워먹고, 생크림을 마구마구 퍼먹고. 그렇게 먹고도 친구들이 얼굴이 작아졌다, 살이 빠지는 것 같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으나.. 내가 누군가. 한식에 환장하는 밥순이.. 결국 탄수화물을 포기하지 못해 2주도 되지 못해 금방 돌아갔고, 요요가 와 결국 살이 더 쪘었다.
그 뒤로 내 머릿 속에서 아예 지워져있던 그 이름, 키토제닉.
내가 기존에 하던 다이어트 '저탄저지저염'에서 저탄수화물은 그대로 유지한 채 고지방 섭취를 하는 것. 엄청난 지방 섭취를 하지 않아도, 지방과 염분만 조금 먹을 수 있어도 내 삶의 질이 확연히 달라질 것 같았다. 아니다, 삶의 질 보다는.. 인생의 행복? 솔직히 다이어트 하는 동안 식이 제한하고 맛 없는 음식 위주로 먹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그래도 먹는 것은 행복 아닌가.. 비록 여전히 저탄수화물이라도 지방만 좀 더 먹을 수 있고 염분만 조금 더 허용된다면 더 지속가능한 식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키토제닉 카페에 가입하고 온갖 키토제닉 기본템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맞다, 나 장비병 있다. 뭐든 장비부터 사들이고 보는.
올리브 오일이야 집에 요리용으로 있었고, 코코넛 오일, MCT 오일, 기버터를 우선 먼저 샀다. 마트 가서 지방이 있는 고기를 사고, 한국마트에 가서 삼겹살도 샀다. 그리고 고기를 기버터에 구워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코코넛 오일과 MCT 오일에는 손이 가지 않아 뜯지도 않고 환불했다. 과연 키토제닉이 맞을까? 7월부터 10월까지 거의 100일간 저탄저지를 해왔는데 이제와서 저탄고지를 하면 그게 맞을까? 굳이 '고'지방 식이어야 할까? 하는 의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중간한 상태에서 11월 중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