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앤 J AND Dec 18. 2019

키토제닉(저탄고지)과 저탄저지 사이에서 2

내 몸으로 직접 실험을 해볼까

https://brunch.co.kr/@jaminand/6


이 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올해 7월 초 부터 저칼로리, 저탄수화물, 저당 (거의 무당에 가까운), 저염, 그리고 저지방 다이어트를 해왔다. 읽기만 해도 정말 맛 없어 보이는. 이 식단과 운동을 함께 해 온 지난 4개월 동안 나는 고도비만에서 비만으로 내려왔고, 훨씬 건강해졌고, 살이야 잘 빠지고 있었으니 이 식단에 의문은 없었다. 인터넷의 다이어트 선배들을 따라 내 식단을 해치지 않는 않는 선에서, 이런 저런 요리도 해 먹었으니 생각만큼 그렇게 불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과연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행복 중 하나인, ‘맛있는 식사’를 외면해도 될까?



무모한 실험이었다. 

7월 초 부터 거의 4개월 간 정말 뼈를 깎는 고통으로 내 몸에서 거의 15kg를 덜어냈는데 이 상황에서 지방을 먹는다고? 소금을 먹는다고? 그러다 살이 쪄 버리면 어떡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이 되면 어떡해,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딱 한 달 만 해보자. 그리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가자. 살이라는 건 빠졌다가도 찌고, 찌다가도 빠지는 거니까 (라고 말은 하지만 빼는 게 그리 쉽나요). 그리곤 환불했던 코코넛 오일을 다시 구입하고 열심히 공부를 시작했다. 


우선은 키토시스 진입을 위해 '클린'한 키토식을 시작했다. 당시 엄마가 우리 집에 와서 한 달 반 동안 지내고 있을 때라, 나는 거의 매일 마트에 가서 식료품 쇼핑을 해댔고 엄마는 빠른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요리를 해 주었다. 그 때의 메인 메뉴는 마블링 있는 소고기, 지방 많은 돼지고기 (주로 삼겹살), 그리고 닭 허벅지 살에 갖은 채소를 익혀 곁들여 먹는 식이었다. 내가 뭐든 하면 좀 철저하게 공부하고 조사하고 확실하게 하는 편이라, 마트에서는 항상 성분표를 우선적으로 확인했고 모든 식사에 순 탄수화물 양을 계산해가며 식단을 짰다. (심지어 아마존에서 20불 주고 음식 무게 측정용인 작은 전자 저울도 샀다!)


사실 정말 행복했다. 삼겹살 먹을 때 제일. 게다가 삼겹살에 소금까지 쳐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당질을 엄격히 제한해야해서 과일과 고구마를 포기해야 했지만 그 와중에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조금씩 먹어가며, 대체 할 수 있는 키토제닉 요리법을 따라해가며 돌파구를 찾았다. 5-6년 전, 내가 키토제닉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 보다 확실히 키토제닉 커뮤니티가 커졌고 그런 관심과 수요에 따라 인터넷에 정보도, 키토용 대체 재료들과 간식들이 많아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1-2주만에 2키로가 빠졌다. (앗,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당연한 과정이라 했다. 키토제닉을 시작하면 제일 처음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그렇거나 말거나 일단 숫자가 줄어들었으니, 나는 "어머 나 키토제닉 체질인가봐."라고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러고 다시 1-2주가 지나니 뱃살이 찌는 게 눈에 보였다. 몸무게는 처음 2키로가 빠진 그대로였는데, 눈바디 (인바디 대신 눈으로 체크하는 것)가 눈에 띄게 안 좋아졌고, 늘어난 뱃살도 한 손 가득 수북이 집어졌다. 그 동안 다이어트 하며 치팅데이를 여러번 가졌어도 이렇게 까지 뱃살이 붙진 않았었는데.. 내가 지금 키토한다고 먹는 이 지방들이 알고보니 다 내 몸에 쌓이는 거 아니야? 


벌써 그만둬야 할까?

지금 사서 쟁여놓은 키토용 재료가 얼마고 이미 시작해서 입맛도 달라졌는데 다시 저탄저지저염저칼로리 다이어트로 돌아가야할까? 나는 몇 날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하고 키토제닉 카페의 글들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해먹은 저탄고지 (키토제닉) 음식들













작가의 이전글 서로 응원해주고 돕는 사람 - 질투심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