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개념은 내 머리속에서 처음 나온 frame은 아니며, 모투자사의 S군에게 크레딧을 주고 싶음)
이 3가지가 교집합으로 있어야지 비로소 ‘좋은 팀’이 된다.
어떤 투자사들은 다 어정쩡하게 있는 것보다 뭐가 됐든 하나의 굉장히 날카로운 edge가 있으면 된다-라고 하는 곳들도 있는데, 정답은 없겠지만, ‘대표’가 아니라 ‘팀’인 경우 이 3가지가 모두 충족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가지가 너무 잘 충족 되어도,
나머지 한가지가 없으면 평균도 아니고 너무나 안 좋은 스타트업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굉장히 빠르게 실행도 잘 하고, 단기간에 lean하게 가설 검증도 여러번 해보지만, 원하는 kpi나 milestone이 달성 안되면 바로 다른 기회를 찾아갈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철새’로 표현했다.
이런 팀 혹은 개인은 잦은 피벗, 잦은 이직, 잦은 재창업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례로, 스타트업계에서 스펙도 좋고, 이름 알려진 스타트업들 여러 곳에서 근무를 해온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보는데, 이런 분들은 각 회사들에서의 근무기간이 1~2년을 잘 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있어보다가, 생각처럼 몸 담은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거나, 다른 더 좋은 기회를 발굴하게 되어서 옮겨다니는 경우이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논리만으로 가늠할 수도 없고 (운이 5할은 하지 않을까...), 수 년간의 death valley 이후에 광명이 찾아오는 경우도 많은데, 이걸 근본적으로 버틸 능력과 의지가 없으면 좋은 팀으로 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안 좋아하는 유형이다. 필자 스스로가 ‘허슬’ (실행력) 역량을 다른 역량들 대비 가장 높게 사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튼, 이 유형은, 똑똑도 하고 그리고 본인들의 사업에 대한 자신감도 엄청 넘쳐서 존버할 의지까지도 있는데, 정작 중요한 허슬 혹은 실행력이 부족하여 아무 변화가 없는 팀이다.
굉장히 학력/스펙 좋은 코파운더들로 구성된 경우가 많은 것 같고, 정작 손에 흙을 묻히고 얼굴을 팔고 짜치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일들은 해본 적도 없고 하기도 싫어하며, '이미 한 것' 보다는 '앞으로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어필하는 유형이다. 투자사들이 challenge를 하면 논리적으로 지지는 않기 때문에 feedback 수용도도 낮고, 고집도 강하다.
투자사마다 다르겠지만, 컨설턴트 출신의 창업가를 덜 선호하는 곳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모든 컨설턴트가 이러지는 당연히 않겠지만) 비슷한 맥락일 것 같다. 똑똑하더라도 손에 흙 묻힐 자신 없으면 어디까지나 ‘booksmart’에서 끝날 것.
여기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유형이지만, 이 글에서 언급하는 3가지 유형 중에는 그래도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함이 부재하다는 것은,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한다기보다 중요한 의사 결정 자체가 잘 없는 경우를 나는 지칭한다. 왜 어떤 일을 하고, 왜 이런 방식으로 하고, 왜 다른 옵션은 선택하지 않아야 하는건지에 대한 반문 없이 관성에 의해서 하던 일을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 할 따름이다.
그래도 이런 팀은 큰 흐름에서의 방향만 정말 너무 틀리지 않으면, 시간이 (어쩌면 엄청) 오래 걸릴지언정 언젠가는 괜찮은 회사가 될 수 있을 확률이 있다. 다만, vc들이 빠른 성장을 기대하고 투자를 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서, 외부 투자 유치 없이 스스로 이익을 내면서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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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쪼록 스타트업들이 참고만 하고, 3가지 중에 어떤 쪽이 상대적으로 결핍되어 있는지 의식하고 균형을 잘 맞춰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