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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Cho Aug 26. 2024

"신임 토론토총영사 왜 안 오나"

6월 외교부 내정 발표에 이례적 지연…최근 국회 회의장서 모습 확인돼

지난 6월 말 외교부의 공관장 인사 내정 후 2개월이 지나도록 부임하지 않는 김영재(오른쪽에서 세번째) 신임 토론토 총영사가 지난 13일 국회 회의장에서 그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은 김준형(왼쪽) 국회의원이 조태열 외교부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당시 유네스코 TF팀장이었던 김 신임 총영사에게 질의하는 모습. 국회방송 영상 캡처.



김영재 신임 토론토총영사관이 정부의 공식 인사 발표 후 60일이 지나도록 부임하지 않고 있다.


이를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총영사관은 장기화되는 공관장 부재 상황을 교민사회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논란을 키운다. 공관장의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외교 공백은 물론 영사업무의 차질로 교민들의 안전도 위험 할 수 있다.


과거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려 공관장이 장기간 공석인 상황은 간혹 발생했으나, 정부의 인사명령까지 받은 공관장이 오랫동안 부임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 신임 총영사는 전임 김득환 총영사가 떠난 6월 말부터 두 달이 지난 26일 현재까지 캐나다에 오지 않고 있다. 

토론토총영사관도 최근 본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임 총영사가 언제 오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김 총영사가 국회 회의에 참석한 것도) 내용을 모른다"고 답했다.


교민들의 궁금증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신임 총영사는 지난 13일 캐나다가 아닌 한국의 국회 회의장에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회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조태열 외교부장관의 뒷편에 앉아 있는 장면이 여러차례 방송에 잡힌 것이다.


김 신임 총영사가 국회에 출석한 것은 그가 최근까지 유네스코 TF 팀장 자격으로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2022년부터 추진 중인데,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수천 명에 달하는 '조선인들이 강제동원됐다(forced to work)'는 문구를 삽입토록 찬성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했다. 한국과 일본 포함 21개국이 속한 세계유산위원회는 위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표결없이 안건이 통과되나, 그동안 한국 정부의 지속 반대로 일본의 등재 시도는 번번히 좌절됐었다.


하지만 이 안건은 지난달 27일 돌연 통과됐다. 한국정부가 찬성으로 돌아서서 가능했던 것인데, 한국 정부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강제동원(forced to work)이란 문구 삽입을 관철하지 못했음에도 정작 등재에는 동의해 '윤 정부의 굴욕 외교'라는 비판과 함께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는 크게 이슈가 됐다. 

당시 유네스코 TF팀장이었던 김 신임 총영사에게도 야당 국회의원들의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민주당 이용선 국회의원 등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협상에서 윤석열 정부가 한국의 '강제동원 표현'을 관철하지 못한채 일본정부의 마음을 중시하는 '굴욕외교'를 자행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방송 영상 캡처.


국립외교원장 출신의 김준형 국회의원(조국혁신당)은 "김영재 팀장 나와있냐, 누구시냐, 본인은 경제관료였고 워싱턴에 있었는데 무슨 일로 갑자기 유네스코 TF팀장이 되었나"라고 물으며 김 총영사를 지목했다.


"사도광산에 한번이라도 출장 간 적이 있느냐"는 김 의원 질의에 "한번도 출장 간 적이 없다"라고 김 총영사가 답하자, 김 의원은 "왜 안 갔느냐. 협상을 하는데 현장을 모르고 하느냐"라고 한번 더 그를 질책했다.


그뒤 추가 질의시간에 김 의원은 "이해를 못하겠다. 김 팀장의 존재는 기조실도 모르고, 전담부서인 공공외교국장도 몰랐고, 본부 고위고공단의 명단에도 없었다. 경제전문가가 갑자기 파견돼서 유네스코 팀장을 하다가 (그 팀이) 해체됐다. 보도에 의하면 토론토총영사관으로 간다고 한다. 사고치고 다른 곳으로 간다는 느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졌음에도 발언을 이어간 김 의원은 "이 분(김 총영사)을 국감 때까지 부임지(토론토)에 안 가는 것으로 위원장께 요청한다. 국정감사에서 자세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제동원'이라는 문구가 빠진 채 일본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협상 실패'로 규정하며, 이에 관여한 외교부 공무원들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토론토 교민들은 국감이 열리는 10월에도 신임 총영사를 못 만날 수 있다. 


토론토총영사의 빈자리를 권태한 부총영사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공관장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그에 따른 재외공관의 외교력 저하는 물론 교민들의 불안과 피해 우려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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