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선 의원이 해외지역협의회 분규와 관련해 태영호 평통 사무처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한때 캐나다 한인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회장 유건인)의 인사파동' 사태가 한국 국회로까지 번졌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통 해외협의회의 대표적 조직분규 사례 중 하나로 '토론토협의회의 내부분열'를 지목했다.
전임 김연수 회장(18~20기) 당시 뛰어난 활동으로 전세계 273개 협의회 중 우수단체 표창까지 받은 토론토협의회가 21기 유건인 회장 체제로 바뀐 뒤 대표적 분규단체로 전락한 '굴욕'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유건인 회장은 국회의 이같은 문제제기에도 끝까지 '마이웨이'를 고집해, 교민사회가 강하게 요구하는 '협의회 정상화 및 자문위원과의 화합 필요성'에 찬물을 끼얹는다.
이 의원이 발표한PPT 자료에따르면"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 유건인 회장은 감사보고서 관련 의혹을 해명하지 않은 채, 감사에게 보고서 승인을 요구했고 이에 불응한 감사와 임원 일부를 소명절차 없이 온라인 회의를 통해 교체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국회의원이 민주평통 해외협의회의 대표적인 조직 분규 사례로 토론토협의회를 언급하며 사무처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했다.
이 의원의 문제제기는 지난 7월 단행됐던 '토론토협의회의 대규모 임원 교체 논란'을 가리킨다.
당시 유 회장은 4명의 부회장 전원과 감사 1명을 포함한 임원 10여명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대거 교체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상당수의 자문위원들은 "민주평통이 아닌 독재평통으로 변질" "독단적인 감사 해임은 심각한 위법 행위" "현 한인회장과 최측근의 평통 장악 음모 현실화" "토론토평통 역사상 가장 무질서한 단체"라며 현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병찬 전 감사는 "감사는 독립적인 별정직으로 본인의 임무에 대해 소신과 준법 정신을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자리"라며 "그래서 캐나다 정부의 감사(Auditor General)는 총리도 마음대로 해임할 수 없는 권위있는 직책"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열심히 감사업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돌아온건 해임이었다. 어떻게 회장이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감사와 임원을 마음대로자를수가 있나"라며 "지난 1/4분기 감사보고서를 작성할 때 내가 회장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아 괘씸죄로 걸린 것이 해임 사유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유 회장은 내가 감사과정에서 제기한 몇 가지 지적사항에 대해 적극 해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감사보고서에 '적절했다'는 문구삽입하라고 요구했는데 이 행위는 30여년 간 캐나다 정부기관에서 감사업무를 한 내 경험으로는 부당했기에 절대 따를 수 없었다."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 이병찬 전 감사가 캐나다 국방부에서 감사업무를 수행한 자신의 명함을 보이고 있다. 그는 유건인 회장 집행부가 도를 넘어선 독단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원 교체를 위해 전광석화 같이 이뤄진 토론토협의회의 전체회의에도 온갖 편법이 동원됐다.
대면회의가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협의회 역사상 처음 '온라인 회의'를 개최한 것은 물론, 정기회의가 아닌 임시회의 형식을 빌린 것, 무엇보다 '과반수 이상 참석, 과반수 이상 찬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인 '다수결의 원칙'마저 위반해 임원 교체를 밀어붙였다.
다만 평통 사무처는 이 사안과 관련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과 그 시행령'은 한국 민주평통의 전체회의와 지역회의에 적용되는 조항(과반 이상 참석, 과반 이상 찬성)이며, 토론토협의회의 회의규정은 '3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해외지역협의회 운영규정'의 적용을 받는다"고 답해 토론토협의회 입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지난 6년 간 평통을 이끌었던 김연수 회장은 "과반수에 한참 못미치는 20%의 찬성만으로 임원을 교체한 것은 문제가 크다"라며 "민주평통의 모든 안건은 이전처럼 '과반수 이상 참석과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의결해야 함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유 회장의 반민주적 단체 운영을 반대하는 20여명의 자문위원들도 지난 7월 '정상화모임'을 결성, 집단 행동에 나섰다.
자문위원들은 캐나다와 한국 언론에 '토론토평통 사태'를 제보하고 국민신문고와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유 회장의 부당한 평통 운영'을 고발했다.
그 결과, 캐나다한국일보와 재외동포신문 등 10여 개의 동포 언론사가 '토론토 평통 사태'를 연달아 보도했으며, 본국의 문화일보도 지난 9월24일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 임원 10명 전격 교체 파장…국민권익위에 부당 해임무효 청원 신청"이란 제목으로 공론화했다.
'토론토평통 사태' 여론이 확산하자 국민을 대표하는한국 국회도 이를 주목해 사무처의 무능함을 질타했다.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은 "토론토협의회는 자금 유용과 관련해 회장이 논란이 휘말려서 감사에게 감사보고서 승인을 강요했는데, 감사가 이를 불응하니 감사와 임원들을 온라인 회의를 통해 교체하는 분규가 있다고 한다"라며 "이같은 (해외협의회의 조직 분규) 사례를 알고 있느냐"고 태영호 사무처장에게 물었다.
"(토론토와 시애틀협의회 분규를) 인지하고 있다"고 태 사무처장이 답하자, 이 의원은 "토론토협의회 같은 경우는 회장의 운영에 대한 잘못이나 과잉행위가 분명함에도 사무처에서 이에 대해 조정 역할을 전혀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태 사무처장은 "사무처에서 충분히 조정역할을 했다"라며 "토론토의 경우 수차례 사무처에서 내부 갈등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도록 권고했지만 현재까지 분규가 잘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태 사무처장은 "토론토협의회는 회장과 감사 사이에 주장이 서로 달라 가능한 자체적으로 내부 갈등을 해소하도록 조정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사무처의 답변에 대해 토론토협의회 정상화모임 자문위원들은 "사무처의 조정 노력 해명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토론토협의회 사태 해결을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이 전 감사는 "사무처에서 제대로된 역할을 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라며 "두세 달 동안 토론토 자문위원들이 여러 방법으로 사무처와 소통을 하며 이의제기를 하고 중재를 요청으나 사무처는 유건인 회장 쪽 말만 신뢰하며 우리의 요구는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사무처 담당자로부터 '평통 본부는 해외협의회가 조용한 것이 가장 바라는 부분'라는 무책임한 발언까지 들어야 했다. 사무처 직원들의 마인드 자체가 저 수준인데 사태해결을 위한 자문위원들의 정당한 요구가 묵살되는 것은 뻔한 결말 아닌가."
한편 유 회장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평통 국정감사'와 '내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감에서의 지적에 대해 그는 "(토론토협의회 문제가 거론된 것을) 잘 알고 있고 (회장단에서) 사무처에 필요한 자료도 보냈다"라고 답했다.
사무처가 토론토협의회의 자체해결을 권고한 것에 대해서도 "태영호 사무처장과도 만나서 (이 문제와 관련) 얘기를 나눴다"라며 "(우리 협의회가) 공금을 유용했다면 다른 문제이지만 인사의 경우 회장단에 자율권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고 그는 언급했다.
하지만 사무처장이 직접 자체 해결을 지시했다면, 유 회장은 이를 책임있게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난 8월 22일 발표한 공개 입장문에서 유 회장은 "지난번 조직개편 때 임원직에서 물러난 자문위원들과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두 달이 넘은 10월 말 현재까지도 그는 전 임원들에게 조직 화합을 위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7월 17일 열린 평통 토론토협의회 자문위원 간담회에서 유건인(왼쪽) 회장이 회의 진행 중 격한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오른쪽은 이해홍 간사.
그는 또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감의 지적과 관련한) 자문위원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못 박았다.
정상화모임 자문위원들은 분란 해결을 위해 "수십 년 지켜진 관례에 따라 대면회의를 개최, '과반수 이상 참석'한 정기회의에서 임원을 다시 임명한다면 어떠한 결과도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나 그는 "지금 상황에서 임원 재임명을 진행하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된다"라며 자문위원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대화와 타협이 단절된 21기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
한때 통일을 위한 왕성한 활동 전개로 '모범 단체'로 불린 토론토협의회가 이제는 제 식구마저 끌어안지 못하는 '반쪽 모임'으로 전락한 듯하다.
1년 내내 집안싸움으로 '통일' 근처도 못간 토론토평통이 그나마 '친목 모임'에서 '대통령직속 통일 자문기구'로 원래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한인사회에서 오랫동안명성을쌓은 유 회장이 그에 걸맞는'대화와 공감의 리더십'을 보이며위기에 빠진 민주평통을 바로 세울 수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