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범택시 2>를 보고 생각한 건데,
이들은 이제 이 일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1 때 그들은 임무를 마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그들은 무슨 일을 해도 신나지가 않다.
그게 그들만이 팀워크를 이뤄 일했던 끈끈한 연대의식의 추억 때문이겠는가.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함께 생사의 갈림길에서 서로 도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처음부터 약자를 보호하고 나쁜 사람을 혼내주는 똘기로 충만한 캐릭터다.
복수심과 정의감으로 충만해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마음이 없나? 아니 있다.
단지 다른 건 우린 차마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고
이들은 실현한다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복수심과 정의감이 성공할 때마다 이들의 영혼을 사로잡았을 것이고 그때마다 느끼는
쾌감도 최고조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과감하게 복수 대행 서비스를 하는 것일 테다.
그러니 무슨 일을 대신하면 이만한 느낌을 갖겠는가.
새삼 복수 대행과 정의감도 중독되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이들의 행동을 더욱 공고히 했던 건 드라마 중간 무렵에 모범택시를 이용한
기자가 그런 말을 하지 않던가. 당신들은 정의롭진 않지만 정당했다고.
그래. 사실 이들은 정의로운 것이 아니라 정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당감이란 단어는 없다. 정의감만 있다.
정당하든 정의롭든 그런 마음을 갖는 건 좋긴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자칫 자기들만이 정의롭고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까 봐 그건 좀 우려스럽긴 하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600만 불의 사나이'를 보고 높은 데서 떨어져 부상을 당하거나 죽는 어린아이들이
그렇게 많았다고 하지 않는가. 자신에게도 초능력이 생겼다고 착각하여.
그건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여 일어났던 불상사였다.
그처럼 그런 일이 이들 사이에도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드라마를 보면서 세상에 이런 사람들 좀 없나 하면서 봤다.
세상이 하도 기가막하게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꼭 이런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 평소 서로 조금씩만 약한 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추구하며 산다면 그게 더 합법적이고 안전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모범택시 5인방 같은 사람들이 있기를 바란다면 그건 그렇게 건강한 사회는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린 중독은 부정적인대 사용해 왔다. 마약중독이나 알코올중독이니.
하지만 선하고 정의로운 것도 우린 충분히 중독될 수 있고 이런 중독은 널리 확산돼도 좋을 것이다.
사실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아니면 그냥 드라마답게 불의에 대한 심판은 우리에게 맡겨주시고 당신은 열심히 행복하게
사시기만 하세요. 뭐 이런 깜찍한 발상인지도 모르고.ㅋ
그런데 '모범택시 3'이 제작을 확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벌써 제작에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시즌 3을 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