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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ntie Oak Dec 26. 2023

나의 판타스틱 결혼 어드벤처

나는 최선을 대해 사랑하기로 했다! Ep 2

그렇게 한 동안 나는 집안일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1년에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엄마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서야 나는 계획대로 캐나다로 공부하러 가기로 했다. 나는 마음 한편에 꿀단지가 신경 쓰였다. 늘 묵묵히 떠나지 않고 나의 불행에 같이 아파하며 위로를 보내주던 꿀단지였기에 이 관계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꿀단지는 자기는 기다릴 수 있다며 걱정 말고 다녀오라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부담이 될까 싶어서 망설였다며 반지를 건네주었다. 전혀 널 압박할 의도는 없다며 갔다 와서도 자기가 좋으면 자기랑 결혼해 달라며 건네준 반지였다.


꿀단지가 여름휴가 때 캐나다에 들어와 아버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내가 있는 도시를 잠시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엔 스카잎이 거의 초창기라 영상 통화도 자주 할 수 없었던 때이지만 우린 이메일로 연락하며 관계를 이어 갔다. 캐나다에서 1년 반의 시간을 보낸 후 들어올 때까지 꿀단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꿀단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부모님 다음으로 나를 가장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결혼을 결심했다. 먼저 엄마 아빠에게 허락을 받고 싶었다. 나는 나의 결혼이 모두의, 특히 부모님의 축복을 받는 결혼이길 원했다. 그래서 일단 시간을 두고 자주 꿀단지와 우리 부모님이 마주할 기회를 만들었다. 남동생의 군 면회에도 꿀단지와 함께 부모님을 따라갔고, 집안 행사에도 자주 꿀단지와 함께 참여했다.


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날의 오해를 풀었고 꿀단지의 진실한 모습에 마음을 여셨다. 내가 이제 결혼하자고 했을 때 꿀단지는 엄마 아빠한테 "따님을 훌륭하게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이 훌륭한 따님과 평생을 함께 하도록 허락해 달라"며 편지를 써서 읽었고 부모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사실 서른다섯이나 먹은 딸이 드디어 결혼을 한다니 내심 기쁘기도 하셨을 터이다.


결혼은 오히려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꿀단지가 사는 집에 정말 몸만 들어가는 꼴이었다. 살림살이도 사야 할 필요가 없었고, 전통 혼례를 올리다 보니 주고받을 반지조차 살 필요를 못 느꼈다. 그냥 거의 한 달 만에 향교에서 전통 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그것도 6월의 뜨거워진 날씨에 순식간에 결혼이 끝나 버렸다.


결혼을 결심한 후 생각해 보니 꿀단지에겐 미안함 만이 앞섰다. 늘 인내하고 기다려 준 그 한결같은 사랑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결혼하던 날 혼자 맹세를 했다. 최선을 다해 꿀단지를 사랑하겠다고! 그리고 그 사랑을 보여 주기 위해 세 가지를 나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서로 싸워도 절대 따로 잠들지 않기.

아침 식사는 꼭 얼굴 마주 보며 함께 하기.

출퇴근 시 늘 웃는 얼굴로 보내고 맞이하기.


나는 이 세 가지를 아주 성실히 실천했다. 세상 어느 부부가 늘 사이가 좋을 수 있을까? 우리도 신혼 초엔 정말 지겹도록 싸웠다. 양말 하나 벗어놓은 위치 때문에 싸울 정도로 치열한 전쟁들을 수도 없이 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스스로에게 한 약속들을 성실히 지켜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느새 나는 꿀단지와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해오고 있다. 우리 관계의 지속에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 나의 노력과 늘 제멋대로인 나를 한결같이 사랑스럽게 봐주려 노력하는 꿀단지의 인내의 시간이 녹아들어 있다. 그렇게 나는 최선을 다해 꿀단지를 사랑하기로 했고,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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