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집회에 참여하고
7월,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살아 생전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같은 교사라는, 심지어 이제 막 교직에 들어온 어린 신규교사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겨우 1년 남짓 근무한 나 역시 학부모의 무분별한 연락으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해보았기에 그 선생님의 심정을 백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 언론은 앞다투어 더 심각하고 실로 다양한 민원이 학교 현장에 존재해왔음을 보도했고 그 와중에 바닥에 떨어진 교권을 증명하는 사건들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었고, 또 여전히 진행중이다.
나는 겨우 2년차 초임교사이기에 그동안 이렇게나 말도 안되는 일들이 학교에서 벌어졌으며 그 피해는 오롯이 교사 개인이 감내해야하는 시스템임을 잘 알지 못했다. 정말 '운이 좋아서' 서이초 선생님의 처지가 되어보지 못했을 뿐이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9월 4일 학교의 재량휴업일 및 교사의 연가, 병가 관련 이슈를 직접 경험하고 보니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는 없었구나. 정말 교사뿐이구나.' 싶더라. 움직이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더라. (다이어트 문구같다)
나는 교실에 남아있을 아이들이 마음에 걸려 연가나 병가를 쓰지는 못했지만 해당 복무를 상신하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으신 선생님과 같은 마음이었다. 그 분들 역시 종국적으로는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결정하신 행동이었을 것이므로.
아이들을 하교시킨 뒤 조퇴를 하고 국회의사당역으로 향했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검은 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과 함께 이동하여 줄에 맞추어 바닥에 앉았다. 검은 점들이 모여 검은 선이 되는 순간, 우리는 유일무이하고 소중한 '점'인 동시에 선을 만드는데 필요한 '요소'가 되었다.
사회는 이렇게 조금씩 변할 것이다. 교직 사회뿐만 아니라 내가 알거나 혹은 알지 못하는 세상들의 불합리함이 파헤쳐지고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 변화의 시작이 또다른 '죽음'과 같은 마음 아픈 사건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