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루즈에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미디운하에 대해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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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엔 한강, 파리엔 센 강이 흐르듯이 툴루즈에는 갸론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어요. 갸론 강의 물 중 일부는 툴루즈 기차역 쪽으로 빠지는데 그 물길이 미디 운하예요. 미디 운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 툴루즈는 미디 운하를 자랑스럽게 관광지로 내걸고 있어요. 집에서 미디 운하까지는 천천히 걸어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서 어제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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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 운하에 도착한 지 채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배가 여유롭게 지나갔고 자취를 남기려는 듯 파랑이 잔잔하게 일었어요. 배를 몰던 중년 남성은 사진 찍는 저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이국적'이라는 단어가 미디 운하 표면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어요. 그 잔물결이 아직도 마음속에서 사라지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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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따라 양쪽으로 난 가로수길에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어요. 평일 오전이라 다들 바쁜 일상을 살고 있나 보다 했죠. 그래서인지 미디 운하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눈에 띄었어요.
미디 운하는 툴루즈에서 어떤 의미일까요?
미디 운하가 되고 싶었던 4대 강
한때 이명박이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자고 할 때,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프랑스의 운하를 언급했다. 프랑스의 운하가 얼마나 많은 부를 창출했고, 지금은 한 도시의 경제 문화유산으로 남았다고 하면서. 틀린 말은 아니다. 미디 운하는 지중해와 대서양을 연결하며 화물 수송로의 역할을 분주히 해주었고 그 중심에 있는 툴루즈를 포함한 남부 지역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철도가 건설된 이후 그 기능을 잃었고 지금은 사람들의 산책로가 되었다.
한국이 경제적인 이유는 운운하며 대운하 사업을 벌인 것은 철도 탄생 이전이 아니었다. 시대적 배경이 한~참 어긋났다고 할 수 있는 이 사업이 바로 '4대 강 사업'이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초라한 4대 강길을 따라 곳곳에 설치된 빨간 공중전화 박스다. 그 공중전화 박스 안에는 자전거 국토 종주하는 사람들의 동기를 부여하는 스탬프가 있다. 문제만 입에 오르내리는 4대 강을 애써 외면했지만 4대 강의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근대 과학 기술이 낳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히는 미디 운하는 어떤 타이밍에 어떤 우연을 만나 탄생한 것일까?
미디 운하의 역사
프랑수아 1세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François 1er, Léonard de vinci프랑스의 르네상스를 이끈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 예술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프랑스로 데려왔다. 뛰어난 수학자이자 공학자이기도 한 다빈치와 함께 '가론 강과 오드 강을 연결해 지중해와 대서양을 잇는 운하를 만드는 것'도 그의 바람 중 하나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세밀한 계획도를 내놓았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지역마다 해발고도가 달라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선 거대한 인공호수를 조성해 갑문에 용수를 공급해야 했던 것이다.
피에르 폴 리케와 루이 14세
pierre paul riquet그 같은 난제는 약 140여 년이 흐른 후에야 해결됐다. 랑그도크 지방의 대지주였던 피에르 폴 리케가 기술적으로 그와 관련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 그는 마을의 물 공급 담당자 및 수력 공학 기술자 등을 초빙해 운하의 제작에 필요한 물 공급 문제를 다양하게 조사했다. 그의 이런 노력은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콜베르의 지지를 끌어냈으며, 1665년 전 구간에 걸쳐 수로의 건설을 허가하는 특허증을 발부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10월에는 운하의 착공을 발표하는 루이 14세의 포고가 내려졌다. 태양왕으로 불린 루이 14세가 운하 건설에 관심을 보인 것은 군대의 이동이 쉬운 군사적 이점을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운하 건설을 위해 가장 많을 때는 1만 2000명의 인원이 동원되었고 착수한 지 14년 만인 1681년 5월에 수로가 개통됐다.
미디 운하가 아름다운 이유
1. 사람들에게 활기를 가져다준 미디 운하
canal du midi, toulouse, France미디 운하는 개통 후에도 수해 등의 피해를 입어 계속 개수되긴 했지만 그 지역의 특산물인 와인과 포도, 곡물 운송이 단 4일 만에 이동 가능해진 덕분에 운하 주변의 농산물 유통이 왕성해졌고 랑그도크 지방의 와인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 그 당시 툴루즈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었고, 상업 도시 툴루즈는 프랑스의 4번째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19세기에 미디 운하를 대체하는 철도 및 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 그러자 운하는 점점 화물 수송로로서의 기능을 잃어갔고 이후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결국 1989년에는 화물 운송이 끊겨 버렸고 상업활동도 중단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운하는 아직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기지 않는다. 바로 다음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2. 미디 운하 곳곳에 스며든 예술의 향기
canal du midi, toulouse, France원래 운하 건설은 자연을 파괴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폴 리케는 운하가 지나가는 주변 경관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도록 신경을 썼으며, 새로 건설되는 대형 구조물에도 각기 예술성을 부여했다.
그의 이 같은 미학적 배려는 화물 운송로의 수명이 다한 이후 미디 운하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디 운하의 양옆에는 사람과 말이 선박을 끌기 위한 길을 만들어놓았는데, 이 길이 오늘날은 운치 있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되어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뱃길은 요트들이 운항하는 유명 관광 코스가 되었다.
또한 운하 양옆의 길에는 4만 5000그루 이상의 플라타너스와 삼나무 등이 식재되었다. 낙엽이 운하에 가라앉아 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뿌리가 운하의 제방을 튼튼히 하기 위한 설계였다. 이 나무들로 인해 미디 운하는 유럽의 대표적인 단풍 여행 버킷리스트로도 꼽힌다.
canal du midi, toulouse, 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