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rologue
#1. prologue
2016년부터 정식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국립대학교에서 조교로 1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지만 계약직이었고, 1년 이상 그 생활을 지속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므로 공식적인 나의 첫 직장 생활은 2016년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내가 전공한 자연과학계열은 특히 대학원을 많이 가는 분위기라서 나도 한때 대학원을 준비했었다. 학부생 시절에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유명한 대학원에서 운 좋게 인턴을 하였고, 그곳으로 대학원을 가기위해 준비도 하고 면접도 보았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다. 교수님들은 자대생을 우선으로 했고, 학부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던 나에게는 면접에서조차 전공 관련 질문이나 앞으로의 연구 생활에 대한 질문 보다는 성적에 초점을 맞췄었다. 24살의 나는 너무 여렸고, 쉽게 상처 받아 그 길로 대학원 진학을 포기했다. 목표가 없어지니 의지도 없었고, 집을 떠나 도피하고 싶었다. 구직공고를 보다가 대우가 나쁘지 않고, 집에서 멀고(대구에 살고 있었는데 근무지는 전주였다), 나름 전공과 관련있었던 국립대학교 조교 생활을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계약직 자리를 1년 채운 후, 재계약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꿈도 열정도 없었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A는 공대생이라서 그런지 졸업학기에 원하던 곳에 취직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서 공인영어 성적을 만들고, 자격증을 따고 원서를 여러곳에 넣었다. A를 따라 시작했던 취직생활은 어느덧 10개월이 지났고, 전기/후기 신입 사원 모집에 50군데 넘는 이력서를 넣고 결국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직장인이 되었고, 대학원은 이제 더 이상 나와 관련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제약회사 특성상 약사, 간호사 등의 의료인들이 많았고 의료인들이 아닌 나같은 이학도들은 대부분 석사출신이었다. 더군다나 동기들도 관련해서 위기의식을 느끼는지 하나둘씩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다시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업무가 너무 많았고, 신입사원 딱지를 채 떼기전인 6개월차에 큰 프로젝트를 덜컥 맡게 되었다. 성장하고 있는 조직에서, 메인으로 담당하고 있던 사수가 퇴사를 했기 때문에 그저 참여에 그쳐야했던 입사 6개월차가 10억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 프로젝트를 1년간 마무리하고, 그와 연관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해외 출장을 다니고 또 마무리하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보니 대학원은 커녕 몸과 마음에 골병이 들어서 첫번째 직장을 퇴사하게 되었다. 2020년 초의 일이다.
이직한 직장은 외국계 기업이라 그런지 제법 워라밸이 지켜졌다. 업무 외에 별도의 보고 체계가 없었으므로 주어진 시간내에 업무만 수행하면 정시퇴근이 가능했고, 연차의 사용도 자유로웠다. 첫번째 직장에서 몸과 마음에 골병이 들긴했지만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재밌었고, 더 많이 배워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아직 국내에서는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분야이다보니 실무로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마침 제약 특성화 대학원들이 하나둘씩 생겨가면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대학원 원서부터 수강신청,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어떻게 수업을 듣는지 자세하게 써보려고 한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보면 많은 직장인들이 대학원 진학관련 정보에 대해서 얻고자 하지만 정보를 세세하게 얻기 힘들다. 정보가 없으니 도전이 더 어렵고, 업무에 치여서 도전정신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예비 샐러던트(샐러리맨+스튜던트, 직장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직장인들)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