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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Nov 11. 2023

여행 중 불안증세 해소

여행을 오기 전 나는 무척 지쳐있었다.

올 한 해 회사 일이 너무 바빴고, 일 외의 감정 소비를 해야 하는 조직 안에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없어 몸이 자주 아팠다.


지방 출장과 잦은 야근 그리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할 수 없는 홍길동 된 마음이 나를 병들게 했다. 불면증과 불안증세가 심해지던 차에 상하이 아트페어 기간을 핑계로 긴 휴가를 썼다. 2주 가까운 시간을 비우기 위해, 휴가 전 모든 일을 정리하고 준비하고 처리해 두고 왔으니 과연 이것이 누굴 위함인가 원망하면서.


아무리 오랫동안 상하이에 살았다고 해도 4년간 어떠한 교류도 없이 지냈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다. 상하이와 관련된 일을 한 것도 아니며, 사람들을 만난 것도 아닌데 가서 뭘 할지 좀 알아보고 가야 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우선 바쁘니 가서 계획을 짜기로 하자! 어떻게든 되겠지!


상하이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의 시대, 비대면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벽히 만들어졌다. 좋게 말하면 자동화, 선진화지만 실상은 인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의 핀테크 산업이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몸소 보여주는 상하이다. 무섭고 대단한 나라.


지하철을 탈 때도, 편의점을 갈 때도,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심지어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사 마실 때도 내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핸드폰 앱이 실시간 나의 동선을 파악한다. 친절하고 편리한 듯 하지만 불편하고 강압적이며 다른 선택권을 박탈한 곳으로 변해있었다.상하이는 이런 곳이 아닌데!!! 유연함과 자유, 다채로움이 있는 곳이라고!!


이러한 안타까움으로 역시 여러모로 대단한 나라구나 느끼는 중.


4년간 멈춰있었지만 많은 것들이 변했고, 익숙하지만 낯선 상하이의 미술시장 이야기를 재밌게 기록하고 싶어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왔다.


하루에 전시를 3-4개씩 보고 있으니, 한 편의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정보는 과잉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으며, 나의 체력은 그 모든 것을 바쳐줄 수가 없다.


아트페어 사이, 갤러리와 미술관과 옥션을 돌아다니는 중 많은 것을 느끼고 있는데 그 재미난 이야기는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풀기로 했다.


- 중국의 경제상황이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

- 상하이 미술시장의 몰락.

- 불경기 누가 사고 또 누가 내놓는지 궁금한 크리스티 옥션 현장.

- 코로나19가 예술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 롱뮤지엄 10년의 미술관 운영으로 본 삼성문화재단의 저력.

- 소장품 처분을 위한 빌드업, 10주년 전시.


이런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낼 생각이다. 욕심은 많고 체력은 따라주지 않는 중.


바쁘지만 좋은 점은 상하이에 와서 불안증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하고 꿈꾸는 즐거움을 다시 알게 되었다는 점. 비와 흐린 날씨 때문에 온종일 추운 날씨와 씨름하면서도 예술의 한가운데에서 미술축제를 즐기니 행복하긴 한가 봄. 회사와 멀어져서 좋아진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은 누구를 닮아가지 말고, 없는 정답에 무엇이 있을 것이라며 재촉하며 나를 구겨 넣지 말기로 했다. 맞고 틀린 건 없으니 조급함을 버리고 나만의 길을 가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 점이 큰 결실.


정답이 없으니 여행기도 그저 내 스타일대로 써보겠다. 그래서 오늘은 이쯤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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