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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Nov 10. 2023

상하이와 닮은 K11 Art Museum


귀국 후 나는 상하이 앓이를 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개성 있는 미술관이 많아서였다. 각 미술 관과 갤러리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은 내게 무척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전시된 작가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미술관이 소개하는 전시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간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 당연히 상하이 미술계는 볼거리가 풍성하고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었던 점이 시장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중 K11미술관의 정체성도 매우 뚜렷했다.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은 흔하지만, K11의 컨셉은 애초에 예술, 인문, 자연"을 염두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독특함이 있었다. 창업주 안드리안 쳉은 예술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이 높고, 이미 엄청난 양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슈퍼 컬렉터다.



그의 수많은 컬렉션을 백화점 내 ART STATION에서 선보였는데, 단순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K11에 오는 것 자체가 컨템포러리 아트를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ART STATION을 관람객 입장에서 세심하게 구성한 점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종종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문턱이 높아 방문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요즘은 나아졌지만 실제로 갤러리의 낯설고 차가운 공기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한다. 그리고 미술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 없다면 한평생 가보지 못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미술관과 갤러리가 아닐까.


하지만 K11은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이니 백화점 전층을 다니면서 쇼핑과 작품 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미술에 대한 호기심이 없더라도 거부감 없이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다. 누구라도 미술에 입문할 수 있도록 턱을 낮춘 열린 공간이다.



매장 사이 소장품을 공개하는 것 정도로만 미술을 소개했다면 내가 이리도 K11을 좋아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하 2층 전체를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들이 소개하는 전시는 동시대 문화를 잘 보여준다. 특정한 장르나 나이대의 작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이의 현재를 가장 잘 보 여주는 전시가 주를 이룬다.


어떤 때는 난해하고 실험적인 설치작품을 또 어떤 때는 대중적이면서 도 상업적인 미디어아트를 또 어떤 때는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이 모든 전시의 공통점은 평이하고 무난한 이야기를 하는 전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명품매장 이 가장 많은 시내 한가운데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무척 상업적이라 느껴졌고, 내가 매력적이라 느끼는 상하이와 닮아있다.



4년 만에 찾은 K11은 여전히 멋진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매장의 구성은 처음 문을 열 때와는 사뭇 달라지긴 했다. 재밌는 디자인 회사들의 브랜드가 많이 사라지고 어디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들어와 있는 점은 아쉬웠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상하이를 집어삼켰구나, K11도 피해 갈 수는 없었구나 싶어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있었지만 여전히 내게는 뾰족함을 정수를 보여주는 곳으로 기억된다.


쇼핑을 하러 온 김에 전시를 보는 곳이 아니라, 전시를 보러 왔다가 쇼핑을 하게 되는 마법같 은 공간.


상하이 아트위크가 시작되는 시점에 전시장 곳곳에는 수많은 미술 관계자들이 드나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들의 컨셉과 정체성을 잘 유지했으면 한다. 언제든 상하이를 떠올릴 수 있는 재밌는 전시가 끊이질 않기를!



주소 : 上海市黄浦区-淮海中路300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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