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nd Blows, Hope Begins

이진영& ART PPL

by 인생은 아름다워

유난히도 길고 추운 겨울이었다.


기상 상황도 사회의 모습도 거센 한파에 우리의 마음을 얼어붙게 했다. 새해는 밝아 왔지만 희망과 생명의 움틈이 느껴지지 않는 시간, 나는 봄을 준비하고 싶었다. 겨울의 매서움도 봄의 시작 앞에 저물 뿐이고, 꽁꽁 언 눈밭도 햇살의 따사로움에 녹아버릴 뿐이다.


허무하게 겨울을 보내고 느닷없는 봄을 맞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밝고 경쾌하며 기대와 설렘을 안고 우리 마음에 아름다움을 기대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봄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마음이 어렵고 상황이 복잡할수록 단순하고 명쾌하게, 직관적이며 편안한 것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적합하다고 느꼈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故김광석 가수의 명곡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키워드를 꺼내 전시를 만들었다. 누구나 들어본 즉 한 문장을 전시의 한글 타이틀로 정했으나, 영문 버전으로 중의적 의미를 담고 싶었다. 봄바람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희망의 느낌을 담고 싶어 영문 타이틀은 "The Wind Blows, Hope Begins"로 정했다.


직관적인 한글 타이틀과 상징적인 영문 타이틀을 병기하여 전시를 보는 이에게 각자만의 소회를 담을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자 생각했다. 백화점 공간 속 작품들은 화이트 큐브의 정형화된 곳 보다 훨씬 자유롭고 더 많은 이에게 열려있으니 기획자의 바람이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이진영&ART PPL 작가님들의 작품에서 다르지만 같은 봄의 순간을 한 전시에 두면 분명 좋은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이 확장되는 이진영 작가님의 작품은 흔적의 발견에서 참나의 깨달음으로 이어지며 자연의 모습과 소재에서 상상력을 덧입힌 실험들이 감성적 추상으로 물든다. 그 속의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자신만의 고유성을 담고 있다. 사진 장르의 영역에서 한계를 두지 않는 표현법은 더 넓은 범위로 재료의 확장을 이뤄간다. 이는 작가의 작업 여정이 언 땅에 움트는 봄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에서 닮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일하게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ART PPL작가님들은 사진을 특성을 다르게 표현했다. 실제 하는 공간 속 허구의 장면을 덧입혀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기대를 한 화면에 담는다. 이들이 표현하는 장면 속 경험과 상상의 재구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채롭고 다양한 레이어와 콜라주가 뒤섞인 듯 경계의 모호함 속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ART PPL이 추구하는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한 순간을 미학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작품을 보는 이 모두가 아트피플이 될 수 있다는 환상적 메시지를 던진다. 이러한 판타지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봄의 생기와 분위기가 맞닿아 있었다.


매 전시마다 쉬운 적이 없었고 고단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나 유독 힘이 나고 즐거우며 한 발자국 더 내딛고 싶게 하는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전시도 흔치 않다. 하지만 전시기획자로의 보람과 즐거움을 알려준 것이 바로 이 전시였다. 물리적인 힘듦 앞에도 작가님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집중력과 작가정신을 보며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으며 함께 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도 많이 배웠고 느꼈다.


2025년의 봄이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으니 전시기간 동안 작가들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모든 이에게 봄처럼 따스하게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부디 시간을 내어 눈으로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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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불어오는 곳 : The Wind Blows, Hope Begins>

• 2025년 2월 7일(금) - 4월 13일(일)

• 롯데백화점 본점 4-6F 아트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 81)


#전시기획자의마음을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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