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이, 시오타 치하루, 엄정순 3인전_학고재
백화(百货)를 판매하는 유통군은 어느 산업군 보다 소비자의 변화에 민감하고,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변화해야 하는 곳이었다. 아트팀도 회사의 기조에 맞춰 계속해서 사업의 다양성을 모색한다.
예술이 돈이 된다고 하니 뛰어든 수많은 회사들은 짧은 주기로 예술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소비자(컬렉터)에게 ’ 최초공개‘, ’ 매진임박‘, ’ 오늘이 최저가‘라는 자극적인 말들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작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처럼, 트렌드에 뒤처질 것이라는 공포심을 이용하여 부를 쌓고 미술시장의 저변(?)을 넓혔다.
2024년의 컬렉터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 되었기에 얕은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그렇게 식견(?)을 얻은 사람들에게는 짧은 주기의 이익에 길들여져 있다. 작품이 되었건 작가가 되었건 전시가 되었건 스스로 고르고 음미하고 삼키려고 하지 않는다.
유명 갤러리의 간판으로, 유명 작가라는 소문으로, 유명 도슨트의 설명으로 그림을 통해 얻게 될 감상까지 모조리 서비스받고 싶어 한다. 당장 이익이 될, 당장 눈에 띌 수 있는 예술을 소비한다. 패스트패션만 있는 게 아니라 패스트아트의 시대다.
시장이 컬렉터를 그렇게 망쳤을까,
컬렉터가 이렇게 시장을 조성했을까.
이런 추세를 따라가지 않는 것은 시장의 중심이 아니라는 한국미술계의 암묵적 카르텔도 한몫한다. 전시 오픈에 전시기획자의 기획의도 보다 인플루언서의 방문과 인스타 피드 업로드에 더 사활을 거는 지금이 과연 건강한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오랜만에 좋은 기사를 보게 되었다. 당연히 전시기획자의 의도와 시선이 좋았기 때문에 글이 좋았고, 기사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이용우 교수는 “예술이 금융이 된 시대, 작품을 시장 투자 가치로만 보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제일 비싼 그림이 가장 좋은 그림이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예술의 근본 가치, 공동체 정신과 사회적 포용성을 돌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나는 예술이 산업이 될 것을 기대하고 준비하지만, 예술의 본질은 당연히 경제적 투자가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은 그저 돈벌이 수단만이 아니며, 인스타 인증 사진의 배경만도 아니다.
사실 기사를 보며 나를 가장 많이 돌아보고, 책임의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대기업이라는 거대 상업구조 안에서 작금의 시장 흐름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동조한 것은 아닌지, 침묵한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미술시장의 과도기를 겪어가며 함께 고민해 보자던 지난주 미술기자님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바쁘다는 핑계는 그만두기로 했다.
“예술의 근본 가치, 공동체 정신과 사회적 포용성을 돌아보자는 취지”라는 전시기획자의 의도를 갤러리에서 직접 작품을 마주하며 생각해 보기를.
인생에도 예술에도 정답은 없으니까
전시는 10월 5일까지, 학고재에서.
#학고재 #이용우교수님 #딩이 #시오타치하루 #엄정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