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Presence 정다운 개인전
요즘 내 글이 멈췄다.
언제나 그렇듯 바쁘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며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쓸 때도, 일 년 내내 병원과 약국을 전전하며 골골대는 와중에도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나는 무언가를 기록하고 나의 기억과 영감을 저장하려고 열심히도 썼다.
수술 이후 정.말.로. 체력이 바닥이라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핸드폰을 보지 않는다. 이미 회사에서 120% 에너지를 써버리고 왔기 때문에 지하철 안에서라도 충전하지 않으면 집까지 도저히 갈 기운이 없다.
9월을 앞두고는 여느 한국의 미술계 종사자들처럼, 나도 너무너무 바쁘다. 9월 초 오픈을 앞두고 7-8월은 죽음의 스케줄이다. (프리즈 싫어. 다 망해라 아트페어) 뭔가 대단한 것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바쁘기는 왜 이리도 바쁜지, 야근은 할 수 없다는 일념하나로 어떻게 해서든 6시까지 일을 마무리 짓는다. 2-3일 치의 일을 매일매일 해내고 있다. 누구를 위해서 이리도 열심히 하는지, 우리 팀원들도 의아해한다.
사실 나는 일하는 게 재밌다.
재밌는 일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해 여러 시스템을 갖추려고 하니 일이 많아지지만, 초반에만 고생을 하면 이후 누가 일을 하더라도 편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결국 모두가 함께 잘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하지만 한참 그렇게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는가?! 화가 치민다. 나는 화가 자주 치민다는 게 문제다.
이러한 이유로 미술계 종사 자면서 세상이 돌아가는 일, 시대가 선호하는 예술의 모습, 예술가들이 생각하는 시대와 같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이런 내가 과연 어떠한 output을 낼 수 있을까. 이런 빈깡통이 된 채로 어떻게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콘텐츠를 만든다는 말인가.
회사원 이전에 나는 기획자라는 마음을 잊지 않고,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해야겠다고 또 한번 다짐한다. 매번 제자리지만 또다시 다짐해 본다.
한참 전 겨우겨우 시간을 내 보고 온 정다운 작가님의 개인전이다. 좋은 작가를 발굴해 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웅갤러리와 신선한 작품으로 밋밋한 한국 미술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가. 오랜만에 갤러리에서 전시 보는 일이 정말로 좋았고, 좋은 작품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어 참 행복했던 여름날이다.
빨리 여유로운 태도로 분주히 작가와 작품들을 찾아다니고 싶다.
#웅갤러리 #정다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