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눈길을 확 끌고 금방 질리는 외모가 있으며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기준의 미모가 아님에도 끌리는 사람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작은 들 꽃에 정감이 있고 이야기가 더 많은 것'처럼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향기와 느낌이 있다. 그것이 매력(魅力)일까?
눈에 띄는 옷차림이나 외모라서 눈길을 끄는 것과, 꾸미지 않은 듯 눈길을 끄는 사람은 무언가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쓰는 단어인데 정말 ‘매력(魅力)’은 무엇일까?
매력(魅力)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도깨비 매(魅)’자로 ‘홀리다’라는 의미가 있다. ‘홀리는 힘’ 마음을 끄는 힘이다. 어쨌든 힘(力)이다.
그리고 시선(視線)은 ‘눈이 가는 길’이라고 정의되듯이 첫눈에 훅 들어오는 느낌은 시선을 끄는 것이라는 뜻에 가까운 것이며 무언가 계속 끌리게 되어서 보게 되는 사람은 분명 매력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역시‘시선을 끄는 것’과 ‘마음을 끄는 것’은 내 생각에도 분명 다르다. 시선은 그냥 말 그대로 눈길을 끌뿐이지 마음까지 움직이는 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선을 끄는 사람보다 매력이 있는 사람이 되기가 어렵다. 그것은 옷만 잘 입는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옷은 그 사람이 가진 매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입혀지는 것이다.
본래의 매력에 비해 옷으로 포장한 매력이 비중이 크다면 어느 정도의 유통기한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금방 바닥이 드러나듯이 실체를 들키게 된다. 그러니 옷으로 포장된 모습보다 옷 속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매력이 많은 사람이 알아갈수록 끌리는 사람이 아닐까?
모임을 나가면 눈웃음을 웃으면서 안보는 척 쓱 스캔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눈에 들어온다. ‘아. 뭐지?’ ‘오늘 왜 이리 예뻐 보이지’ 그런 생각이 든다면 그때부터 자신은 왠지 초라해지는 기분마저도 든다. 그래서 여자들은 모임 갈 때 옷차림에 민감하다. 첫눈에 스캔당하는 그 눈길을 알기에 첫 느낌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무르익고 대화가 오가다 보면 첫눈에 들어왔던 겉모습에 대한 것은 조금씩 잊힌다. 나의 경우는 그렇다. 옷 장사를 하고 있고 옷을 좋아하지만 겉모습을 스캔하더라도 사람을 옷이나 외적인 것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시선을 강타할 만큼 꾸미지 않았음에도 시선을 끄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어릴 때부터 옷에 많은 신경을 쓰고 다녔다. 남들보다 내가 나에게 더 신경을 썼다. 잠깐을 나가도 대충 입기가 싫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남들이 볼 때 절대 신경 써서 입은 것이 아니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평상시에 손에 잡히는 대로 툭툭 걸치고 나온듯한 옷차림. 그렇지만 그 무심하게 입은 것 같은 스타일이 사실은 엄청 고민하고 고르고 이래저래 코디를 해보고서 맞추어 입은 것이다.
길을 걷거나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갔을 때 한 번쯤은 더 돌아보거나 눈길이 따라오는 것을 느낄 때, 내가 만약 그 대상이라면 좀 우쭐해짐을 느낄 때도 있다.
‘내가 좀 괜찮아 보이나?’ 또는 ‘좀 세련되어 보이나?’
본인들이 평소 입고 싶던 스타일을 입었거나 사고 싶었던 디자인일 경우 자동으로 그렇게 되기도 한다. 시선을 끌기 때문에 보게 되는 경우이다.
옷이 예쁘다고 다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었을 때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있으며 입었을 때 나의 장점을 잘 살려 주는 옷이 나에게 가장 예쁜 옷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상 입는 상징적인 옷이나 용도가 정확해야 되는 옷이 아닌 경우는 대부분 본인들의 개성과 취향이 옷으로 표현이 된다. 병원에서 근무했던 9년 반 동안 유니폼을 입었을 때 잠깐 출퇴근 시간에만 입는 옷에도 그렇게 신경을 썼던 것은 내 만족이었다. 출근하면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데도 옷을 좋아하는 나는 옷이 많이 필요했다. 막상 옷가게를 시작하자 내가 입고 싶었던 옷들을 마음껏 입으면서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가 있었다.
“그동안 이렇게 많은 끼를 어떻게 참고 살았어요?”
“유니폼 입었을 때랑 너무 다르네요.”
“딴 사람 같아요.”
오랫동안 병원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았던 사람들이 옷가게 사장님이 된 내 모습을 보면서 하는 말이었다.
나는 이 말이 지금이 훨씬 매력적이고 보기 좋다는 뜻으로 들렸다.
한 때 나의 패션 롤 모델은 엠마 로버츠. 키 157센티 나와 같은 신장의 그녀는 비율이 좋으며 내 취향의 스타일이었다.
옷은 본인 만족이다. 본인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내가 만족이 될 때까지 이렇게 입어보고 또 저렇게도 입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옷 잘 입는다는 사람들은 다양하게 코디를 잘하는 사람이다. 브랜드 옷은 대부분 그냥 하나만 사서 특별히 코디에 신경 쓸 것 없이 입을 수 있는 옷들이 많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미리 이거랑 저거랑 이렇게 입히고 저렇게 입히고 하는 그런 샘플을 만들어 둔다. 매장에 가면 마네킹에게 입혀 놓았으며 늘씬한 모델에게 위아래로 입혀 사진을 찍어서 매장마다 책으로 만들어 구비해두었다. 손님들은 카탈로그에 나와있는 대로 정해진 샘플대로 옷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힘들지 않게 코디할 수가 있다.
내가 하는 이런 옷(일명 보세)은 다양하게 상하 코디를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나는 한 장 한 장 준비해서 이것과 저것을 매치시켜보고 코디를 해보는 일을 거의 매일 하고 있다. 동대문 상가의 많은 매장들에서 상. 하 따로따로 고른 옷들을 어울리게 코디해서 디스플레이까지 전부 나 혼자 하는 일이다. 그리고 직접 입어보고 사진을 찍어서 카카오스토리에 올려서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한다. 나의 카카오스토리는 백화점 브랜드 의류매장에 비치되어있는 신상 카탈로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게 옷 스타일은 내가 만드는 것이니까 '나만의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의상실은 아니지만 손님들 체형이나 개성에 따라 스타일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손님들마다 똑같이 코디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고 싶다. 적어도 나에게 오는 손님들은 어딜 가더라도 ‘옷 예쁘게 잘 입었네.’라는 말에 자신감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주부님들도 각자의 매력을 잘 표현하면 멋쟁이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옷도 본인에게 맞는 옷을 찾는 과정에 안목도 생기고 더불어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티브이나 팸플릿 등에 모델들이 입은 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다. 뱃살이 있으면 있는 대로 조금씩 커버시켜 주는 디자인으로 본인들에게 맞는 옷을 입으며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주는 옷을 입는 것이 가장 매력 있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비싼 옷이나 명품을 걸치지 않았어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은 멋쟁이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매력(魅力)은 외모보다는 내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