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옷가게를 만 9년째 운영하면서 경험한 일들과 만난 손님들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를 '문득'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오고 있었던 것처럼 초고를 술술 써 내려갔다.
이렇게 우연하게 나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했지만 우연인 듯 보이는 이 모든 것이 결코 그냥 시작된 것은 아닐 테다. 언젠가는 글로 쓰겠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 자신도 모르게 계속 반복되고 있었을 것이다.
문득은 결코 그냥 문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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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작은 옷가게 하나다.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큰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나만의 작은 공간 하나쯤은 갖고 싶은 소망이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좋아서 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꿈도 이루어가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한 일상인지 가끔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벅차기도 했다. 큰 부자가 되고 기쁨이 커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무탈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다고 생각되는 지난 9년 동안 옷 가게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물론 이전에도 열심히 살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열심히 하는 만큼 성과가 나타났다. 내가 하는 만큼 결과가 바로바로 보인다는 것은 신나고 즐겁고 뿌듯한 일이었다.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평범한 아줌마들이다. 명품가방을 들지 않아도 만족할 줄 아는 보통의 주부들이다. 이런 아줌마들의 시장 옷에 대한 이야기는 읽히면 안 되는 것일까? 동대문 패션을 일컫는 말 DDM 패션. 아줌마들은 이런 DDM 옷도 선뜻 사 입지 못하고 몇 번을 들었다 놨다 고민을 하고 구매한다.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일을 하고 집에 가면 또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는 슈퍼우먼이지만 본인의 옷을 사들고 들어 갈 때 자녀들 눈치를 보며 남편에게 미안고 하다고 말한다. 그나마 자기 직업이 있으면 쇼핑을 주기적으로 하지만 전업주부의 경우는 계산기를 여러 번 두드리고 또 두드린다. 이렇게 보통의 주부들, 엄마들이 동네 옷가게에서 찾는 소소한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는 시선을 끌지 못할까? 내 이야기이며 친구나 언니의 이야기 같아서 더 많이 공감할 것 같았다. 과소비를 미화시키거나 소비를 부추기는 이야기도 아니고 사치나 낭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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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장을 쓸 필요도 없고, 없는 일을 지어내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편안하게 회상하면서 썼다. 평소 책을 잘 안 읽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호기심에 내가 쓴 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욕심은 있다. 내세울 이력은 없으니 ‘이 아줌마 뭐지?’ 궁금해하면서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