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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 혼내듯 불던 바람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여행하기 딱 좋은 온도였던 것처럼, 행복 가득하고 짜증 한번 없었던 것처럼, 헤매던 길 따윈 없었던 것처럼, 기록돼 있었다.
고의로 미화했고 거짓을 작정했다 말할 순 없지만 때때로 보인 미성숙한 나의 태도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음엔 틀림없다. ‘오답 앨범’이란 것이 존재해도 좋을까. ‘오답의 사진’이 있다면 어떤 형태일까. 오답의 사진을 찍을 용기가 있을까. 엮어내 반성할 수 있을까.
집을 나선 지 삼 분도 안돼서 바지부터 신발까지 싹 다 젖은 채로 걸어가는 길에 이 같은 축축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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