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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민 Dec 24. 2020

우리 목소리가 네게 닿기를

to. 우리 목소리를 듣고 있을 너에게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엄마한테 한 번, 엄마 배에 한 번 차례대로 '잘 잤어?'라며 인사를 건네.

그러면 엄마는 인사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엄마 목소리로 한 번, 꿈별이 목소리를 상상하며 한 번 '네 그럼요~'라고 대답을 해줘. 꿈별이 목소리는 항상 하이톤에 개구쟁이 같은 말투로 표현하는데 그럴 때면 네가 우리를 웃기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재미있지 뭐야. 그러면 가끔씩 꿈별이가 발로 엄마 배를 콩콩 차서 반응해줄 때도 있어. 엄마가 편하게 있을 때나 많이 웃을 때 너도 같이 기분이 좋아지나 봐.


아주 가끔씩 정신없이 바쁠 때면 우리끼리만 떠들지 꿈별이한테 말 거는 걸 깜빡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마치 네가 우릴 부르는 것처럼 엄마가 조금씩 배의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뱃속 움직임이 너무 없어서 우리를 당황하게 하더라. 잘했어 잘했어. 엄마 아빠 목소리는 들리는데

우리 꿈별이 언급이 없다 싶으면 조심스레 눈치 줘:) 대신에 엄마 배 너무 아프게 하진 말고!


우리한테 네가 찾아왔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생각해오던 게 있어.

좋은 태교가 어떤 걸까? 누구를 닮았을까? 어떻게 자랄까? 무엇을 좋아할까? 등등

특히 태교는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앞으로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참 어려워.

동화책도 읽어보고 일상적인 말도 많이 건네보고, 애교도 부려보고, 표현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건강한 것도 먹어보고,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도 자주 보는데 잘하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 꿈별이가 잘 자라준 걸 보면 잘한 것도 같고.

동화책을 보다가 우리도 감동받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어. 특히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새삼스레

더 감동적으로 다가와서 그런 듯해.

한 번은 '우리 아버지'라는 동화책을 읽었는데 

아빠의 아빠, 그러니까 너의 할아버지가 지금까지 아빠를 어떻게 키워주셨는지, 

아빠는 앞으로 나의 아버지처럼 너를 잘 키워줄 수 있을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어.

그래서 이러한 생각과 감정들이 좋은 태교가 아닐까 싶기도 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가 좋은 게 좋은 태교지.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야.

엄마가 맛있는 걸 먹으면 우리 꿈별이도 기분 좋을 테고

엄마가 즐거워하면 우리 꿈별이도 행복할 테고

엄마가 건강하면 우리 꿈별이도 건강할 테니.

엄마들을 위한 태교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니. 오늘도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들릴까?


맞다. 오늘로 우리가 서로 알게 된지  100일째래.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이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어느새 배를 보고 웃고 떠드는 아빠 모습이

어색하진 않아. 썩 자세가 나 온다랄까:) 100일이라는 시간은 역시 금방 흐르는 것 같다.

지금처럼 잘 지내고 있으면 조만간 100일 남았다는 말을 하고 있겠지.

그동안 몸도, 뇌도, 심장도 모두 사람처럼 성장하고 있는 네가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남은 시간도 엄마랑 같이 건강하게 잘 자라줘. 아빠도 노력할게.

그나저나 아들이니 딸이니!


from.

2020 10 3/ 14주 2일 4개월 / 배를 보고 말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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