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재민 Dec 28. 2020

60% 또는 40%

to. 60% 딸일 것 같은 꿈별이에게


오늘 약 한 달만에 산부인과를 방문했어. 엄마 몸도 건강하게 잘 유지하고 있는지 보고,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꿈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대략 어떤 성별 일지 듣고. 초음파 화면을 보니 입을 벌렸다가 닫기도 하고, 주먹을 접었다 펴기도 해. 곧 엄마 배를 콩콩 누르겠는데? 아빠가 동영상으로도 사진으로도 충분히 기록해둘게. 나중에 네가 얼마나 활기찬지 꼭 봐봐. 산모도 아이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어찌나 기분 좋던지. '아빠도 나름 잘 보조하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토닥였어. 그리고 드디어 성별! 자세히 확인하려고 하면 꿈별이가 뒤돌아 있고, 또 조금 보일 것 같다 싶으면 다리를 웅크리면서 가리는 거야. 좀 기다려 보긴 했는데 그래도 끝까지 확실하게 보여주진 않더라. 그 결과, 60% 확률로 딸일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일주일 내에 다시 방문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왠지 우리도 네가 딸일 것 같다는 생각에 4주 후로 진료예약을 하고 나왔어.


엄마랑 아빠는 임신 6주 차 때부터 네가 아들이다 딸이다 하며 수도 없이 떠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웃기는 것 같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는데 괜히 궁금하고 상상만으로도 설레어서 한참을 이야기했으니 말이야. 우리는 네가 왠지 딸일 것 같았어. 어... 사실 엄마는 어떤 성별도 상관없다고 했고 아빠는 솔직히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이게 또 재미있는 게 다들 의견이 다르더라고. 엄마의 친구들은 10명 중 8명이 아들일 거라고 했고 아빠의 친구들은 10명 중 8명이 딸일 거라고 해서 더 궁금해지더라. 이런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알고 제대로 확인 못하게 해서 더 궁금하게 밀당한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 60% 딸일 것 같은 꿈별아, 아빠는 4주 동안이라도 딸을 가진 아빠의 마음으로 지내볼게. 다음에 입체 초음파로 좀 더 확실히 만나자.


엄마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빠는 최대한 자주 엄마 몸에 로션을 발라주고 있어. 자주 발라주지 않으면 엄마 피부가 트고 회복이 어렵데. 출산 경험이 있는 많은 분들이 임신 소식을 듣고 축하 선물로 오일과 로션을 선물해주셨는데 그만큼 얼마나 관리가 필요한지 예상할 수 있겠더라. 이건 아빠가 책임지고 해줘야 하는 역할인 것 같아. 로션을 발라주면서 엄마와도 교감하지만 우리 꿈별이랑 교감할 수 있어서 좋아. 동그랗게 빵빵해진 배에 크림을 펴 바르고 손바닥을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돌리면서 꿈별이랑 노는 시간이 즐거워.


게다가 꿈별이 덕분에 산책하는 시간이 많아졌어.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 중인 엄마는 집에서만 있다 보니 활동량도 적고 답답할 텐데, 체중관리도 하고 환기된 공기도 마실 겸 아빠랑 손잡고 산책을 나가. 날이 더우나 추우나 같이 나가서 동네 크게 한 바퀴 걸어. 산책이라 말하고 데이트라 읽는 거지. 결혼 생활 2년 차이지만 그동안 걸어보지 못했던 거리도 다녀보고, 걷는 동안 재미있는 대화도 하며 많이 웃는 중이야. 우리가 걷는 코스는 따로 정해진 건 없는데 간판이 많은 곳을 위주로 걸어. 조용한 골목길을 다닐 때도 있지만 주로 다양한 글씨와 디자인으로 밝게 빛나는 간판들이 나열된 거리를 찾아다녀. 밝아서 좋고 볼거리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산책 중에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미래도 그려보는데 분명 미래로 가는 과정에서는 많은 일을 겪게 되겠지만 그 결과는 그래도 밝을 것 같아. 그래서 자신감이 생겨. 우리 가족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엄마 말로는 산책하고 돌아오면 꿈별이가 유독 활기찬 느낌이라고 해. 우리 남은 기간 동안에도 여기저기 산책 가보자. 엄마 손 꼭 잡고 조심히 걸을테니 엄마 배에서 두둥실 함께 해줘:) 


from.

2020 10 30/ 18주 0일 5개월 / 60% 딸바보 예약 중인 아빠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