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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민 Jan 13. 2021

우와의 연속

to. 또렷하게 만난 꿈별이에게


하마터면 아빠는 출력된 사진으로만 너를 만날 뻔했단다.

동네 다른 산부인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병원 자체적으로 예방 단계를

올렸는지 임산부 외에는 진료실에 출입할 수 없게 되었더라. 아쉽기도 하지만 다행인 게 우리 병원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과 입체 초음파 검사실에는 같이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야.


지난번 입체 초음파 검사 때는 아빠가 일을 하러 갔었는데, 이번에는 아빠도 처음이라 정말 궁금했고 긴장이 됐어. 꿈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더욱 생동감 있게 볼 수 있고, 움직이는 모습을 볼 생각에. 팔, 다리, 손가락, 발가락, 심장박동, 혈관, 머리, 몸통, 눈, 코, 입, 귀, 머리카락, 뇌까지 꿈별이가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데 엄마랑 아빠는 계속해서 놀라며 지켜봤어.

 "우와...와...우와아...어쩜 이래?" 

음. 꿈별이가 엄마 뱃속에서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사실 우리가 감탄하며 내뱉은 "우와" 다음에는 "어머, 와, 웃겨, 어떻게ㅋㅋㅋ, 어쩜 요렇게 웃기게 생겼데, 우와 진짜 신기하다, 누구 닮은 거지?, 와" 이런 말들이 이어졌어. 놀리는 게 아니고 진짜 너무 귀여운데 웃기게 쭈글쭈글하게 생긴 거야. 아 다시 생각해도 웃긴 거 있지.

검사해주시는 선생님도 엄마 아빠 반응이 웃겼는지 진료 내내 미소 지으시더라.


얼굴은 탯줄 주변에서 살짝 가려져 있었는데 엄마가 물도 마시고 잠깐 서서 걷다가 다시 누우니까 조금 더 잘 보이더라. 꼬옥 감은 눈, 또렷한 코와 입을 보는데 우리 꿈별이가 진짜 얼마 뒤에 응애응애 울면서 곁에 오겠구나 실감이 났어. 한 번은 탯줄을 잡는 것처럼 손짓하다가도, 눈 비비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손가락을 빠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어. 엄마 뱃속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또 웃었지 뭐람.


꿈별 생애 최초 증명사진이라고 해야 하나. 오늘 입체적으로 찍힌 네 사진을 온 가족한테 보여드렸는데 다들 너무 예쁘다고 하시더라. 특히 꿈별이의 이모(엄마의 언니)께서 "아기인데도 이목구비가 엄청 예쁘네~!" "우리 애들은 뱃속에 있을 때 남자애 같았는데, 꿈별이는 벌써 여자애 같은 느낌이야!"라고 하시더라. 아빠가 보기엔 너무 웃기고 쭈글쭈글한데 말이야.

처음엔 손바닥보다 작은 도구에 그어진 두 줄을 보고 너의 존재를 알게 됐고,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점점 커지는 너를 확인하고 있어. 그동안 꿈별이가 열심히 자라고 있는 모습들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을 거야. 아직까지 아빠가 직접 찍은 사진은 없지만 꿈별이가 태어나고 나면 필름 사진도, 영상도 가득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거야. 기대해줘. 오늘 또렷하게 만난 꿈별이 모습처럼 추억이 선명하게 남아있게끔 아빠가 기록해볼게. 당장 엄마부터 예쁘게 담아주러 가봐야겠다. 


from.

2020 12 17/ 25 0 7개월 / 쭈굴쭈굴한 딸이 웃긴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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