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시선
뚜벅뚜벅, 또각또각, 후다닥, 졸래졸래, 다양한 발소리들이 어디에나 오고 간다. 지나고 머무는 길 어느 곳에서나 우리는 각자의 시간 속에서 각자의 시선을 지닌 채 살아간다. 내가 간직한 시선에 생각을 더해본다. 생각하는 시선에 의해 더할 나위 없는 풍성함을 느낀다. 나는 나만의 시선으로 행복해지고, 실망하고, 감동하고, 추억하고, 반성하고, 나아간다.
평소 내 시선은 하늘로 향해 있다. 길을 나설 때도, 사람들과 대화하는 순간에도 종종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다 보면 중간중간 ‘뭉클’하게 맺혀있는 뭉게구름을 발견하곤 한다. 또는 붉게 물든 하늘을 만나는 시간도 있다. 요즘에는 대기가 뿌연 먼지로 가득하기도 하다. 새벽 출근길에는 해가 머리를 내밀며 부끄러운 분홍색에서 열정적인 분홍색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또는 쏟아질 것만 같은, 아니 어쩌면 쏟아져 내리고 있는 별들까지도 볼 수 있다. 나란히 걷는 길 위에서 이 모든 시선에 내가 머문다.
옆의 누군가는 꽃을 볼 수도 있고, 그 옆의 누군가는 그런 우리를 볼 수도 있다. 꽃을 보는 이는 그곳에서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분위기에 취할 것이며, 우리를 보는 이는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취한다는 단어의 뉘앙스를 또렷이 체득할 것이다. 참으로 다양한 발소리만큼이나 재미있는 시선이 여럿 존재한다. 나의 시선에 관심이 생기고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더 즐기게 됐다. ‘달이 엄청 동그랗던데, 혹시 오는 길에 보셨어요?’, ‘저 신호등에서는 걷는 모양이 깜빡이면서 움직이던데!’, ‘그냥 버스 기다리는 것뿐인데 낮과 퇴근길의 모습에 따라 분위기가 정말 다르게 느껴지지 않아요?’ 등의 질문과 행동에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대답을 받는데, 정말이지 놀랄 때가 많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풍성해지는 우리를 느끼곤 한다.
사실 나의 시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줄곧 하늘을 좋아했고 계절의 변화를 좋아한 건 맞지만, ‘이것이 나의 시선이다’라고, 뭐랄까, 기준이나 특징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카메라를 손에 쥐었던 몇 해 전부터였다. 간직한 것을 간직한 것이라 느낄 줄 안다는 사실이 벅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