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에게 배웠다

생각하는 시선

by 한재민

노을이 지는 시간,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쉬는 날 뿐만 아니라 저녁 무렵 출근하는 날이면 5분만이라도 붉게 물드는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저 멀리 눈부신 해가 웅장하게 모습을 감추는 동안, 매일매일 새로운 빛과 색감으로 작별인사를 남긴다. 그 시간을 자주 쫓고 즐기다 보니 해 질 녘이 찾아올 때면, 빛과 색감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들은 태양이 한낮에 내보내는 빛을 달가워하진 않는 것 같다.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인상 찌푸리기 일수다. 반면에 노을은 기다리면서까지 반가워하고 그 시간을 붙잡아두고자 사진기를 들며 로맨틱해지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을 밝히고 생기 넘치는 낮의 힘과는 달리 해가 늬엇늬엇 지면서 나를 둘러싼 주변의 모습을 조금씩 발그레하게 하는 수줍은 힘이 있다. 내가 있는 주변의 건물들 역시 점차 붉은빛을 띠며 몽롱한 감동을 준다. 이는 노을이 지는 시간에야 비로소 낮에 머금었던 생기 있는 빛을 한껏 발산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나무, 꽃, 건물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서 아름다운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간이다. 실제로 해 질 녘에 사진을 담으면 왠지 모르게 찬란한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미건조한 회색빛 건물마저도 발그레하게 만들고, 내재된 매력을 은은히 내비친다. 매일 같이 건너는 횡단보도도, 항상 이용하는 버스정거장도 모두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장소로 다가온다. 이러한 점이 내가 노을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이자, 노을에게 내가 배운 것이다.